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항모 파견, 중국 겨냥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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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서해로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보내면서 중국의 대북(對北) 압박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전망했다.

    WP 인터넷판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조지 워싱턴호를 파견해 한국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청중인 중국"이 대북 제재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자 조지 부시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면서 부시 전 대통령은 해군을 서해로 보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실험, 대남 공격에 대해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내려 했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소장은 "중국은 우리 측(미국)으로부터 군사 개입 전망에 우려할 때라야 대북 제재에 나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그러나 "중국이 나설 뜻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북한 정권 붕괴를 우려하는 중국은 북한과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는 올해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 번이나 초대하고 대북 경협을 확대하는 동시에,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북한 비난을 거부한 것 등을 꼽았다.

    특히 신문은 중국 관리와 학자들의 말을 인용, 중국 공산당이 북한 정권의 생존을 자국에서 통치 문제와 직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중국의 안보분야 고위 관리가 지난 여름 인터뷰에서 "북한은 동독과 같다"면서 "동독이 붕괴했을 때 어떻게 됐는지 기억나느냐? 소련이 무너졌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APARC)의 대니얼 슈나이더는 이에 대해 "강대국이 정말 나쁜 의존국(really bad client state)과 함께 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평했다.

    슈나이더는 계속해 미국이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보내는 것은 한반도의 불안정이 미국을 포함, 모든 방향에서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기 위해 "필요한 첫 단계"라면서 "미국은 (중국을 향해) 신뢰할만한 위협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인터넷판도 오바마 행정부가 조지 워싱턴함 파견을 통해 호전적인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북한과 중국에 말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중국을 향해 '당신의 이웃에서 군대가 출현하는 것을 싫어하겠지만, 미국의 한국 방위 강화는 공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결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이 나쁜 방향으로 행동하는 우방(북한)을 통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지역에서 중국에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CSM은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일일이 명령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의 불안정을 초래해 "유용한 동맹국"을 잃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오바마가 한반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24일 오바마 대통령이 (남북한) 접경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발표한 것은 한반도 위기에 최악의 대응"이라고 혹평했다.

    인디펜던트는 앞서도 조지 워싱턴호가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해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북한의 태도를 바꾸지 못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디펜던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응은 확고한 결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무익한 '정치적 제스처'라면서 무력시위가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나아가 미국이 한반도지역의 변화를 강제할 만큼 확실한 군사적 우위도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말고 협상을 계속하면서 내부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