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좌파' 반발 거세… 소득상위 10%만 제외 따른 행정비용 부담도 문제
  •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회의 도중 회의자료를 살펴보며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회의 도중 회의자료를 살펴보며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보편적 무상복지로 전락할 뻔한 아동수당이 선별복지로 전환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핵심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해 고심에 빠졌다.

    아동수당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0%, 연소득 1억 원이 넘는 부유층이면서도 좌파적 성향을 갖고 민주당을 지지해온 이들이 주된 반발 계층인데, 민주당은 이들에 대해서는 자녀세액공제 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달래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의결된 내년도 예산안의 협의 과정에서 아동수당이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하는 선별복지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본래 정부·여당은 내년 7월부터 만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을 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무차별적 포퓰리즘 무상복지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반발에 직면해,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고 지급하는 선별복지로 전환하게 됐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는 연 평균 소득 1억500만 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월 평균 소득으로는 875만 원 이상에 달한다.

    이들에게까지 굳이 국고에서 월 10만 원, 연간 120만 원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보이는데도,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센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란에는 "(대선) 공약대로 하라"며, 소득 상위 10%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하라는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다.

    자산 조사를 전제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용돈' 주듯 무차별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려던 발상이 결국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지나치게 쉽게 물러난 것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소득 상위 10%라는 극히 일부 계층만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선별복지인데도 마치 무상복지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당초 한국당은 복지의 취지에 맞게, 소득 하위 80~90% 미만 계층에게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액수가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1818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0~5세 아동 1만610명의 예를 들며 "이런 아이들에게도 월 10만 원씩 줘야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안 줘도 되는 어린이들에게는 안 주고, 힘든 어린이들에게는 더 줘야 하는 것"이라며, 아동수당을 무차별적으로 뿌리려다보니 '격려금'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고작 소득 상위 10% 계층을 제외하기 위해, 0~5세 아동을 둔 부모들이 재산 관련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를 검증해야 하는 등 행정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

    소득을 축소신고해 부정수급한 사례를 가려내고 이를 환수하는데 드는 비용도, 그냥 월 10만 원씩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 행정력과 행정비용 낭비가 심각할 전망이다.

    애초부터 소득 상위 50~70%를 크게 제외하고, 정말 국고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계층에게만 지원이 집중됐더라면 이 모든 어려움이 초래될 까닭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여당은 부유한 좌파 성향 지지층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아동수당 지급에 맞춰 폐지하려던 자녀세액공제 제도를 이들 계층에 한해 계속 유지하는 보완책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7월부터 만 5세 이하 아동들에게 월 10만 원씩이 지급되게 되면, 후년 소득분부터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의 자녀세액공제를 폐지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소득 상위 10%에 한해서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아동수당을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아쉽고 죄송한 일"이라면서도 "선별지급을 위해 행정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정수급 감시를 위해 (신규 공무원) 수백 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수당 지급 기준은 소득 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종합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며 "아동수당 지급에서 형평성 시비나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