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동 칼럼] 한국에 이런 정치인 있었나?

점심독재주의-점심공산주의에 맞서다

조광동 재미언론인 | 최종편집 2011.08.23 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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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 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오세훈 시장이 대단한 자질과 품성을 가진 정치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한국에 이런 정치인이 있었나 하는 신선함이 한국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넘어 불처럼 바라보고 있던 제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극단주의와 함께 대중 영합주의입니다. 이른바 포퓰리즘(populism)이라고 부르는 대중 영합주의는 민주주의를 천박하게 만들고 자칫하면 나라를 파국으로 이끌수가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극치가 나치주의였습니다. 포퓰리즘의 뿌리는 극단주의에 있습니다. 포퓰리즘은 이성적인 대화와 설득 대신에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고 국민들의 이기주의에 맹목적으로 영합하기 때문에 나라의 장래보다는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이익에 더 역점을 둡니다. 국민의 이기주의와 정치인의 이기주의가 결합되는 것입니다.

얼른 들으면 학생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주겠다는 것이 대단히 인간적이고 공생적인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밥 한 끼 주자는 것을 뭐 그리 반대하느냐면서 무상급식 반대를 비인간적으로 몰아 부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점심 한 끼이지만 서울시에는 수천억의 예산을 써야 하는 문제입니다.점심을 무상급식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밥 한 끼 주는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방향과 정치의 철학이 걸린 중대한 문제입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미국은 훨씬 부자 나라이지만 일률적인 무상 급식 제도가 없습니다. 저 소득층 자녀에게만 무상 급식을 합니다. 일부 품질이 안 좋은 시민들이 소득을 속여서 무상 급식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짜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점심을 싸가지고 갈 능력이 있는데 점심을 공짜로 먹겠다는 것은 탐욕성이 많거나 거지 근성이 많은 것입니다. 부시 정부 시절 상속세를 폐지하려 했을 때 미국의 저명한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상속 재산의 50%가 되는 막대한 세금을 면제 시켜주겠다는데 그것을 반대하는 것이 기품있고 존경받는 부자들의 철학과 삶입니다. 미국에는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좋은 부자들이 많습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수년전 블라고야비치 주지사가 65세 이상 연장자에게 전철이나 버스 요금을 무료로 해 주겠다는 법안을 추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값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 무료 승차를 허용하는 것은 국고의 낭비이고, 건전한 시민정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이 법안을 강행해서 65세 이상자에게 무료 승차를 실시했으나 몇년 뒤 주정부 재정이 바닥이 나면서 전면 무료를 폐지했습니다. 저소득층과 장애가 있는 연장자에게만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빈자리가 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다가 법망에 걸려서 감옥으로 가게 됐습니다. 상원의원직을 놓고 흥정을 하던 블라고야비치의 FBI 비밀 녹음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내가 노인들에게 공짜로 버스까지 타게 해 줬는데 내 지지율이 안 올라가! 내 지지율이 이게 뭐야! 망할놈의 시민들!”

이 “망할 놈의 시민들”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아직까지 건전합니다. 공짜로 주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능력이 있는데 왜 공짜로 받느냐는 시민정신이 민주주의 힘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낭비가 심해서 지금 미국은 경제위기의 수렁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미국이 구가했던 번영의 전성기 근처도 가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공짜 점심에다 공짜 학용품까지 주겠다는 공짜 철학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빤히 눈에 보이는데 눈먼 정치인들이 인기주의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살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국민 복지를 깊이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공짜 철학을 외칠수가 없습니다.

