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업체 생산 ‘RD 시리즈’ 수십 가지 종류 있어
  • ▲ 북한이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화성-15형' ICBM 발사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화성-15형' ICBM 발사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1월 29일 북한이 발사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두고 국내외에서는 구체적인 성능과 제원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언론들 또한 군사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세계 군사전문가들, 北 화성-15형 분석 놓고 이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1월 30일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를 인용해 “북한이 쏜 ‘화성-15형’은 美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은 분명하지만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과거 舊소련 등에서 입수한 대형 탄도미사일의 부품 등을 활용해 조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마커스 실러’ 박사는 “화성-15형의 로켓 엔진은 화성-14형과 같은 것이지만 두 개의 연소실을 다 사용해 美본토를 타격할 사거리를 확보했다”면서 “(부품 등을) 구입해 조립하면, 개발하는데 2~3년 걸릴 것도 훨씬 더 빨리 할 수 있지 않느냐, 북한이 이렇게 빨리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데 대한 유일한 설명”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마커스 실러’ 박스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올된 舊소련제 엔진을 북한이 오래 전에 구매해 보유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화성-15형 미사일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두 개의 로켓엔진이 분사구가 움직이는 ‘짐벌(Gymbal)’ 방식”이라면서 “지난 3월에 시험 발사했던 미사일은 작은 보조엔진들이 비행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 것은 북한에게는 큰 진전이고 저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美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했다.

    美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화성-15형은 2개의 연소실을 가진 1단 추진로켓을 사용했는데 舊소련제 ‘RD-251’ 로켓 엔진과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면서 “더욱 커진 크기와 강력한 로켓 엔진으로 최대 1톤의 탄두를 美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 국방부는 12월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 자료를 통해 “북한 화성-15형은 비행 특성과 속도, 각 단의 분리, 외형 등을 고려할 때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 ▲ 북한이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화성-15형' ICBM 발사 직전 장면. 1단 로켓엔진 노즐의 윤곽이 보인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북한이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화성-15형' ICBM 발사 직전 장면. 1단 로켓엔진 노즐의 윤곽이 보인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국방부는 또한 “비행시험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며, ‘화성-15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 3,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사거리가 美워싱턴 D.C.에 도달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다만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종말 단계에서의 탄두 정밀유도, 탄두 작동 여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미국과 영국, 일본 언론들은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북한 ‘화성-15형’의 구체적인 성능과 제원 등을 추정하는 보도를 내놨다.

    北 ‘화성-15형’ 추진 로켓 ‘RD계열은 맞는데….

    한국 국방부와 미국, 일본 언론들이 북한 ‘화성-15형’의 성능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지난 8월 美뉴욕 타임스와 英텔레그라프 등이 보도한 英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전문가 리포트 덕분이다.

    지난 8월 14일 이들 언론은 ‘마이클 엘리먼’ 英IISS 선임 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마이클 엘리먼’ 선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그 어느 나라도 북한처럼 짧은 시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발전시킨 사례가 없다”면서 “북한이 해외에서 신형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엘리먼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화성-12형’ IRBM과 ‘화성-14형’ ICBM의 발사 장면을 분석한 결과 여기에 장착한 로켓엔진이 舊소련제 ‘RD-250’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 북한이 올초에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할 당시 모습. RD-250 로켓엔진으로 추정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북한이 올초에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할 당시 모습. RD-250 로켓엔진으로 추정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마이클 엘리먼 선임 연구원은 “이 로켓엔진 제조사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있는 ‘유즈마슈’社로 舊소련 때부터 2014년까지 해당 로켓엔진을 제조해 러시아에 납품했고, 2014년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前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물러난 뒤 경영 압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엘리먼 선임 연구원과 같은 주장은 美우주항공전문지 ‘스페이스 플라이트 101’이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이미 제기한 바 있었다. 하지만 발표자의 소속 기관과 보도 매체의 영향력 문제로 뒤늦게 화제가 된 것이다.

    아무튼 이 보도 이후 우크라이나 ‘유즈마슈’社의 RD-250 로켓 엔진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러시아 포병사령부 제식 명칭 ‘8D518’인 RD-250 로켓 엔진은 ‘사산화 질소(N2O4)’와 ‘비대칭 디메일 히드라진(UDMH)’, 액체 산소를 태워 2개의 분사 노즐로 발사하는 액체연료 로켓엔진이다.

    과거 舊소련제 ICBM ‘R-36’ 계열, 나토 코드 ‘SS-18 사탄’의 1단 추진체로 사용했다. 현재 러시아가 우주 발사체로 사용하는 로켓 ‘사이클론-2’와 ‘사이클론-3’의 원형이다.

