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경기교육감, 이젠 유치원도 공짜급식 :일방추진…자치단체 곤혹

  • “깡패도 이렇게 무작정 ‘돈 내놔’ 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소속 경기도 A 시장이 최근 <뉴데일리> 기자와의 만남에서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초선으로 당선될 때만 해도 의욕만큼은 충만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시 재정 건전성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길도 닦고 공공기관도 지어야 하는데 돈 구하기는 쉽지 않다. 산하단체들은 예산이 부족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최근에는 이런 푸념도 하기 어려운 걱정이 생겼다. 갑자기 경기도교육청에서 내년부터 유치원 세금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해오면서부터다.

    없는 살림에 예산을 짜내 올해 초등학교 세금급식을 실현시켰던 그였지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무상급식 일정을)미루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내 최대 공약이지 않았느냐. 다행히 경기도에서 지원금이 나와 가까스로 실현은 시켰지만, 그 여파가 내년 예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부터 중학교도 무상급식 한다기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갑자기 유치원까지 예산을 지원하라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 전면 무상급식을 처음 주장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이번에는 유치원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지자체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사진은 복지포퓰리즘 추방본부에서 벌이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반대 서명 운동. ⓒ 연합뉴스
    ▲ 전면 무상급식을 처음 주장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이번에는 유치원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지자체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사진은 복지포퓰리즘 추방본부에서 벌이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반대 서명 운동. ⓒ 연합뉴스

    ◇ 막무가내 유치원 세금급식, 돈은 누가 내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때 아닌 유치원 세금급식을 제창하고 나서 논란이다.

    전면 세금급식 예산의 절반을 충당한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에 허우적대고 있지만, 김 교육감은 당초 공언했던 2014년 중·고등학교 전면 세금급식에서 더 나아가 유치원생 15만명의 점심값도 책임지겠다고 덤빈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경기도의회를 점령한 민주당 도의원들과 각 시·군 민주당 단체장(18곳)들의 지지에 힘입어 올해 초등학교 전면 세금급식을 거의(93.5%) 실현시킨 뒤 한껏 기세가 오른 느낌이다.

    최근 김 교육감은 오는 9월부터 유치원 세금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만 5세이상 세금 지원 교육 정책에 따라 유치원도 이제 의무교육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추진 이유였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유치원 전면 세금급식에는 필요한 돈은 연간 600억원. 이 중 현재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268억원을 제외하면 추가적으로 332억원의 예산이 더 있어야 한다.

    문제는 추가 예산 332억 중 교육청이 내는 돈은 절반인 166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나머지는 또 각 시·군에게 손을 벌릴 계획이다.

    정작 함께 돈을 내는 지자체들은 자신들과는 이렇다 할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표하는 김 교육감의 행태에 황당한 표정이다.

    하지만 괜히 반대했다가 공공의 적으로 몰릴 것이 뻔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꼼짝없이 또 내년 예산을 짜내야 할 형편인 것도 사실.

    A시 관계자는 “더 이상 짜낼 예산도 없는데 김상곤 교육감은 또 자기 사업에 돈을 내놓으라는 얌체 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정작 그래놓고는 생색은 혼자 다 내는 모습이 영 못마땅하다”고 혀를 찼다.

    더 아이러니 한 점은 이번 세금급식 정책에 어린이집이나 영어·미술학원 등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유치원은 교육청 관할이지만, 어린이집이나 나머지 보육시설은 지자체 담당이다. 때문에 각 시·군들은 자신의 책임인 어린이집보다 유치원 세금급식에 먼저 돈을 줘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일어날 전망이다.

    내 자식도 못 챙기는데 남의 자식 먼저 밥상 차려 주는 격이다.

    A 시장은 “나 역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의지는 아직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단 하고보자’식의 무리한 추진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도 괜히 반(反) 김상곤 발언을 했다가 돌아올 여론의 비판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현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