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사 찍어내기 의혹, '박원순판 블랙리스트' 논란

朴 시장 최측근 변창흠, 'XX' 찍힌 기획경영본부장 사표만 수리
SH 측 "본인이 도의적 책임 지고 사표 제출 얘기 꺼낸 것" 해명

임혜진, 박진형 기자 | 최종편집 2017.11.15 16: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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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박원순판 블랙리스트'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원순판 블랙리스트'는 앞서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의혹이다. 당시 공개된 문건에는 SH공사 간부들의 정치 성향을 'OX'로 구분해 인사 평가를 한 정황이 담겨 있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해당 문건을 공개하면서 "SH공사에서 박원순 시장과의 친분 관계나 지지 여부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문건에는 '진보개혁', '박시장(박원순)'이라는 두 항목과 관련해 SH공사 1~2급 주요 간부들의 성향이 체크돼 있다. 두 항목에서 모두 'X'를 받은 두 명의 인사는 실제 한직으로 내몰리고 보직해임 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모두 'O' 평가를 받은 2급 팀장급 간부는 1급 처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SH공사의 변창흠 전 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변창흠 전 사장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게 있다고 할지라도 인사상 불이익은 잘못 해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은 "이야기는 들었는데 사실이 확인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문건의 존재 여부를 인지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SH공사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즉각 자료를 내고 "간부 승진인사는 인사고과에 따라 공정히 이뤄졌으며, 변창흠 사장이 이를 작성하고 지시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변창흠 전 사장은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었지만 블랙리스트 파동 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난 9일 퇴임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블랙리스트' 논란은 변창흠 전 사장의 퇴임 직전 SH공사 내부에서 재점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변창흠 사장이 회사를 떠나기 직전 블랙리스트 파동과 관련해 경영진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뒤 특정 인사의 사표만을 수리해 회사가 뒤숭숭했다"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떠나는 사람이 인사처리를 하고 가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변창흠 전 사장은 지난 6일 오후 1시경 사장실에서 경영진 7명을 불러 놓고 "서울시에서 내려온 지시이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회사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사직서를 나눠줬다.

사표를 제출한 경영진은 △이종언 기획경영본부장 △신범수 주거복지본부장 △장달수 건설안전본부장 △김소겸 택지사업본부장 △이용건 도시재생본부장 △김민근 공공개발사업본부장 △김현식 감사까지 총 7명이다.

특이한 점은 변창흠 전 사장이 이들 가운데 이종언 본부장의 사표만 유일하게 수리했다는 것이다. 

<뉴데일리>가 취재한 결과 이종언 전 본부장은 'SH공사 인사조직책임자(기획경영처장) POOL'이란 제목의 블랙리스트 항목 모두에서 'X' 평가를 받았다.

 

 

이종언 기획경영본부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변창흠 전 사장이 본부장 회의 때 블랙리스트에 대해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며 "사실상 그가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었다고 우리는 추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창흠 전 사장이 블랙리스트 논란에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취한 것과 상반되는 대목이다.

이종언 본부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국정감사 직후 블랙리스트 문제를 놓고 변창흠 전 사장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이후 변창흠 전 사장은 경영진 7명의 사표 중 이종언 본부장의 사표만 수리하고 나머지 6명의 사표는 반려했다. 

SH공사는 변창흠 전 사장이 경영진 7명 가운데 이종언 기획경영본부장의 사표만 수리한 것과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이 SH공사 측의 공식 입장이다.

SH공사 측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표를 제출했던) 7명 중 이종언 본부장만 사표 수리가 된 점은 맞지만 다른 분들은 사업관련 부서 책임자들이고 기획경영본부장직은 직접적으로 인사와 직결되는 부서"라고 해명했다.

SH공사 측은 "우리는 부사장직이 없어 사실상 기획경영본부장직이 부사장직이라고 보면 된다"며 "본인이 먼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 제출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낙하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변창흠 전 사장의 경영 방식과 관련해서도 이종언 전 본부장과 SH공사 측은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종언 전 본부장은 변창흠 전 사장에 대해 "자신의 측근 44명을 직원으로 채용했으며 그의 임기 동안 다른 기관과 체결한 MOU가 무려 300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코드인사로 자기 사람을 앉혀 놓고 과도한 경영방침을 세워 직원들의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종언 전 본부장은 "이로 인해 2017년 기준 30명에 가까운 직원이 질병휴직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종언 전 본부장의 주장에 대해 SH공사 측은 "이곳은 주거복지나 도시재생 등이 주력사업으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진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 개방형 직위는 정상적인 인사 조치"라고 반박했다. 과도한 MOU 체결과 관련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현재 SH공사와 서울시는 변창흠 전 사장의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시(2명), SH공사(2명), 서울시의회(3명)에서 각각 추천한 인사들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사장 모집 공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위원회가 최종 후보 2명을 박원순 시장에게 추천하면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 통상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사장 임명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되나, SH공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중으로 후임자 인선이 완료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거취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투명해지면서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설 후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실패할 경우 새로 취임한 SH공사 사장의 임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신범수 주거복지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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