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 5500만원+@만 허공에 날려
  • ▲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신호등 교체작업을 하던 모습ⓒ연합뉴스
    ▲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신호등 교체작업을 하던 모습ⓒ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3색 신호등이 결국 전면 폐지됐다.

    운전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여론이 많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교통 신호 시스템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이랬다저랬다 하는 경찰 행정 덕분에 애꿎은 혈세만 공중에 날아갔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3색 화살표 신호등을 확대 설치하는 계획을 보류한 뒤 시간을 갖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서울 도심 11곳에서 시행 중인 시범 운영도 중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운영한 지방을 포함해 모두 53곳의 교차로에서 3색 신호등을 즉시 철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3색 신호등에 대해)국민의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다. 13일 개최한 공청회보다 더 좋은 홍보환경은 없었는데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이 절반이고 현재 진행 중인 포털사이트 여론조사에서도 90% 가까이 반대하는 실정"이라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좋은 정책이지만 초기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며 "많은 국민이 선입견을 품고 있어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더는 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경찰이 2년간 준비한 3색 화살표 신호등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경찰 행정의 신뢰성에 흠이 될 수도 있지만 겸허히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행 보류에 따른 비난은 경찰이 감수할 수밖에 없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끝까지 당당한 모습은 잃지 않았다.

    하지만 조 청장은 정작 어디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불거지는 문제는 3색 신호등을 교체하면서 사용된 예산이다.

    신호등 교체를 결정한 쪽은 경찰이다. 그런데 신호등을 설치한 곳은 서울시청이다. 교통 신호 체계를 결정하는 권한은 모두 경찰에 있고 지자체는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의 이번 정책 철회에 따라 서울시는 투입했던 예산 55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꼴이 됐다. 여기에 다시 기존 4색등을 설치하는데도 수천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태다.

    조 청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는 했지만, 정작 땅에 버려진 서울시 예산까지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경찰 쪽에서 구체적인 공문을 보내지 않아 추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솔직히 억울한 건 사실이다. 경찰의 행정 실수로 서울시만 민원은 민원대로 시달리고 예산까지 낭비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