공짜 점심을 실시할 경우 버리는 음식이 무척 많아 질 것입니다. 한국에서 미국에 온 조기 유학생들 가운데 입맛이 높은 중고등학생들은 점심을 싸 주면 버리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사먹고, 학교의 카페테리아 음식 맛이 없다고 버리기도 합니다. 공짜 점심이 실시되면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들과 부족한 것을 모르는 아이들은 학교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 질 것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세금 낭비이고,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음식을 버리는 죄를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철없는 아이들이지만 다르게 보면 정부가 학생들의 입맛 선택권을 박탈하는 “점심 독재주의”를 하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의 가장 큰 함정은 그 발상이 복지가 아니라 이념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주겠다는 “점심 공산주의”입니다. 공산주의 실험은 이미 실패로 끝났는데, 공산주의 제도의 가장 초보적이 될 수 있는 “점심 공산주의” 실험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진보세력이나 좌파가 공짜 점심을 지지하는 것은 진정한 진보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구적 이념주의입니다. 있으면 같이 먹고 없으면 같이 굶자는 생각은 대단히 공생적이고 가족주의적으로 들리지만, 나라의 살림을 그런 철학으로 운영할 때 결국은 같이 굶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진정한 선진 복지국이 되려면 요원히 먼길을 가야 합니다. 조금 살만하다고 공짜 점심 타령을 할 때가 아닙니다.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투표3일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잘못가고 있는 한국 정치에 대한 도전입니다. 오시장의 결단에 대해 야당이나 반대자들은 ‘배신자’ ‘이기주의자’ ‘물귀신’ ‘사기극’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하고 한나라당 사람들도 “주민 투표로 당이 수렁에 빠졌다” “당신이 뭔데 주민투표를 보수 진보의 정체성에 거느냐” “자폭성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대자들의 잔인하고 몰인간적인 표현에 한국 정치 품위가 낮게 느껴지고, 한나라당 사람들의 철학없는 선거 계산주의에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낙관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3분의 1이 되어야 한다는 선거법 때문에 반대자들이 선거 불참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표율이 3분의 1이 넘지 못하면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고 끝나는 것이고 서울 시민들의 의사가 어떤 것인지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더욱 낙담스런 것은 주민투표 불참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야당과 시민운동 사람들이 이른바 “민주운동 인사”들이란 점입니다. 진짜 민주 운동가들이 이런 운동을 하고 있다면 자신들이 부르짖었던 민주운동이 가짜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민주제도를 유지시키는 근간은 투표입니다. 투표에 불참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자신의 또 다른 의사 표시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고, 더욱이 이러한 불참을 집단적 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시민 정신입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유신헌법을 만들었을 때는 투표 거부가 독재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지만, 지금은 독재시대가 아닙니다. 한국인들의 언론 자유는 자유를 넘어서서 폭력적 수준입니다. 이런 과잉 자유 시대에 투표 거부 운동을 하는 것은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제도를 부인하는 것이고, 낡은 이념주의를 지향하는 수구적 발상입니다. 투표 불참운동은 극단주의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포퓰리즘 바람은 국민의 이기심과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그 바람이 거셀 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가 촛불 정신을 변질시켜 촛불 광장 정치 바람을 일으킨 뒤, 이제는 국민 이기주의를 선동하고, 국민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종착역은 국가 부도와 파탄입니다. 포퓰리즘은 국민 심성을 격하고 맹목적으로 만듭니다. 이성에 눈먼 사람들은 그 결과로 인해 고통을 받을 때 까지 포퓰리즘에 열광합니다.

한국인들은 오세훈에게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정파 이기주의와 이념주의가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있는 타락의 정치 시대에 오세훈 결단은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가 운이 있다면 오세훈 도전이 승리할 것입니다. 서울 시민이 지혜롭다면 투표에 참가해서 무상급식 실시를 막아야 합니다. 무상급식은 복지가 아니라 이념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도전이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이 도전은 실패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으로서는 더 큰 시작이 될 수 있고, 한국 정치에게는 새로운 정치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잘못된 정치에 도전하고, 그것을 막기위해 정치 생명을 걸고 온 몸으로 막아서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길입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그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 만으로 한국 정치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번 결정이 이 나라의 지속가능한 복지와 참된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는 데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한 오세훈 시장의 말은 한국 정치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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