서청원·최경환 정치력 실종으로 혼란, 유기준이냐 홍문종이냐
  • 친박계의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4선의 유기준 의원(사진 왼쪽)과 홍문종 의원(오른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친박계의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4선의 유기준 의원(사진 왼쪽)과 홍문종 의원(오른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세키가하라 합전'에 비유될 정도로 친박계의 운명을 건 일전이 될 전망이지만, 이렇다할 컨트롤타워가 없이 잠재적 후보군의 각개약진이 벌어지고 있어 벌써부터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 측은 오는 12월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서울 강서을의 3선 김성태 의원을 후보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김성태 의원은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지낸 노조지도자 출신으로, 투쟁력이 강한 야성(野性)을 띈 것이 야당 원내대표로 안성맞춤이라는 이유에서 홍준표 대표의 낙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김성태 의원은 정권교체 직후인 지난 7월 〈이제는 야당이어야 한다〉는 소책자를 발간해 동료 의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의원은 탄핵정국에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지난 대선 직전 한국당에 복당했다. 이 때 복당한 13인의 의원들과 이번에 복당한 9인의 의원들 사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도 김성태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진하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의원은 홍준표 대표에 의해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돼 정치적 체급을 불린데 이어, 김무성 전 대표를 위시한 바른정당 통합파와 보수통합을 이루는 추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전날 여의도 중식당에서 열린 복당의원 환영만찬에도 홍문표 사무총장과 함께 한국당의 기존 의원으로는 유이(唯二)하게 모습을 나타냈다.

    이처럼 친홍(친홍준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결합한 한국당 신(新)주류가 김성태 의원으로 원내대표 후보를 사실상 단일화하고 뜻을 모아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구(舊)주류인 친박계는 후보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선의 유기준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두 의원 모두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확고히 한 상황이라 후보단일화가 시급하지만, 배후에서 이를 조정할 정치력이 실종됐다.

    예전에는 각각 친박의 '맏형'이며 '좌장'이라 칭해졌던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이를 정리했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중앙당윤리위에서 탈당권유의 징계를 받으면서 정치적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아졌다.

    의원총회가 소집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출당(黜黨)되는 상황이라 우호적 원내지도부의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지만, 자신들이 나서서 누구더러 나가라, 나가지 말라 할 처지도 아니라는 것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실 핵심관계자는 "의총에서 제명되는 것을 저지하려면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되레) '잘 봐달라'고 해야 할 처지"라며 "단 한 명의 의원도 적으로 돌려선 안될 판국인데, 누가 누구더러 '나가지 말라'고 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이와 관련해 유기준·홍문종 의원 양자 간에도 아직까지 단일화와 관련한 소통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예전에도 같은 친박계인데도 당내 경선에 각자 출마했던 적이 있다.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한 2012년 5·15 전당대회에 나란히 출마해 유기준 의원은 9782표(5위)로 최고위원 입성에 성공했지만, 홍문종 의원은 8524표(6위)로 간발의 차이로 낙마했던 아픔을 겪었다.

    이 때 두 사람이 각자 나서는 바람에 친박계 표가 갈리면서, 이혜훈·심재철·정우택 의원 등 친박 핵심과 거리가 있는 의원들이 지도부를 휩쓰는 사태가 일어났다.

    두 의원의 당시 득표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세(勢)도 엇비슷해 경쟁력의 우열(優劣)을 가리기 쉽지 않은 점이, 자칫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5년 전 전당대회의 재판(再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 의원들은 최근의 복당과 관련해 해명을 요구하는 의총 소집을 압박해 관철해낼 정도의 세력은 아직 당내에서 유지하고 있어, 후보단일화만 되면 원내대표 경선의 승패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단일화를 해낼 구심점, 즉 컨트롤타워가 없는 게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실 관계자는 "재선의 김태흠 최고위원이 지도부에서 친박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지만, 4선의 유기준·홍문종 의원에게 나가라 말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단일화가 늦어지면 경선 판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더러, 마지막 순간에 한 명이 접더라도 앙금이 남아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