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5형’ ICBM 발사 소식에 묻혀…2018년 3월 추락
  • 현재 지구 상공을 돌면서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中우주정거장 '텐궁-1호'. 이르면 2017년 12월 늦으면 2018년 3월에 지구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中우주국 공개 일러스트-스페이스 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 현재 지구 상공을 돌면서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中우주정거장 '텐궁-1호'. 이르면 2017년 12월 늦으면 2018년 3월에 지구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中우주국 공개 일러스트-스페이스 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1월 28일, YTN이 재미있는 보도를 했다. 하지만 이 뉴스는 이튿날 새벽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바람에 묻혔다. “추락 중인 中우주정거장 ‘텐궁-1호(天宮-1號)’가 한반도 상공도 지나고 있어 위험하다”는 뉴스였다.

    YTN 보도는 국내 언론들이 지난 9월부터 보도한 내용과 비슷하지만 결이 약간 다르다. YTN은 中우주정거장 ‘텐궁-1호’가 2016년 3월 임무를 공식적으로 종료한 뒤 통제 불능 상태로 지구 궤도 위를 돌고 있으며, 올해 가을부터 추락 속도가 빨라지더니 고도 300km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YTN은 “(텐궁-1호는) 앞으로 고도 하락이 점점 빨라져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지표에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의 말도 전했다.

    YTN은 “텐궁의 대부분은 대기권에 추락하면서 대부분 불타 없어지겠지만, 열에 강한 부품은 그대로 낙하해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텐궁-1호’ 잔해가 떨어질 가능성은 0.4% 정도로 낮지만 하루에 5차례나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고 있어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YTN를 포함, 국내 언론들은 “中우주정거장이 한반도에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우주에서 0.4%라는 비율은 작은 게 아니다.

    ‘텐궁-1호’는 中공산당이 ‘우주굴기’를 내세우며, 첫 디딤돌로 삼은 우주선이다. 2011년 9월 20일 발사, 임무를 시작한 ‘텐궁-1호’는 길이 10.4m, 폭 3.35m의 원통형 본체와 15㎡ 면적의 태양전지를 갖고 있다. 무게는 8,506kg 가량 된다. 지구를 90분에 한 번 씩 선회하며, 최저 고도는 290km, 최고 고도는 316km의 완만한 타원형 궤도를 돌도록 돼 있었다.

    中공산당은 ‘텐궁-1호’를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린 뒤 유인 우주선 ‘셴저우 9호’와 ‘셴저우 10호’를 보내 장기간 우주 실험을 벌이며 ‘우주 강국’임을 과시했다. ‘텐궁-1호’의 동력이 모두 고갈돼 통제 불능이 된 것은 2016년 3월 21일. 중국 정부는 이때 ‘텐궁-1호’가 통제불능 상태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후 美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英항공우주국, 日항공우주국(JAXA), 韓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세계 13개 우주개발기구가 모인 ‘기관 간 우주잔해감시 협력위원회(IADC)’가 본격적으로 ‘텐궁-1호’의 추락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美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中우주정거장 ‘텐궁-1호’가 2018년 3월 11일 전후 보름 사이에 떨어질 것”이라는 中우주국 관계자와 “2018년 1월에 부서지며 추락을 시작할 것”이라는 ESA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美‘뉴스위크’는 ‘텐궁-1호’가 북위 42.8도에서 남위 42.8도 사이를 오가며 지구를 선회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美북미방공사령부(NORAD) 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텐궁-1호'의 지구선회궤도. ⓒ스페이스플레어 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북미방공사령부(NORAD) 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텐궁-1호'의 지구선회궤도. ⓒ스페이스플레어 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1월 29일과 30일, 美북미방공사령부(NORAD)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위성의 궤적을 보여주는 사이트에서 실제 ‘텐궁-1호’의 최근 지구 선회 궤도를 찾아보니,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가며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도 ‘텐궁-1호’의 추락에서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일각에서는 길이 27m, 무게 80톤짜리 美우주정거장 ‘스카이 랩’이 1979년 7월 11일 지구상에 추락했을 때도 별 다른 피해가 없었다며, 그보다 훨씬 작은 ‘텐궁-1호’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다르다는 점이 걸린다.

    과거 소련 첩보위성 ‘코스모스’ 시리즈가 지구상에 추락할 때마다 유럽과 미주 지역이 전전긍긍한 적이 있다. 핵연료전지를 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中공산당은 최근 ‘핵추진 우주왕복선 개발계획’을 내놨다. ‘텐궁-1호’에 핵연료가 있을 가능성은 없지만 대기권 재진입에도 견딜 수 있는 용기나 위험한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은 없지 않다.

    한국은 항공우주연구원을 통해 ‘텐궁-1호’ 추락과 관련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1979년처럼 운 좋게 지나갈 수도 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