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일으키니 '적폐원조' 돼버린 박정희

[기자수첩] 동상 기증 반대하더니… 탄생 100주년 행사까지 몰려와 비난한 세력

임혜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1.14 16: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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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킨 지도자가 수난(受難)을 겪고 있다.

14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시 상모동 생가 일대에서 조촐한 추모제가 열렸다.

구미시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김관용 경북지사, 남유진 구미시장, 백승주·장석춘·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일반 시민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친문(親文)·좌파(左派) 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듯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인원은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숭모제가 끝난 후 구미시는 생가 옆 박정희 기념공원에서 역사자료관 기공식을 열었다. 구미시는 국·도·시비 200억원을 들여 공원 부지(6,100㎡)에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4,300㎡ 규모의 역사자료관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6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전남·경북 국회의원들이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좌파단체들은 어김없이 현장으로 몰려와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정희는 기념 대상이 아니다"라고 소리치며 행사를 방해했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들은 "(좌파진영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훼하고 적폐로 몰고 있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13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동상 기증식에서 동상 건립을 두고 찬반 단체가 충돌한 데 이어 구미시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으나 경찰은 4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해 양측 충돌을 막아섰다.

좌우 단체의 충돌 속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 1960~1970년대,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 대한민국호(號)를 성공적으로 이끈 '산업화의 리더'라고 불리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독재라는 과(過)를 결코 피할 수는 없지만, 박정희의 공(功)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표현하고 있다. 숭배 대상이 돼선 안되지만 그가 이룩한 눈부신 경제발전이 대한민국 부흥(復興)에 기여한 면도 분명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90년도부터 최근까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을 묻는 각종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해왔다.

 

1998년 미국 타임지 조사: '20세기 아시아 인물 20걸' 한국인 유일 선정

1999년 한겨레신문: '20세기 20대 뉴스 한국인 인물' 1위

2001년 국정홍보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1위

2002년 월간중앙 조사: '전·현직 대통령이 다시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당선자' 1위


2015년 7월 서울신문 창간 111주년 '역대 대통령 중 누구를 가장 존경하는가'라는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33.6%)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노무현(29.3%), 김대중(12.8%), 전두환(1.8%), 이명박(0.9%), 노태우(0.5%), 김영삼(0.3%) 전 대통령 순이었다.

비슷한 시기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실시한 광복 70주년 여론조사에서 '해방 이후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은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무려 44%에 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 뒤 찾아온 가난을 타파하기 위해 중화학공업을 육성, 이를 경제성장의 첨병으로 삼고 수출주도경제개발을 추진했다. '한미동맹' 명목으로 월남에 군인을 파견,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고 일손이 부족하던 독일에 광부·간호사를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였다.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자신의 최소 생활비만 남긴 채 나머지 돈을 한국으로 부치는 등 고단한 생활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에 불을 당기면서 각종 외화를 벌어들인 결과, 한국은 GDP 80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 부흥'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단순한 독재자로 폄훼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분위기였다. 국민에게 번영을 선물한 지도자를 단순히 독재자로 치부하기에는 대한민국이 누리는 행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좌우 진영을 떠나 암묵적인 동의였다.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양심과 염치는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고 있다. '박정희를 존경한다'고 하는 순간 삿대질을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장관 후보자까지 마녀사냥을 당할 지경이다. 그를 존경한다는 것은 곧 친일이자 매국을 의미하는 일이 됐다.

단적인 예가 바로 박정희 동상 기증식 테러 사건이다.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앞에서 민간 시민단체가 4,2m높이의 동상을 기증했다. 부지 소유 문제로 인해 본래 목적이던 '동상 제막식'은 하지도 못했다. 작은 동상 모형을 기증하는 형식으로 축소된 것에 그친 행사다.

그런데도 기념도서관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축이 된 좌파세력이 "차라리 황국 신민 동상을 세워라", "친일파 박정희 동상", "서울 땅에 어림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여론몰이에 들어간 것이다.

"박정희 개XX"라는 인신공격을 넘어선, 개인에 대한 테러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욕설도 흘러넘쳤다. 이러한 과격행동을 중재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상은 가치가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정본부와 시민단체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업이 정권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 "찬반 대립이 극심한 인물의 우표를 발행해 숭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킨 지도자의 우표를 발행하고 동상을 건립하는 것이 과연 우상숭배일까. 우표 발행과 동상 건립은 역사의 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 인물의 자료를 기록해 후세에 교훈을 전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하지만 좌파진영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박정희는 재평가조차 받을 가치가 없다"고 한다. 역사적 공과가 엇갈리는 인물이 비단 박정희 전 대통령 뿐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라는 상징적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북핵(北核) 개발을 방조했다는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광주에 위치한 김대중 컨벤션 센터와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없애자고 하지 않는다. 지난 9년 간 이른바 보수가 정권을 잡았음에도 그런 논의는 시도조차 된 적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일부 좌파인사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대손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자인 마냥 매도하고 나섰다. 독재를 이유로 박정희를 거부하는 이들이 더욱 심각한 독재 행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의 공(功)은 지워버리고 과(過)만 부각시킨다.

중국대약진 운동으로 수천만명의 아사자를 냈던 중국의 모택동, 그는 문화대혁명으로 수많은 이들을 학살한 과오를 가지고 있음에도 '공7 과3'을 가진 중국의 국부(國父)로 추앙 받는다. 북경 천안문에는 모택동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곳곳에는 그의 얼굴을 본딴 기념품을 판매한다. 그는 중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내세우자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도 적절한 재평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좌파진영은 "박정희는 안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박정희를 지워버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인지, 그 이유가 대한민국 부흥이라는 공(功)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인지를 묻고 싶다.

13일 동상 기증식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대부분 60~70대의 고령이었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흔히 '꼰대', '틀딱'으로 조롱받는 세대다. 이들은 대부분 '박정희 군부정권 19년'을 경험한 국민들이다. 모순적이게도 독재를 겪은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동상 기증식에 훼방을 놓는 좌파 세력을 향해 "너희가 전쟁을 겪어 봤어, 가난을 겪어 봤어?"라고 반문하며 "차라리 북한에 가서 굶어 죽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일부는 "그저 자랑스런 지도자 중 한 분을 기념하는 목적인데, 왜 동상 하나 세우는 것조차도 이런 비난을 받아야하느냐"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소 과격할 수 있는 일부 어르신들의 발언은 '경험'의 무서움을 꼬집는 듯 했다. 몸소 보릿고개를 겪어본 그들은 "내가 겪어봤던 굶주림과 가난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했다. 심지어 서슬퍼런 유신 시절 반(反)박정희 투쟁의 선봉에 섰던 운동권 출신들은 시간이 몇십 여년 흐른 지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에 앞장서고 있다.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박정희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반면 유신 독재를 온 몸으로 겪어낸 국민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기현상을 지켜보며 '박정희는 우리나라 산업화 세대의 자긍심 그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이 지적하듯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혼자 일군 것이 아니다. 지독한 가난의 고리를 끊고자 했던 우리 모두의 아버지·할아버지 세대가 몸 바쳐 일궈낸 역사다. 그렇기에 신(神)도 영웅도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상화 될 이유도, 좌우 진영의 정쟁이 될 필요도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틀딱'으로 조롱받는 대한민국 장·노년층들이 이후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 나라의 가능성'이다. 그를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국가를 일으킨 지도자의 공적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인신공격성 모독은 자제해야 한다. 그것은 2017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양심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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