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에 언론인 류근일씨가 쓴 <금강산이 미사일 '돈줄'이라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정일이 대포동, 스커드 미사일을 만드는 데는 막대한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정일은 위조지폐 제작, 마약 밀수출, 대량살상무기 수출, 개성공단 임금 착취, 금강산 관광 사업밖에는 달리 돈을 벌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미사일 공갈을 꺾는 길은 그의 그런 ‘지하경제’식(式) 돈줄을 죄는 것이란 이야기가 된다.

    앞에 열거한 3가지 범죄적 방식이야 국제사회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개성공단 방식과 금강산 방식은 우리가 대처하기 나름이다. 특히 금강산 방식은 남쪽 국민들의 소비자적 선택 여하가 좌지우지(左之右之)할 수 있는 문제다. 우리는 과연 금강산 구경으로 김정일 선군(先軍) 체제에 계속 떼돈을 안겨줘야 하는가?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DJ-노무현식(式) ‘오로지 햇볕만’은 원래 “북한 당국자들과 주민들에게 돈맛을 들여주면 북한체제는 점차로 개혁 개방으로 바뀐다”는 가설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가설은 ‘한 여름밤의 꿈’이었음이 드러났다. 우선 돈맛을 즐긴 것은 김정일 하나였지 북한 주민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김정일의 체제개혁이 아니라, 남쪽 국민과 세계인들을 겨냥한 그의 미사일 공갈이었다.

    그러나 김정일 미사일 때문에 정작 더 우습게 돼버린 당사자는 바로 국제정치의 ‘오리알’―‘노무현식(式) 자주외교’였다. 노무현 정권은 유엔에서 펼쳐진 국제외교에 한 다리는커녕 반(半) 다리도 끼우지 못했고, ‘장군님’의 ‘선군정치’ 덕을 보면서도 ‘배은망덕’했다는 ‘죄목’으로 북측에 의해 장관급 회담에 응해준 ‘은전(恩典)’마저 졸지에 몰수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도 ‘노무현-이종석 팀’은 여전히 “과잉대응은 긴장을 고양시킨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잉’은 ‘오로지 햇볕만’을 박살낸 김정일의 미사일이 한 짓인가, 아니면 중국까지 가세한 국제사회의 정당방위가 한 것인가?

    미국과도 멀어지고, 일본과도 척을 지고, 사모했던 중국에게까지 뒤통수 맞은 노무현 정권은 이젠 죽으나 사나 김정일과 함께 ‘우리 민족끼리’ 운운의 ‘나홀로 민족주의’로 내뻗는 수밖엔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조만간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노무현식(式) ‘우물안 민족주의’를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거부하고 ‘세계 속의 한국’으로 나갈 것인가? 세상물정깨나 겪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해야 세끼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그만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김정일과 그 남쪽 동업자들의 사이비 민족주의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분노한 사람들’의 단호한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 무력화 작업의 핵심은 곧 김정일 선군정치의 돈줄을 끊어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금강산 관광에 쏟아붓는 돈이 과연 ‘김정일 미사일 돕기’ 아닌 북한주민 돕기에 정말로 유효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따져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도대체 우리에게 미사일을 겨누는 김정일에게 금강산 관광입네 하며 알토란 같은 ‘군사비 전용(轉用)’ 가능한 현찰을 무조건 갖다 바치는 나라, 그러면서도 기껏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없다”는 귀싸대기나 맞고 다니는 나라가 이 세상 어느 하늘 아래 또 있다는 것일까?

    집권세력이나 한나라당은 그런 ‘봉 잡히고, 뺨 맞고’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자고 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소비자로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금강산 상품’을 불매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전쟁하자는 것이냐? 군사비 전용 증거가 있느냐?”며 저들은 ‘호들갑’을 떨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제정신 똑똑히 차린 사람들만이 막을 수 있고, 금강산 돈이 군사비로 전용되지 않았다는 증거 또한 없다. 이런 금강산 관광을 우리는 과연 더 이상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