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정국 對국회 소통 창구 급선무… 운동권 출신에 강성친문색깔로 호위무사 반열
  •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6일 사퇴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DB
    ▲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6일 사퇴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DB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지난 16일 전격 사퇴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당분간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주도하는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전병헌 수석의 후속 인사가) 언제쯤 예단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정무기획 비서관이 최선임이니, 비서관실 위주로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은 전날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전 전 수석은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도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 과정에서 한국e스포츠 협회에 후원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당시 회장을 지낸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뇌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청와대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전병헌 전 수석이 사퇴를 표명한 날 오후, 곧바로 수석들을 소개한 홈페이지에서 전 전 수석의 사진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기 전에 청와대 내부 실무진들이 전 수석에 대한 소개글을 삭제한 것이다.

  • 지난 16일 오후부터 청와대 홈페이지 모습. 전병헌 정무수석의 모습이 빠져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지난 16일 오후부터 청와대 홈페이지 모습. 전병헌 정무수석의 모습이 빠져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비록 전 전 수석이 불명예스럽게 사퇴하긴 했지만, 그의 사퇴로 인한 공백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후임 감사원장 인선 문제가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병헌 정무수석을 대신해 국회와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전병헌 전 수석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 정무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 행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또 정세균계로 분류돼 친문(親文)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인사다.

    현재 국민의당에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2012년, 당시 물러나는 전병헌 정책위의장을 두고 "전병헌 의장의 탁견과 미래를 보는 감각, 그리고 우리 사회에 당면한 시대적 과제, 시대정신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전 전 수석의 임무를 대행할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진 비서관은 대학교 1학년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참여한 운동권 출신이다. 젊은 시절에 민주당 내 보좌관 생활을 오래했고, 국회의원 시절에도 강성친문인사로 분류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시절 '호위무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전병헌 수석 후임에 대한 많은 하마평 중에서도 진성준 비서관이 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있다.

    진 비서관은 19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당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당내 전략 부분을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도 그는 색깔은 강하게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민순 회고록으로 촉발된 '대북결재' 논란이 일었을 때, "북한에 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게 뭐가 문제냐"고 주장한 것이다. 송민순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노무현 정부가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할지 여부를 북한에 물어봤고, 이로 인해 외교적 선택의 폭이 크게 줄었다는 내용을 적었다. 

    그러나 진 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정확성을 면밀하게 점검해 입장과 방침을 정해야 마땅하다"며 "북한에 물어보지 않았냐고 따지는 저들의 저의는 비열하고 악랄한 색깔론 공세이자 제2의 NLL북풍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렇듯 두 사람의 색채가 다른만큼 다가올 정기 국회에서 소통의 방식이 바뀔 가능성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적한 현안을 앞둔 여야 협치가 잘 풀릴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뒤따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병헌 전 수석의 사퇴와 상관 없이 대여투쟁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전 전 수석 사퇴 직후 "문재인 정권이 시작 초기부터 정치보복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로 활용해 권력과 상관없이 수사를 한다는 제스처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후임 인사로는 강기정·오영식·최재성 등 전직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거론된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 문제 등이 남아있어 빠른 시일내에 후보군이 정리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