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은 '샴페인 사회주의자'(champagne socialist)?
  •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자 유력한 프랑스 대권 주자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62)이 최근 미국에서 성폭행 미수로 기소되자 프랑스 정가 안팎에서 음모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앙리 드랭쿠르 국제협력담당장관은 15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함정인지 아닌지 개인적 의견을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스트로스-칸과 개인적ㆍ정치적으로 가까운 이들은 사생활을 둘러싼 언론보도 등 최근 정황을 들어 그가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자문역을 지낸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성폭행 미수 사건이 발생한 곳이 프랑스 자본이 소유한 '소피텔'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스트로스-칸이 측근의 포르셰 승용차를 타고 있는 사진이 프랑스 언론에 유출된 지 약 1주일 만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함정' 의혹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사진 공개 후 여야의 정치적 경쟁자들과 언론은 야당인 사회당의 대권 주자로 부상한 스트로스-칸이 국가정상급이 이용하는 호텔과 고급 승용차, 맞춤 양복을 입는다며 '샴페인 사회주의자'(champagne socialist)라고 비아냥댔다.

    샴페인 사회주의자는 '캐비아 좌파'와 마찬가지로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하는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용어다.

    스트로스-칸의 약점이 '여자문제'라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2008년 스트로스-칸은 IMF 직원과 추문 및 관련한 권력 남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IMF 본부가 워싱턴 D.C.에 있고 15일 독일에서 일정이 있는 스트로스-칸이 13일부터 뉴욕 맨해튼 소재 고급 호텔에 투숙한 이유도 의문점이다.

    종합하면 평소 여자문제 등 약점이 있는 스트로스-칸에게 부정적인 사생활이 노출된 데 이어 목적이 불분명한 일정 중에 성폭행 혐의까지 받게 되자 누군가 그의 일정을 알고 덫을 놓았다는 일종의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야당 내 경쟁자들은 여자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스트로스-칸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여왔다.

    드랭쿠르 장관도 "자동차(포르셰를 가리킴)와 고급 양복 구설수에 이어 아주 짧은 시간에 사건이 또 터졌다는 데 주목한다"고 말했다.

    스트로스-칸은 사회당 소속이지만 정책적으로 중도우파에 가까운 입장을 취해 프랑스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안으로 여겨질 정도여서 무난하게 야권의 간판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IMF에 타격을 입히려는 국제적인 음모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파리지구 광역의원인 미셸 사반은 "스트로스-칸이 유혹에, 또 여자에 약하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들은 그 약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이번 성폭행 미수 사건이 무혐의로 끝난다고 해도 스트로스-칸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탈리는 "그가 함정에 빠졌고 잘못이 없다고 해도 (대권) 후보가 될 수는 없다"며 경선 참여불가 입장을 나타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