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 '북한 민중봉기론' 깃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자유 아시아 방송, CNN, 워싱턴 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정권은 민중봉기에 의해 무너질 것으로 확신한다...
    북한 인민이 봉기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일깨워주고 싶다...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협상하길 원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만나선 안 된다...
    그러면 김정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

     태영호 공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김정은의 핵 공갈은 김정은 정권 제거 없이는 막을 수 없다는 것,
    이는 북한 인민의 봉기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만들기 위해선 북한 인민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각성이 가능하도록 우리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그가 말한) 북한 '노예제 사회'를 주민들의 깨어남(enlightenment)과 봉기로 타파해
    그것을 인간화 된 시민들의 공화국으로 변혁시키는 작업이다.

    이런 북한 혁명은 거기서 잠자다가 깨어난 태영호 공사나
    대한민국 자유시민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명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이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우선 극좌 NLPDR(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파(派)가 그렇다.
    이들 부류는 그런 북한 '노예제 사회'가 우리보다 앞선 사회이고,
    대한민국이 오히려 제국주의 식민지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런 친구들하고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냥 무한투쟁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문제는 스스로 광의(廣義)의 보수라고 말하면서도 대북관(觀)과 대북정책에 있어
    "통일보다는 분단의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하면서 
    안정화의 조건을 퍼주기(현금제공,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라고 하고,
    북한의 위험성이니 종북의 위험성이니 하고 떠드는 건 '일종의 병(病)'이라고 매도하는
    자칭 '신식 보수'의 천박함과 척박함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건국세대, 6. 25 남침 격퇴 세대, 산업화 세대의 공(功)을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 세력이 결국은 독재와 재벌독식과 부패로 마감했다고 매도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어두운 측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편성 있는 민주화 투쟁에는 그들만이 아니라
    오늘 시점의 정통 보수주의-정통 자유주의 계열도 젊은 한 때 참여했었다.

     자칭 '신식 보수'는 말한다. 독재, 독식, 부패는 오로지 전통적 보수에만 있다는 양.
    그러나 과연 그런가? 천만에다.
    독재, 독식, 부패는 자칭 '신식 보수' 그들에게도 있었고, 자칭 '진보'에도 있었고
    이 세상 모든 쪽에 다 있어 왔다.
    오죽하면 문재인이 대표하는 386 운동권이 '패권' 세력으로 몰리는가?
    패권이란 곧 독재 아니면 뭔가?
    독식도 재벌만 하는 게 아니다.
    블랙리스트도 우파정권만 하는 게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 우파 문화인이 문체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가?
    부패? 부산저축은행 사건, 바다 이야기, 박연차 게이트는
    썩은 냄새가 아니라 향내였단 말인가?

     보수에도 다양성이 있는 건 물론이다. 강경과 온건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칭 '신식 보수'의 위선을 다양성의 하나로 치부해 줄 수는 없다.
    이들은 왜 위선적인가?
    극좌 변혁운동에 대한 전투적 투쟁을 포기하는 게 마치 '신식 보수'인양,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의 중도실용주의다.
    광우병 난동 앞에서 두 손 번쩍 들고 '아침이슬'을 부르며 투항한 걸
    마치 '새로운 보수'라고 말하는 게 위선 아니면 뭔가?
    투항이 중도이고 실용주의인가?

    지금의 바른정당과 인명진 새누리당도 거기서 과히 먼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새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결국 당분간은 의병(義兵) 활동에 마음을 붙일 수밖에 없을 모양이다.

     태영호 공사의 발언은
    북한주민을 자유 통일의 파트너로 보지 않고
    북한 권력을 분단체제 관리의 파트너로 보겠다는 우리 안의 위선적 사이비 보수의 논리적 전제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칼날이 아닐 수 없다.
    태영호 공사 말 맞다.
    김정은 정권 제거 노력이 대한민국 국민과 그 일부인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구현하는 한 길이다. 이 길을 창출하고 보존하기 위해선 극좌 운동권 이전에
    투항주의적 '사이비 보수'와 먼저 싸워야 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