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근세기 압축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배경에는 화석연료의 과다한 소비가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총 에너지의 97% (전체 수입액의 2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며 이중 83%가 화석연료이다. 이러다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이고 배출량 증가율은 OECD국 중에서 1위이다. 그 결과 지난 100년간 지구온도 상승이 0.74도인데 반해 우리는 지구평균의 꼭 두 배인 1.5도 상승, 제주도 근해 해수온도 상승폭은 세계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이런 이유로 모건스텐리 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스트레스와 민감성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로 한국을 꼽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와 우리만 교토의정서의 탄소의무감축국(Annex1)이 아닌 사실에도 국제사회는 단단히 벼르고 있다. 새로운 기후변화협상의 틀 속에서 선진국 진입 길목에 있는 한국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모든 개발도상 국가들의 커다란 관심사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향후 협상과정에 탄소감축의 폭이나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기술 및 재정적 지원의 양에 있어서 선진국들의 예상치 못한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압력에 대한 선제적 접근으로 글로벌 환경리더십의 확보와 비화석연료의 확보라는 키워드를 대명제로 두고 산림자원의 측면에서 가능한 해결방안을 살펴보면 두 가지 접근방법이 시급하다. 우선, 아시아를 비롯한 지구차원의 산림보전과 산림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기술 전수 및 공적개발원조 (ODA)의 확대를 통한 그들의 녹색성장을 측면 지원. 둘째, 해외 조림사업 등을 통한 적극적 해외 바이오에너지원 확보이다.

    산림을 잘 가꾸는 노력은 곧 CO2 흡수를 늘이고 녹생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주요 외국 선진국은 이런 중요성으로 인해 산림을 보전하고 잘 가꾸는 노력을 통해 많은 양의 CO2를 흡수 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유일의 국가적 차원의 조림성공 국가인 한국의 산림은 총 32MtC/년, 혹은 총 배출양 (594.4MtC/년) 대비 5.4%를 흡수하고 있다. 전세계 추정 흡수율 15%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산업화된 국가들에 비하면 (일본은 3%대) 상당한 노력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나친 산림전용과 자원 개발로 인해 오히려 CO2를 배출하는 나라들도 있다.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이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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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에서 자행되는 열대림 파괴로 인한 산림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7.4%로, 에너지공급(25.9%)과 산업(19.4%)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만약 이들 산림이 훼손되지 않고 탄소를 흡수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산림파괴로 인한 CO2 순손실은 기회비용을 포함하여 두 배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들은 제3세계의 산림훼손을 기후변화의 또 다른 주요 원인 제공자로 주목하고 있는 한편, 미래 자원확보라는 측면에서 지원을 통한 자원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신흥원조공여국(emerging donor)으로서 ODA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온 결과 1995년도에 1.1억 달러에 불과했던 원조규모가 2008년도에는 8.03억 달러를 기록하여 절대 규모면에서는 큰 증가세를 나타내었다. 하지만 총 국민소득 대비 ODA 비율(ODA/GNI)이 2008년 기준 0.09%로서 OECD-DAC(개발원조위원회, 22개국가로 구성) 회원국의 2008년도 평균 ODA/GNI 비율인 0.3% 및 UN의 2015년 목표치인 0.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연내 DAC 가입 되는 우리는 가입국 수준에 상응하는 ODA 지원을 국가 정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적 탄소감축의 선점과 자원확보라는 측면에서는 단순한 ODA의 증액이 문제의 해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가를 더 깊이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DAC 회원국가들의 임업분야 ODA는 5억불/년으로 전체 ODA의 0.7%에 달한다 (2001-06년 평균). 전체 ODA중 임업분야에 대한 차지 비율은 90년대 1.1%에서 최근 수년간에는 0.5% 수준으로 전반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임업분야의 ODA가 금액 면에서 정체인 데 반해 총 ODA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상 국가별로는 인도 (31%), 중국 (14%), 기타 아시아지역 (15%)으로 아시아가 전체 임업 ODA의 60%를 수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참고로 OECD가 사용하는 임업분야의 ODA코드는 임업정책과 행정관리, 임업개발, 연료목 및 숯, 임업교육과 훈련, 연구 그리고 임업서비스의 총 6개 항목에 국한되어 있고 일반적인 산림생태복구사업이나, 보전관련 사업은 제외된 다소 보수적인 정의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또 산림자원의 생태적 측면에서 유사한 일본의 (우리보다 단위면적당 약 3배의 산림바이오메스 보유국) 임업 ODA에 대한 전략적 투자이다. 일본은 총 ODA 중 임업부문에 무려 3.1%를 할당하고 있는데 (국가별로 할당율 1위는 핀란드 4.1%), 이는 2005-2006년 기준 2.6억불로 전 세계 임업분야 ODA의 57%에 달하는 압도적인 우위인 것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의 임업에 대한 지원과 자원 확보를 선점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의 임업 분야의 비율은 2000년 평균 0.5%으로 DAC 평균보다 다소 낮은 수치이다. 최근 수년간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1%대에 접근하고 있다(그림 1). 그러나 문제는 일본과의 심각한 격차에 있다. 단순 할당율에서 3.1% 대비 0.9%로 근접한 것으로 보이나 국가 총 ODA 격차가 10배 이상인 (일본:9,362백만불 한국:797백만불, 2008년) 점을 감안하면 총 임업ODA는 한일 간 30배 이상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일본의 집요하고도 체계적인 임업분야의 세계시장 투자에 우리가 견뎌낼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보면 된다.

