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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면, 욕망, 일상, 여성 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세계에 대한 탐구, 자신의 존재를 쉬이 드러내지 못하는 미세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 그들의 흔들리는 내면에 대한 섬세한 성찰 등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 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공장에 다니며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다 최홍이 선생님을 만나 문학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조리 베껴 쓰는 것이 그 수업 방식이었다. 그 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스물두 살에 등단하였을 때는 그리 주목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창작집 ‘겨울우화’를 내고,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하다가 1993년 장편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강물이 될 때까지’, ‘풍금이 있던 자리’,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자, 혹은 다가설 수 없는 것들에 다가서고자 하는 소망”을 더듬더듬 겨우 말해 나가는 특유의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인간의 내면을 향한 깊고 유니크한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울림이 큰 문체로 존재의 미세한 기미를 포착해내던 그는 삶의 시련과 고통에서 길어낸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작품세계를 넓혀가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 장편 집필에 집중하며 한국문학의 대표작가로 자리를 굳힌 그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2009년 최고의 화제작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19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어 세계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문학동네 펴냄, 380쪽, 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