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리 상사에게 두번째 명예 훈장 수여 오바마, 20분간 공적 하나하나 열거
  • ▲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에게 ‘명예의 훈장’을 걸어준 뒤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에게 ‘명예의 훈장’을 걸어준 뒤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한 르로이 페트리(32) 상사에게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했던 미군 가운데 생존자로 이 훈장을 받는 것은 지난해 11월 살바토르 준터(26) 하사에 이어 2번째.

    페트리 상사는 베트남전 이후 명예훈장을 받는 2번째 생존군인으로도 기록됐다.

  • ▲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에게 ‘명예의 훈장’을 걸어주고 있다.ⓒ연합뉴스
    ▲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에게 ‘명예의 훈장’을 걸어주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08년 5월 26일, 페트리 상사는 동료 부대원들과 함께 아프간 파크티아 지역에서 탈레반 기지에 대한 급습 작전에 참가했다.

    동료 부대원 두명 옆으로 수류탄이 날아들었다. 이를 본 페트리 상사는 바로 달려들어 수류탄을 낚아챘다. 이미 양다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수류탄을 던지려는 순간, 쾅! 굉음이 났다. 손에서 수류탄이 폭발한 것. 결국 페트리 상사는 오른손을 잃었다.

  • ▲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가 명예 훈장을 받은 후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가 명예 훈장을 받은 후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손을 잃은 상태에서 페트리 상사는 당시 침착하게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이 부상당했다고 본부에 알렸다. 지원부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결국 부대원들은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연합뉴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페트리 상사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페트리 상사의 부인 및 4명의 아이들, 부모 형제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수여식에서 20여 분간 페트리 상사의 공적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용맹한 행동을 기념하게 모였다. 이런 영웅들 덕분에 전쟁이 끝날 수 있었다. 진정한 영웅은 아직도 존재하고 그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며 페트리 상사의 금속 의수를 움켜쥐었다.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와 악수하기 위해 그의 의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연합뉴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와 악수하기 위해 그의 의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물질로 만들어진 페트리 중사의 의수에는 숨진 전우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CNN방송은 정규 뉴스을 중단하고 이날 명예 수여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로 보여줬다.

  •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페트리 상사는 "당시에는 훈련에 따라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수류탄이 폭발할 줄 몰랐고,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며 "영예로운 상을 혼자 받게 돼 황송하다. 미국과 해외에서 복무하는 모든 군인이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 ▲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가 명예 훈장을 받은 후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다가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가 명예 훈장을 받은 후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트리 상사는 이런 큰 부상 뒤에도 군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다시 아프칸으로 갔다. 여덟번째 아프간·이라크 파견이었다.

    1862년 7월 12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명예훈장 제정법안에 서명했었다. 이날은 149년 전, 명예훈장이 탄생한 날이기도 했다.


    <아래 글은 페트리 상사와 관련, 조선일보 [만물상]에 실린 글이다. 우리와 미국의 차이점을 날카롭게 조명했다.>


    [만물상] 전쟁영웅 예우

    한강대교를 건너 매일 출근하는 시민이라도 다리 중간 노들섬에 서 있는 동상을 눈여겨보는 이는 드물다. 지금은 다리 중간에 버스 정류장이 생겨 그나마 정류장에서 동상을 가까이 볼 수 있지만 이전에는 근처에 가기도 어려웠다. 낙하산을 메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낙하준비 완료"를 외치는 듯한 동상은 45년 동안 무관심 속에 서 있다. 1966년 낙하 훈련을 하다 순직한 특전사 이원등 상사의 동상이다.

    ▶이 상사는 66년 2월 한강 상공 비행기에서 부하들이 낙하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마지막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한 부하가 낙하산을 펴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공중 유영으로 접근해 부하의 낙하산을 펴줬다. 그러나 부하의 낙하산 줄에 오른팔이 걸려 부러지는 바람에 자기 낙하산은 못 편 채 한강 얼음판으로 추락했다. 그해 6월 노들섬에 동상이 세워졌지만, 특별한 행사 때 말고는 출입이 금지된 섬이어서 사실상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고(故) 조창호 중위는 6·25 때 자원입대했다가 포로가 된 뒤 북한에서 전향을 거부하며 살다 43년 만인 1994년 탈북했다. 64세 노병(老兵)은 중국 밀항선을 얻어 타고 사흘 걸려 서해를 건너온 이튿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귀대 신고를 했다. 그러나 2006년 그의 장례식은 재향군인회장(葬)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장례식에는 국방장관과 여당 정치인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엊그제 백악관에서 르로이 페트리 미군 상사에게 최고 무공훈장을 주는 수여식이 열렸다. 페트리 상사는 2008년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동료에게 날아온 수류탄을 손으로 낚아채 동료들을 구하고 대신 자신의 오른팔을 잃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차가운 금속 의수(義手)와 손을 맞잡아 격려했다. CNN은 정규 뉴스를 중단하고 훈장 수여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했다.

    ▶영국 윌리엄 왕자는 지난 4월 결혼식 때 아프간전에서 큰 화상을 입은 병사를 초청했다. 순국 군인들의 가족도 초대했다. 우리는 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자 6명의 영결식 때 대통령은 물론 국무위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연평해전 기념식은 2008년에야 정부 주관으로 치러졌다. 한 나라가 전쟁영웅을 비롯해 나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어떻게 대접하느냐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미래를 알 수 있다.

    <정우상 조선일보 논설위원 imag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