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기분으로 돌아간 북, 조문단 
     비핵화원칙은 결과주의가 아니라 만남과 행동에서부터 얻어지는 과정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북, 조문단 단장 김기남에게 "이번 방한이 어땠느냐?"고 기자들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북측 단장인 김기남이란 사람은 조문정서와 전혀 상관없는 밝은 미소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라고 거듭 대답했다. 
    즉 조문 방한보다 이명박 대통령 접견에 더 큰 목적을 둔 그의 심리를 엿 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사실 원칙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채널로 들어온 북측 조문단을 만나면 안 된다. 
    때로는 말로 하는 강요보다 침묵의 무시가 가 더 큰 위협이 된다. 북한은 아무 때나 그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고, 우리는 아무 때나 그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남북대화 통념을 이번 기회에 깼어야 한다. 
    비핵화원칙은 결과주의가 아니라 만남과 행동에서부터 얻어지는 과정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북한 김기남이가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작은 원칙을 양보한 우리 정부의 대화 저자세와 조급성을 엿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북측 조문단의 방한은 그 목적과 과정에서 분명히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방한 첫 날부터 이명박 대통령 접견을 간절히 요청했고 마침내 그 결과를 얻어낸 안도와 성취감의 얼굴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일관한 비핵화 원칙이 마침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확실히 달라진 미국과 남한을 김정일 정권이 뼈저리게 느꼈고 찾아와서라도 대화를 요청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내부 사정 또한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협이 쉽게 통했던 햇볕정책과는 다른 현 정부의 대북정책 의지가 이루어낸 당당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 남북관계에서 사실상 대북정책은 무의미하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남한을 위한 대북정책이 되고 국민통합을 위한 통일정책이 되어야지 햇볕정책처럼 북한을 희망하는 대북정책이 된다면 퍼주기와 국민분열의 근원으로밖에 되지 않는다. 
    남북대화란 대화를 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북한의 것이지 절대 우리 남한의 것이 아니다. 햇볕정책논자들은 퍼주었기 때문에 북한의 대남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늘 말한다. 그들의 말은 틀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주민의 대남의존도가 아닌 정권의 대남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일에게만 햇볕이 되었다는 반증이 아닌가. 
    지난 십년동안은 퍼주면서도 대화주도권마저 쥐지 못했지만 이제는 비핵화원칙, 그 한마디만으로도 얼마든지 북한을 끌려오게 할 수 있으며 굴복시킬 수도 있다. 그러한 사정은 이번에 조문단을 보낸 김정일 스스로가 요즘 더 잘 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