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류하는 대한민국 정체성

    승산도, 얻을 것도 별로 없는 지리멸렬한 유엔 무대에 느닷없이 '참여연대'란 시민단체가 뛰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천암함 사건 조사가 믿을만한 것이 못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조건반사처럼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의 대꾸는 "이 친구들, 북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너무 단선적 사고이고, 생각의 격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하는 제 자신이 이렇게 격이 떨어지는 극단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스스로의 모순이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물리칠 수 없는 순간의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은 심한 좌절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철없는 아이들도 아니고 명색이 한국의 대표적 시민운동 단체란 것이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개탄이 나오는 것은, 조국을 떠나 사는 사람의 감상이 아니라, 조국의 정체성이 표류하고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이태호 사무처장의 궤변

    참여연대의 사무처장 이태호씨는 참여연대는 그동안 안보나 인권, 정치사회 쟁점에 대해 성명서나 의견서를 제출하는 활동을 계속해 왔다고 말하고, 이런 참여는 참여 연대만 그런 게 아니고 정부에 비판적인 NGO들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유엔의 시스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도 이락 전쟁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핵보고서를 내면 NGO들이 가장 열성적으로 미국 정부를 비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새삼스런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과잉반응을 하느냐면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NGO를 비판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부시가 이락 전쟁으로 숱한 음모론에 휩싸이고 비판을 당했지만 "'어느 나라 국민이냐' 하는 식으로 국가주의적인 주장을 하면서 국격이니, 국익을 운운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태호 사무처장이나 참여연대는 뭔가를 잘못 알고 있거나 껍데기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NGO의 겉모습만 흉내를 냈지 속정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수많은 NGO가 있지만 주류에 있는 시민단체들은 참여연대처럼 그렇게 경솔하고 비애국적으로 운신을 하지 않습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단체, 극단적인 운동 단체들은 별짓을 다하지만 거기에 눈길을 주는 미국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신망과 신뢰를 받는 시민단체가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맙니다. 간판뿐인 군소 정당의 행동과 나라를 책임져야할 주류 정당의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군소 NGO와 한 국가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시민운동 단체의 위치가 같을 수 없습니다.

    미국 국민들이 용서않는다

    미국의 시민의식은 이런 광적이고 비애국적인 극단주의 운동가들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태호씨는 부시 전 대통령이 NGO를 비판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주류 NGO가 한국의 참여연대 같은 철없는 이적행위를 하지 않았으니 그랬을 겁니다.

    참여연대는 변방에서 악을 쓰는 군소 운동단체가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 단체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수십 명인가, 수백 명인가의 참여연대 회원들이 정부관리가 되고, 총리까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는 이런 시민단체가 없습니다.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정치판으로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의심받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 수백 명으로 집단이 되어 특정 정부에 관리가 되면, 그 단체는 이미 시민운동 단체가 아니라 정치권력 단체, 권력의 하수인입니다.

    특정 권력과 이념의 하수인

    제 눈에 참여연대는 이미 특정 권력과 이념의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그 출발이 순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변질 되었습니다. 시민운동 단체가 순수를 상실하고 권력기구가 되면 그 깃발을 내려야 합니다. 이번에 유엔에 편지를 보낸 것은 참여연대로 하여금 그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은 양심과 진실을 믿으면서 잠자는 시대의 소리를 눈 뜨게 하는 귀한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의한 권력과 사회 부조리와 맞서야 하고, 때로는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박해와 음해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시민운동은 보석 같은 빛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시민운동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과 양식, 공평성과 형평의 정신입니다. 이념이나 권력, 금력, 인연에 자유스러워야 합니다. 비판의 잣대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해야 그 생명력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남한 정부의 천안함 사건을 유엔에 가져가지 않고는 양심과 양식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면, 동시에 그 잣대를 북한에도 적용했어야 했습니다.

    북한에도 같은 기준 적용했나

    참여연대는 그 기준을 북한에 적용했습니까?
    정치적 신념이 달라서 인간이하의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 문제를 유엔에 진정했습니까? 왕조적 권력 세습을 비판하고 권력자들의 횡포를 비판했습니까? 먹을 것이 없어 고향을 떠나 중국에서 거지와 창녀로 전전하고, 인신매매를 당하는 탈북자의 인권과 눈물을 유엔에 호소했습니까?
    그것을 외면했던 정부를 향해 과거의 인권운동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준열하게 꾸짖은 적이 있습니까? 탈북 했던 사람들이 북한에 끌려가서 공개 처형되었다는 기막힌 민족의 참상을 유엔에 진정한 적이 있습니까? 헌데, 왜 유독 남한 정부에 대해서만 그렇게 신랄합니까? 보수 정부라 그렇습니까? 제 나라 보수정부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북한 정권보다 더 밉습니까?

    참여연대 이태호씨는 미국의 NGO들이 이락 전쟁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의견서를 유엔에 보냈다고 했지요? 권력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상되는 것을 방지해야하고, 미국의 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지가 개선되어야 하기에 저는 이런 단체들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NGO들은 전쟁을 반대한 것이지 이락이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알케이다를 도왔다는 정부 주장을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시 정부의 정보가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 때까지 시민단체들은 정보 내용의 진위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소유할 수 없는 시민단체는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판단을 삼가는 것이 양식이고 도리입니다.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건을 판단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돌팔이 의사 수준도 못되는 인터넷 루머를 근거로 한국 정부 조사서에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제 나라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고, 시민운동의 품격을 실추시키는 것입니다.

    9.11에 의혹제기한 시민단체 없다

    9.11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배후가 미국과 이스라엘이고, 자작극이라는 뜬소문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신뢰받는 주류 시민단체가 이런 뜬소문을 근거로 유엔에 9.11은 알케이다 소행이 아니라 미국의 음모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까?

