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유의 대지진과 초대형 쓰나미로 이웃국가 일본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언론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향후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쾌거가 그 사이에 이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순방 기간 동안, 유전개발 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인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캐낼 수 있는 아부다비 유전 개발권을 따내는 양해각서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체결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국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15% 수준까지 확보하게 되어 에너지 수급의 전략적 완충 수준으로 인식되는 자주개발률 20% 선에 성큼 다가서게 되었다. 현정부 출범 이전에 약 4%대에 머물렸던 자주개발률은 2008년 5.7%, 2009년 9%, 2010년 말 10.8%로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이번에 단번에 15%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아부다비 유전 이외에도 5억 7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미개발 3개 광구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보장하는 양해각서 체결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부다비 유전은 이미 경제성이 확인되어 ‘탐사 리스크’도 없이 채굴이 진행 중인 데다가 확보량의 하한선만 정해졌고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부다비 원유 600만배럴을 우리나라 비축시설에 무상 저장하고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한 점이나, 향후 증산되는 아부다비 원유를 하루 최대 30만 배럴까지 최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에너지 위기와 같은 유사시 에너지 안보를 위한 보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2009년 12월 UAE 정부로부터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받은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부지 건설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석유 프리미어 리그’, ‘전세계 석유 1번지’ 등으로 평가받는 UAE 아부다비에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진입함으로써 미국·프랑스·영국·일본에 이어 다섯번째로 이름을 올린 점이나 원전 수주 1년 여밖에 안 된 시점에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이 열리고 여기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한 점은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얼마나 확고하고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나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원전, 유전 분야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와 금융, 보건, 국방 분야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본계약 체결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조건들과 메이저업체의 견제 등 모든 돌발변수를 면밀히 검토하여 최상의 본계약 체결에 이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양국 간의 전략적 동반 관계가 밀월 관계인 이 때 정부 차원을 넘어서 양국의 기업들 간에 상생의 경제 협력이 조속히 이루어짐으로써 양국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