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냉정해야...관료들, 대통령 보필 제대로 하라"
  • 反日(반일)이 國基(국기)인가?


  • 이재춘 회고록 표지ⓒ
    ▲ 이재춘 회고록 표지ⓒ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은
    의전상으로 나무랄 데가 없으며,
    양국관계의 차원에서 본다면
    확실히 한-중수교당시와는 격세지감을 느낄수 있을 정도의
    발전심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현재의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의  외교전략상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지
    되짚어 볼 때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지난 1년반 동안 박근혜 정부의 외교행보를 되돌아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많은 외국방문과 국빈접견 등을 통해
    대통령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알려지고 있지만
    과연 어떠한 외교적인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지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그간의 대통령과 외교부의 중요활동을 개관해보면
    미국-중국-러시아-EU 그리고 국제연합 등
    주요 국제무대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대 일본규탄이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예외없이 
    아베정권의 역사수정주의 노선에 대한 성토[?] 가 있었던 것은
    공동성명 부속서에 들어있는
    위안부문제에 관한 한-중간의 공동연구 조항으로 미루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대부분의 언론이
    한-중 공동성명에 대일규탄 항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예측[?] 했을 정도이니
    필자를 위시한 많은 지식인들이
    반일이 대한민국의 國是(국시)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아베 정권의 정도를 벗어난 역사수정주의와 돌출행동이
    이 지역의 질서를 교란하는 주 요인 중의 하나 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한국과 중국은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것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당사국의 잘잘못을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국제관계의 변화란,
    관련국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기초논리에 비추어
    상황개선의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 외교전략과 목표를 정할 때의 기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략목표의 우선순위[Policy Priority] 를 정하는 것임은
    초임 외교관도 다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한다.
    즉, 사안의 輕重(경중)과 緩急(완급)을 정해야 하는데 
    현재의 대한민국의 외교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급한 것인지는
    삼척동자라도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개발과 예측불가능한 김정은 체제로 인한
    안보위협을 해결하는것인데,
    이는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볼 때,
    한-일관게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어
    3국협력이 형해화될 때 올 후과를 누가 책임질것인가? 
    일본과 북한이 이미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하여
    일본이 대북제제의 일부를 해제하고 대북경협의 물꼬를 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미 한-미-일 안보협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우리의 맹방인 미국이 이것을 환영하겠는가? 
    이미 한-미동맹에도  균열이 불가피한 상황이 오지 않겠는가?

    이번 한-중 공동성명에 한-중 군사협력 부분이 포함된 것은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으나, 
    만일 정부가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체제에 중국을 관여시키거나
    일본을 대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동북아시아의 대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디까지나 한-미-일 체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측에도 확실히 알려야 하며
    한-중관계의 발전은
    그러한 명확한 이해를 전제로 추진시켜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역사문제에 관한 논쟁은
    그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한민국의 위중한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의  외교역량을 총동원하여 대처해야 할
    急先務(급선무)가 돼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급하며,
    과거처럼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토록
    부강한나라로 국력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교란,
    결국 他國(타국)과의 관계증진을 통하여 국익을 최대화할수 있도록
    그 나라의 힘과 역할을 활용하는 데 있다고 볼 때,
    상호 감정충돌은 가능한한 피해야하고
    공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노력해야하는 것이
    正道(정도)라고 생각한다.

    한자의 4자성어를 빌리자면,
    존이구동[存異求同] 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고 볼 때,
    특히 오늘날 한-중-일 3국간의 갈등과 불화는
    3개국 정부가 존이구동의 기본으로 돌아가
    화해와 협력과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본다.
    금년봄에 서울에서
    한-중-일 3국사무소가 주최한 3국간 관-민 혼성 학술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회의의 중요한 결론 중 하나는
    3국간의 우호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3국의 지도자들이
    “존이구동”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는
    우선은  서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토록
    자제할 필요가 있고
    상대방이 보내는 사소한 배려에도 평가해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뜻에서
    한-중양국이 역사문제에 관해
    대일 공동전선을 펼치는 것은
    극히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한-일양국이
    중국의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한 체재비판에 공동전선을 펼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겠는가?

    결론적으로
    일본과의 정부 레벨의 역사논쟁은
    당분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大局(대국)을 그르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으로서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큰 것은
    나름대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대통령은 외교문제에 있어
    절대로 감정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의 간부들은
    대통령이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보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들이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정부내에 반일무드를 확산 시키는 듯하여 실망스럽다. 
    무릇 관료들은
    대통령의 심기를 지키는 것이 직분이 아니고
    국익을 지키는 나라의 일꾼이라는 사명감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