    만약 미국의 NGO가 이런 서한을 유엔에 보냈다면 부시 정부는 펄펄 뛰었을 것이고, 그 시민단체는 테러리스트 방조단체로 시민운동의 깃발을 내려야 했을 것입니다. 참여연대가 인터넷 소문 수준을 근거로 유엔에 편지를 보낸 것은 9.11이 알케이다 소행이라는 것에 의구심이 있다는 편지와 비슷한 것이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시민운동가들은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면서 용서를 빌던가, 아니면 문을 닫아야지요.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서방 세계를 가장 자극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홀로코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시대가 목격하고 독일 당사자가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인류의 대 학살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데서 아마디네자드의 신뢰와 신망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아무리 미워도 역사에 엄연히 있었던, 그것도 6백만명을 학살한 전대미문의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을 참여연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애국심 없는 좌파는 적의 편

    아무리 잘못해도 시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확실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권력이 있지요? 북한도 그중에 하나지요. 당신들도 그런 사람들이 되려고 합니까?
    좌파의 가장 큰 함정 가운데 하나가 애국심입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애국심이 없는 좌파는 설 땅이 없습니다. 하물며, 한국 같은 분단 상황에서 애국심이 없는 좌파가 설 땅은 어디입니까?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분단 상황에서 애국심이 없는 좌파는 적의 편입니다.
    참여연대, 당신들은 대한민국의 적입니까?

    무엇보다도 참여연대의 유엔 편지가 청맹과니처럼 된 것은 현실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국민이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말을 지지해서 홀로코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이스라엘 국민이 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인민이 이스라엘의 점령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는 팔레스타인 인민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란으로 가든가, 이스라엘로 가야지요.

    한국땅에 살 권리도 자격도 없어

    참여연대가 유엔에 편지를 쓰고 있는 한국은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가 북한의 주장과 같은 것을 들고 나섰다면 그 단체나 그 사람들은 이미 남한에 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면 냉전시대 사고라고 말하겠지만 세상이 아무리 지구촌 화해시대가 되어도, 인간이 몸담아 살고 있는 공동체, 내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내 아들 딸을 공부시켜주고, 그들의 미래를 책임져 주는 국가의 존재는 영원합니다.
    그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그 국가에 살 권리도 자격도 없습니다.

    천안함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에 견딜 수 없어서 북한 편을 들게 되는 편지를 유엔에 보냈다고요? 어디까지나 양심의 편지이고, 진실을 밝히려는 편지이지 북한 편을 드는 게 아니라고요? 당신들 그런 판단력과 분별력으로 나라의 의식을 바로잡는 시민운동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들은 시민운동을 죽이고 있습니다. 잔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민주운동과 통일운동을 함께 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민주 후통일'이란 말이 나왔지요. 민주운동과 통일운동을 함께 하면 민주운동을 그르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딸 성폭행범 재판관에 딸의 주장 비판?

    그 때 민주와 통일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경했던 사람들, 나중에 거의가 친북 사람들이 되더군요.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는,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라는 말이 있지요? 운동을 하거나 나라 일을 하려면 그렇게 진중하고 세밀해야합니다. 당신들의 편지가 북한에 이용될 수 있고, 천안함 사건을 그르칠 소지가 있으면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않는 분별력이 있어야지요. 오이 도둑으로 오인될 수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당신들이 살고 있는 땅은 어디입니까?
    당신들의 딸이나 누이가 치한들에게 성폭행 당해서 재판정으로 갔을 때, 내 딸이나 누이의 주장에 의구심이 있다고 판사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면 당신들은 어떤 아버지, 어떤 오빠입니까?

    국가란 것은 그런 공동체입니다. 북도 형제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형제가 형제를 죽이고, 아직도 죽이고 있다면, 그런 광포한 형제를 두둔하기 위해 피해당하는 형제를 의심하고 외면하겠습니까? 전쟁터에서 지휘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군인은 총살형입니다. 그래서 전쟁은 이성을 잃게 하고 무서운 것입니다. 분단은 준전시 상황입니다. 천안함은 준전시를 전쟁 상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적군의 편을 들겠다고요?

    6.25전쟁의 진실도 의심하겠지요?

    도대체 당신들이 외치는 진실은 무엇입니까?
    당신들의 진실은 대한민국의 진실과 다릅니까?
    당신들은 6.25 전쟁의 진실도, 아웅산의 진실도, KAL기 폭파 사건의 진실도 의심하고 있겠지요?
    그런 진실로 천안함 사건을 밝힐 수 없습니다. 현실의 역사가 목격한 6.25를 부인하는 사람과 체제가 엄존하는 것이 분단 조국의 '또다른 진실'입니다. 이런 진실의 시각으로 천안함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신들은 철부지들의 춤을 추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철부지 춤을 국제무대에서 보는 마음에 고통을 느낍니다.
    인간이 사는 땅과 상황에 따라 사고도 달라지고 몸가짐도 달라집니다. 분단 상황에서, 과거 같은 증오 의식도 병이지만, 분단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고 위기입니다. 분단 상황에서, 그것도 천안함 같은 전시적 상황에서 내나라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유엔에 편지를 쓴 것은 적의 편을 든 것입니다.

    당신들은 진정으로 시민운동가들입니까?
    시민운동가의 생명은 순수와 양식입니다. 분별력과 판단력을 잃은 이념의 병자들이 어떻게 나라의 정신과 의식에 도전하고 교정하는 시민운동을 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시민운동의 격을 파괴하고, 시민의식을 왜곡시키고, 국가를 흔들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시민운동의 깃발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념의 전투장으로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