  • 한국, 일본, OECD-DAC 국가에서 임업분야가 ODA에서 차지하는 비율.<br />*자료: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 Online.
    ▲ 한국, 일본, OECD-DAC 국가에서 임업분야가 ODA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료: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 Online.


    한국의 ODA사업의 주관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자료(2008)는 우리나라 임업ODA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사막화방지와 열대림복원을 위한 조림사업에 국한된 통계이기는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KOICA ODA사업은 유일하게 4개 아시아 국가에 국한되어있고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미얀마) 총 사업비도 1.8백만불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글로벌 환경리더십을 주창하는 우리에겐 너무나 초라한 대상국이며 투자액 숫자이다.

    총성없는 전쟁터인 기후변화시장과 자원시장의 교두보는 이미 선진국들에 의해 오래전에 선점된 듯 했다. 그러나 조림녹화의 기적을 보여준 한국의 저력은 이 전쟁에도 부족한 화력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력과 일본의 자금력 사이에서 불안정한 넛크랙커 신세였던 우리가 이제 역동적인 넛크랙커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40년간의 조림성공 실적과 G20에서 인정받은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정책을 앞세워 진실성과 새로운 비전제시로 진행되고 있는 해외조림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1993년도부터 시작된 해외조림사업은 이제 13개 기업이 호주, 인도네시아, 중국 그리고 파라과이에 이르는 8개국에 모두 18만ha에 이른다. 서울의 3배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이다. 접근성, 노동력확보 그리고 기후적응 등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성공한 어느 하나 자랑스럽지 않은 프로젝트가 없다. 이들의 성공 이야기는 2006년도 인도네시아와 50만ha 조림투자사업이라는 중차대한 획으로 이어진다.

    2006년 대한민국 산림청장과 인니 산림부장관 서명한 각서에는 장기․안정적인 산림자원 공급원 확보를 통한 목재수요 충당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조림사업을 위해 인니는 조림대상지 50만ha 제공을 촉진하고 우리 정부는 민간 투자기업을 유치하여 투자재원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같은 해 인니 측에서 조림대상지 20개소 55만ha 추천하였고 곧이어 한국측의 조림대상지 타당성조사가 실시되었다. 그해 말 한-인도네시아 산림포럼구성에 관한 MOU체결되고 양국 정상이 임석한 자리에서 50만ha 산림투자 촉진 및 후속조치 협력 등이 논의되었다. 이듬해인 2007년 민간분야 조림투자협력 MOU 체결되고, 한국측 산림조합중앙회와 인니 영림공사간 산림개발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되었다. 이어서 같은 해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중 '한․인도네시아 산림분야 기후변화 협력에 관한 MOU' 체결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산림분야 탄소배출권 조림사업 (A/R CDM) 및 산림전용방지 (REDD)에 대한 공동연구 추진이라는 중요한 교두보적 키워드를 담고 있다.

    이러한 양국 간의 신뢰바탕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 3월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 시, 양국정상 임석 하에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 산업육성 MOU'이 체결되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각서에는 인도네시아 측에서 목재바이오매스 조림을 위한 20만ha 대상지를 추가로 제공하고 한국은 목재바이오매스 활용을 위한 가공시설 설치 등 투자기업 유치를 규정하는 내용의 골자를 담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되어, 인니 중앙정부(산림부장관) 허가 수속 2건(134천ha), 지방정부(군수, 주지사 추천) 허가수속 1건 (35천ha) 그리고 국영공사와 합작투자 타당성 검토 중인 2건 (51천ha)이 이미 진행 중에 있다.

    필자가 한-인도네시아 간의 일련의 관계 설정을 '사건'이라 칭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같은 해 7월 인도네시아 정상이 일본을 방문하여 총리와의 면담을 할 당시였다. 이때 일본 농림수산성 대신은 '왜 한국에만 유독 국가차원의 조림지 제공을 해 주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탐내는 국가는 무수히 많지만 우리처럼 짧은 기간 동안에 최고의 대우를 받는 나라는 아직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일본은 아직 그런 특혜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억울함은 당연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상 (이후 재선에 성공한 유도요노 대통령)은 한국정부와의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넌지시 언급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넘어갔다고 배석자인 인니측 지인이 전했다.

    해외조림사업은 우리에게 기후변화와 자원외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해외조림 대상지 국유지화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토지소유를 외국인에게 허용하는 극히 일부 제한된 국가 (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를 대상으로 조림지를 매입하여 국토확장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가칭 광개토대왕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과제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한국영토를 넓히는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산림청과 산하 녹색사업단, 산조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관련 팀이 관개토왕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고 있다.

    한국의 해외 바이오에너지 확보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글로벌 리더화를 위한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이는 과거 전국토를 황폐에서 녹화로 이끈 우리의 DNA가 핏속에 흐르는 한 성공할 것이다. 2008년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의 '대한민국은 개도국 산림녹화의 모델, 세계를 다시 숲으로 덮을 수 있다'는 언급과 아킴 스타이너 UNEP 사무총장의 '한국조림사업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라는 언급에서 그들의 평가는 잘 나타나 있다. 이제 우리는 국민적 신뢰와 자신감으로 세계의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