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명한 CEO

    미국 자동차 업계의 거인인 GM은 회사의 간부들이 급변하는 세계 시장을 위해 혁신적인 디자인 등등, 변화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GM의 CEO와 이사진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감히 누가 우리를! 우리는 자동차 업계 왕이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켜 우리만의 스타일을 유지한다.'
    일본차들이 무섭게 추적해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변화를 허용하지 않으며 “GM의 전통이 최고” 라는 오기로 버티다가 결국은 파산위기에 처해 국가에서 구제해주기에 이른 것입니다.
     
    37년간 Boeing 회사에 재직하며 Boeing 777을 탄생시킬 때 핵심 멤버였던 Alan Mulally는 지난 2006년 미국 Ford 자동차 회사의 CEO가 된 후,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지는 쳐내기도 하고 반대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지사는 합치기도 하는 등, 이사진들의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혁신을 하나 또 하나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 한 예로 한 때는 세계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여기저기 40여 개로 분산되어있던 상품개발팀을 하나로 뭉쳐 버린 것입니다.  
    그 회사에 오래 몸담고 있던 사람들의 눈에 그는 외계인이었습니다. 그가 행하는 모든 방침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비행기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 자동차 업계에 대해 뭘 안다고 설치는가? 아예 Bill Ford 회장에게까지 찾아가 그를 헐뜯는 이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비행기 한 대에 들어가는 부속품은 4백만 개인데 비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속품은 1만개라는 점만 다를 뿐, 기술면에서나 정교함에서 비행기와 자동차 제작이 다를 바 없다면서 그 어떠한 음모나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가 개인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한 것이기에 그는 당당하게 자신이 세운 계획을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최고품을 생산하지 않고는 그 어느 국가도 세계 경제시장에서 앞설 수가 없다.”
    “세계 일등국가 국민으로 부를 누리며 살고 싶으면 경쟁에서 스스로 노력해 얻어야 한다.”
    Alan Mulally의 말입니다.
    파산위기에 처한 GM과 Chrysler는 정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폐업을 면했지만, Ford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Ford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예상합니다.
    “우리 방식대로, 우리 전통대로, 해나가겠다.” 라고 공언한 GM의 무모한 CEO. Rick Wagoner는 결국 자의든 타의든 그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끝을 맺었지만, GM의 손해는 막대합니다. 

    기업체든, 국가든, CEO가 여기에도 솔깃, 저기에도 솔깃, 우왕좌왕 한다면, 앞날을 위한 설계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한국의 세종시 수정안이 수도분할이라는 역사의 엄청난 과오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방 선거 결과에 따라 그토록 가볍게 그냥 “없던 일로 합시다”하고 끝맺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개인 또는 정당의 인기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진정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수정안이었다면 어떻게 그토록 가볍게 뭉개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세종시 수정안은 이미 “끝난 일”이 아니고 국민투표에 붙여서라도 재검토해봐야 할 사항입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의 교육조차 성에 차지 않아 어린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최근 신재민 장관 내정자,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등,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도 아니고 서울 안에서조차 이렇게 학군 따라 위장전입까지 하는 판국인데 과연 세종시로 아이들 학교를 옮길 것인지, 이것이야말로 옮겨가야 할 부처의 당사자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4대 강 또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중대한 사업입니다.
    오염된 물 때문에, 홍수 때문에, 극심한 가뭄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4대 강을 살려서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대재앙을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이런 중대 사업들이 정당간의 정략적인 포퓰리즘 대결로 취급되어서는 결코 안 될 일입니다.

    현명한 CEO는 비방이나 모함에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신념과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 자손들을 위해, 국가 정책을 추진해나가기 바랍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