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법외노조 철회 외면하고도 촛불정부 자처할 수 있나?" 격렬 시위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법외노조 철회하라! 성과급 폐지하라! 교원평가 폐지하라!"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교사들이 15일 반(反)정부 투쟁에 나섰다. 띠에는 '단결', '투쟁'이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들은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교원평가 폐지', '노동3권 쟁취' 등이 새겨진 플래카드와 현수막 뒤에서 대오를 갖췄다. 이날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는 2,000여명(집회 측 추산)이 모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12.15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들어 30차례나 만났지만 정부는 우리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기어코 정부가 법외노조·성과급·교원평가 등 교육 3대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끝없는 '적폐'… 문재인 정부는 노동탄압의 상징?

    사회를 맡은 김용섭 전교조 사무처장은 "지난 정권의 노조 탄압으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건 만천하가 아는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 처장은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선언하자 감히 교육부가 (우리더러) 연가투쟁을 철회하라는 보도자료를 냈다"며 "교육부는 우리에게 이럴 것이 아니라, 청와대를 향해 법외노조 철회하라고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제 우리 동지들이 촛불과 횃불이 돼 이 적폐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있던 노조원들이 큰 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 전교조가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親文) 정부를 '적폐 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가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을 탄압하고 있고 집권 7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기다려달라고만 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도) 착취와 억압, 유린을 당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기다려달라는 한심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가"라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아울러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시간 연장하는 근기법 개악(改惡), 이를 연말까지 저지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노동탄압정부'이며 촛불정부도 아니라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文대통령 "법외노조 철회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이번 집회의 최대 쟁점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다.

    지난 2013년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받고 법외노조가 됐다. 전교조가 국보법 위반 등과 같은 범법 행위로 해직당한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주된 이유다.

    당시 전교조 노조원들은 통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 사건은 전교조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전교조는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문재인 정부가 공문 한 장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면 해결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가 요구하는 3대 사항(법외노조 철회·성과급·교원평가 폐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정부로부터 올해 안에 법외노조 철회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법외노조 철회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시기는 특정할 수 없다"다고 했다.

    성과급이나 교원평가 역시 전교조는 전면 폐지를 원하는 반면, 정부는 현행 제도 개선을 통한 완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법외노조 건보다도 양측 간 온도차가 크다.

    전교조는 연가투쟁 결의문을 통해서도 "이 3가지 요구안의 수용은 적폐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의 상징이며 교사의 노동기본권이 바로설 수 있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5시 20분경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로 이동해 대정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5시 20분경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로 이동해 대정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사진기자

     

    ◆전교조, 청와대 앞으로…"여기 다시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올해 안에 법외노조 철회하라! 올해 안에 성과급 폐지하라!"

    오후 4시 40분, 집회 시작 100여분 정도 지나 분위기가 무르익자 전교조 노조원들은 대열을 갖춰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세종로, 경복궁을 지나면서 끊임없이 구호를 외쳤다.

    선두가 효자치안센터에 도달한 것은 5시 20분경이었다. 미리 도착해 있던 정영미 전교조 조직실장은 후속 인원들도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앞서 도착한 분들은 뒷분들을 위해 도보에도 올라와 달라"고 했다. 치안센터 앞은 금새 발디딜 틈 없이 노조원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다같이 단결투쟁가를 제창하며 손을 치켜들었다.

    정 실장은 "작년 겨울 이후 여기 다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권리란 누구의 시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법외노조 철회는) 정부가 공문 한 장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갖고, 마냥 기다리라고만 하는 것은 적폐 청산이 아니라 연장"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명령을 실현하려는 게 아니라 마치 지지율 유지하고 이미지 정치를 하려는 것 같은데 5년은 그렇게 길지 않다"고 위협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정부는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노동자와 민중이 지켜보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며 "올해는 이렇게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촛불의 승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