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방송 중 방위병 시절 '2군 사령관' 겨냥 폭탄 발언.. 진위 여부 도마 위
  • 이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털고 갑시다. 만약에 저를 부르면 언제든지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골치가 좀 아플 겁니다. 생계 곤란으로 방위병이 됐는데 일과 시간 이후 영내에서 일병 계급장을 달고 회식 사회를 봤습니다. 사회를 본 자체가 군법에 위반됩니다. 이런 얘기를 시작하면 더 있는데, 감당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김제동은 지난 6일 오후 성남시청 야외광장에서 열린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과 관련, "만약 나를 부르면 언제든지 갈 준비가 돼 있지만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 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나를 부르라"고 큰소리쳤다.

    자신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당시 '부당 명령'을 내린 4성 장군과 군 문화의 민낯이 드러날텐데 괜찮겠느냐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이어 김제동은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국정 감사에서 왜 1년 전 얘기를 꺼내느냐"며 "나는 방송사와 얘기를 할테니, 국방위는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 얘기를 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제동의 발언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튿날 국회 국방위원회는 김제동의 '국방위 증인 채택'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합동참모본부 국감 전, 여야 간사들이 국감에 김제동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나 역시 군에 대한 것을 개그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나, 국감장을 연예인의 공연 무대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를 감당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는 김제동의 발언이 제대로 먹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8일 오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보도가 나왔다. 김제동과 함께 근무했던 선임병이 "김제동은 군 시절 4성 장군 행사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한 내용이 전파를 탄 것.

    'TV조선'은 김제동과 함께 50사단 문화선전대에서 근무했던 군 동료를 취재, "4성 장군의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러 영창을 갔다왔다"는 김제동의 주장이 전혀 사실과 다름을 강조했다.

    제 기억으로는 별 4개 행사를 가본 적이 없어요. 문선대 행사를 갔다고 하면 반드시 제가 데려갔을 텐데...


    18개월 동안 줄곧 김제동의 부대 상관으로 일했다는 A씨는 "김제동이 얘기한 2군 사령관이나 4성 장군 모임은 기억조차 없고, 2군 사령부에 별도 문선대가 있기 때문에 50사단에서 지원을 나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JTBC 토크쇼에서 김제동이 '영창 발언'을 한 뒤로 '사실 여부를 밝혀달라'는 민원을 접수한 국방부는 김제동의 군 복무 기록을 조사했고, 그 결과 김제동의 병적기록부에 영창을 간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민구 국방장관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기록에 의하면 저 말을 한 사람이 당시 50사단에서 복무했는데 영창을 갔던 기록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은 갔다왔는데 기록이 없는건지, 갔다 오지도 않았다는데 말한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 분을 조사할 수도 없어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했습니다. 상식적으로 그 같은 소리를 했다고 영창에 13일을 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군 시절 선임병의 '증언'과 국방부 조사를 통해 김제동의 '영창 발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코너에 몰린 김제동은 9일 화성 융건릉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두 번째' 꼼수를 부렸다.

    군기교육대와 영창이 다르냐고 하는데요. 제가 근무한 사단에서는 사단 군기교육대를 사단 영창이라고도 하고 영창을 군기 교육대라고도 했습니다.


    "13일간 영창에 갔다왔다"고 주장했던 그가 이제와선 "자신이 복무한 사단에선 군기교육대를 영창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두 개의 개념을 혼동했을 수 있다는 얘기를 꺼낸 것.

    뒤늦게 군기교육대에 갔다온 것을 영창이라고 착각했을 수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김제동은 "15일 이하 군기교육대에 가거나 영창에 가면 원래 기록에 남기지 않는 게 법"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록에 남기지 않았으니 기록에 없는데 잘못됐다고 저한테 얘기하면 곤란합니다. 그 기록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김제동은 지난 6일 콘서트 때와 동일하게, '논점을 흐리는 발언'으로 진위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북한 핵 개발한다고 그러고, 저거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애들, 전쟁 없는 나라에 살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그런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제동이 2008년에도 지상파 방송에서 '영창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발언과 지난해 JTBC 방송에서 내뱉은 발언은 몇 가지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2008년 SBS 토크쇼 '야심만만'에 패널로 출연한 김제동은 김종국이 "무성의하게 무대에 섰다 방송국 고위 관계자에게 찍혀 방송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는 경험담을 밝히자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군 시절 무용담을 늘어놨다.

    김제동은 "군 행사에서 사령관의 부인을 아줌마라고 불렀다 다음날 영창에 갔다"는 동일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강호동이 "거짓말 하면 큰일 난다"고 다그치자 바로 "군기교육대를 14일간 다녀왔다"고 정정했다.  

    8년 전 방송에선 "14일간 군기교육대를 다녀왔다"고 말했다가 지난해 방송에선 "13일간 영창을 다녀왔다"고 징계 기간과 장소를 다르게 묘사한 것.

    한편 김제동이 군 복무를 할 당시 유효했던 육군본부의 '방위병 인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30조 처분기록 항목에 "징계처분결과의 기록은 병의 병적기록표 징계처분대장에 의하여 기록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관리 규정 어디에도 15일 이하 징계는 기록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은 없었다.

    또한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기교육대는 통상 2박 3일에서 4박 5일로 운영되며 영창은 7일과 10일, 15일짜리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