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각료들은 국회에서 혼이 나야 되느냐”고 되물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이 가장 실패했다”는 발언으로 국회에서 질타당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감싼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은 오류(誤謬)가 없는 국가냐”고 반문하면서 다른 각료들에게도 ‘소신’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이 정권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국제공조’를 가볍게 여기고 ‘북한 끌어안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데 대한 의문이 풀린다. 현실과 유리되고, 위태롭기까지 한 ‘소신’의 근원은 노 대통령 자신이었던 것이다.

    한국은 갈수록 ‘왕따’의 늪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미국은 한국에 미사일 물자의 이전을 막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대북 금융제재에 적극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어제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대북 추가 제재를 위한 새 유엔 결의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식의 ‘과잉대응’은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여파는 한미동맹의 변질로 이어질 조짐이다. 미 의회조사국은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주일미군 지휘 아래 두는 것을 검토 중이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북의 혈맹(血盟)’이라는 중국까지도 미국과 공조하고 있다. 국유은행인 중국은행(BOC)은 마카오지점의 북한계좌를 동결했다. 5월 중국 선양의 미 총영사관에 진입해 머물고 있던 탈북자 4명 중 3명에게는 처음으로 난민지위를 부여해 미국행을 허용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만 ‘미국 때리기’와 ‘북한 감싸기’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4700만 국민을 ‘모험주의 외교’의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노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그제 한 특강에서 “한미동맹 해체로 자주(自主)를 얻은들 세계에서 고립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임기 1년 반밖에 안 남은 정권이 국가존립의 기반인 외교 안보를 이런 식으로 마구 흔들어도 되는 것인가. 그 후과(後果)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