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명호 전 국장 등 “불법사찰 지시받았다”...우 전 수석 “일상적 통화만 했을 뿐”
  • 국정농단 방조'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국정농단 방조'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지난해 가을 게임업체 넥슨과의 강남역 인근 땅 고가(高價)거래 의혹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우병우 전(前)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세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오전 10시30분, 이 법원 서관 321호 법정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11일 오후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이 받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지난 정부 적폐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개인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던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박민권 1차관을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 이광우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위원장 등에 대한 불법사찰을 국정원에 지시하고, 그 결과를 비공식적으로 보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의 다른 혐의 역시 ‘뒷조사’와 관계가 깊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3월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추진 중인 정책의 문제점과 개인 비리 의혹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과학계 블랙리스트 의혹’도 검찰이 눈여겨보고 있는 주요 혐의 중 하나다. 검찰은,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자, 우 전 수석이 국정원에 ‘연합회 산하 단체와 구성원들의 정치성향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불법사찰 지시를 받고 비공식 라인을 통해 보고를 했다’는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의 구체적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정원 내부 문건을 상당수 확보했다면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우 전 수석에 대한 앞선 두 차례의 영장청구가 법원에 의해 기각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범죄 혐의 소명(疏明)’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말 불거진,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파문’ 핵심 관계자 가운데, 지금까지 구속되지 않은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국정농단 특별수사팀은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은 우 전 수석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개인비리 의혹을 포함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우 전 수석을 불러 조사를 했지만,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이르지 못했다. 개인 비리 의혹도 의심스런 정황만 발견될 뿐,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대부분 무혐의 처분됐다.

    다만 검찰은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며 영장발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뒷조사 한 뒤, 그 내용을 비밀리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댜. ‘우 전 수석에게 주요 인물에 대한 사찰 결과를 보고했다’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의 진술도, 검찰이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보는 근거 중 하나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 직원들과의 전화연락은 통상적인 것이고, 불법사찰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 열릴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최윤수, 추명호 두 사람 진술의 신빙성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우 전 수석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을 은폐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우 전 수석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해 “앞선 영장 청구 및 재청구 사건은 이미 불구속 기소됐고, 이번 영장청구 건은 별개의 범죄사실에 관한 것으로, 일반적인 컴퓨터 배당에 따라 영장전담판사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