    북한이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화성-14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만 해도 ‘RD-250’ 로켓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꽤나 설득력을 얻었다. 반면 ‘화성-15형’ 발사에서는 “기존의 것을 개량한 것”이라는 주장과 “완전 새로운 로켓”이라는 주장으로 갈리고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은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진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북한이 ‘화성-15형’의 1단 추진 로켓으로 RD-250만 사용했을 것이라는 전제를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다. 

  • ▲ RD-250보다 더 크고 강력한 RD-180 로켓엔진. 2개의 분사구가 있으며 보조로켓이 없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보도화면 캡쳐.
    ▲ RD-250보다 더 크고 강력한 RD-180 로켓엔진. 2개의 분사구가 있으며 보조로켓이 없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 보도화면 캡쳐.


    RD-250 로켓 엔진은 한 종류가 아니다. 원형인 RD-250을 시작으로 RD-250P, RD-250M, RD-250PM, RD-252, RD-262가 있고, 부품을 활용해 개량한 RD-251, RD-251P, RD-251M, RD-261 등의 모델이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유즈마슈’社가 제조한 로켓 엔진으로 범위를 넓히면 종류는 훨씬 더 많아진다. 北선전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2개의 추진 분사구에 추진력이 훨씬 더 강한 로켓 엔진으로는 RD-180도 있고, 중국이 YF-100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추진 로켓의 원형 RD-120도 있다.

    중국은 또한 RD-180을 입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YF-100을 원형으로 해서 자체적으로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YF-40은 2개의 연소실과 노즐을 갖고 있으며, 노즐에 3개의 모터를 달아 추진 방향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舊소련이 ‘아틀라스’, ‘타이탄, ‘미니트맨’, ‘피스키퍼’ 등 ICBM 종류가 분명한 미국과 달리 수십여 가지의 ICBM과 그 파생형을 만들면서 로켓 엔진도 새로 만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때문에 로켓 엔진의 아래 부분을 명확히 보지 않으면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명확히 알기가 어렵다.

  • ▲ 중국이 우주 로켓용이라며 개발한 YF-41A. ⓒ독일 로켓전문 블로그 'B14643' 관련사진 캡쳐.
    ▲ 중국이 우주 로켓용이라며 개발한 YF-41A. ⓒ독일 로켓전문 블로그 'B14643' 관련사진 캡쳐.


    하지만 변하지 않는 점도 하나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IRBM과 ICBM 모두 舊소련제 탄도미사일용 로켓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개발·생산한 업체가 지금은 우크라이나에만 있고, 설계를 했던 회사 ‘OKB-456’은 현재 ‘NPO 에네르고마쉬’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에서 영업 중이며, 이런 종류의 로켓 엔진을 면허 생산을 하는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사실이다.

    北선전매체의 ‘화성-15형’ 사진에 없는 것

    현재 한국 언론들은 북한 ‘화성-15형’을 분석하면서, 그 크기와 탄두부 모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북한전문매체나 군사전문매체는 ‘화성-15형’의 로켓 엔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로켓 엔진의 성능만 파악할 수 있다면, 최대 사거리와 탑재 가능한 탄두의 무게를 추정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탄두 핵미사일’인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11월 30일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화성-15형’ 발사 당시 사진 40여 장을 살펴보면, 로켓 엔진을 제대로 찍은 사진은 없다. 로켓 엔진의 분사구가 보이는 너댓 장의 사진 또한 흐릿한 편이다. 이를 보고 美‘38노스’는 “舊소련제 RD-251 로켓 엔진의 모양과 매우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화성-15형’의 1단 추진체 분사구가 확실하게 드러난 사진은 없었다. 마치 과거 냉전 시절 언론의 자유가 있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서조차 잠수함의 추진기 사진이 없었던 것과 비슷한 선전이었다.

  • ▲ 北선전매체가 공개한 '화성-15형' 관련 사진 가운데 로켓엔진이 상세히 나오는 사진은 없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北선전매체가 공개한 '화성-15형' 관련 사진 가운데 로켓엔진이 상세히 나오는 사진은 없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 ‘화성-15형’의 길이, 직경, 이를 수송한 9축 차륜의 수송용 차량 등으로 미루어 ‘화성-14형’에 비해 총 발사중량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 1단 추진 로켓의 연소 시간 등에 불과하다. 로켓 연소 시간은 연소 챔버와 연료 공급 펌프의 개량으로 바꿀 수 있어 정확한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가장 비슷한 실물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즉 북한 ‘화성-15형’의 구체적인 성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RD계열 로켓엔진’ 생산업체를 찾아 사실을 확인하는 게 차선책이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함부로 압력을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앞세운다면 해당 업체에 대한 정밀 실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면 북한이 ‘화성-12형’부터 ‘화성-15형’까지 탄도미사일 기술을 순식간에 발전시킬 수 있었던 ‘비밀’에 바짝 접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