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경 거부당하자 "중국 홍콩자치 속박"비판
  •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의 주역 왕단(王丹)이 민주인사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홍콩 입경 비자를 신청했다 거부당하자 "일국양제(一國兩制)는 거짓말"이라면서 중국과 홍콩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대만에 머물고 있는 왕단은 26일 성명을 발표, "홍콩 방문 시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정부는 방문 신청을 거절했다"면서 "실망을 표현할 길이 없으며, 슬픔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명보(明報)가 27일 보도했다.

    특히 왕단은 "이번 홍콩정부의 결정은 이른바 `일국양제'가 사람을 속이는 거짓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면서 "홍콩정부는 이미 자치의 권리를 철저하게 포기했으며, 중국의 의지가 이미 홍콩의 자치를 속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왕단과 신장위구르 자치주 출신의 우얼카이시(吾爾開希) 등 톈안먼 민주화 시위 주역들이 오는 29일 엄수되는 세토화(司徒華)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支聯會) 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청한 홍콩 입경 비자를 26일 공식적으로 거절했다.

    홍콩 입경처는 그러나 비자 발급 거부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홍콩 정부는 1997년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일국양제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왕단이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홍콩 입경을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

    톈안먼 사태 당시 베이징대 역사학과 학생으로 학생시위를 주도했던 왕단은 이후 반혁명선동죄와 정부전복음모죄 등으로 두 차례에 걸쳐 7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가 1998년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석방됐다.

    왕단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하버드대에서 역사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영국 옥스퍼드대 객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 대만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왕단은 지금까지 수차례 홍콩 방문 비자를 신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홍콩 정부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홍콩 방문을 허용한 적이 있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 20주년을 맞아 지난해 5월 말 학생운동 지도자 가운데 한명인 슝옌이 17년 만에 홍콩 땅을 밟은 바 있다.

    홍콩 당국은 또 2004년에도 톈안먼 민주화운동 학생지도자였던 왕차오화(王超華)에 대해 공개활동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홍콩 입경을 허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