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 쪽이 '폭압의 시대'를 되돌린다는 박원순

     박원순은 말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 있는 탄핵반대 텐트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비호하고
    폭압의 시대를 되돌리자는 것이기 때문에 광화문의 (정의로운) 텐트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러면 어제 3. 1절 태극기집회 현장을 돌아본 것은 폭압의 시대를 되돌릴 목적에서
    한 짓이었던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영화(榮華)를 보겠다고 폭압의 시대를 되돌리려 한다는 것인가? 폭압의 시대란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한 소리인가? 유신시절? 신군부시절? 자유당 말기? 
    언론탄압? 동일방직 여성노조원 탄압, 권위주의? 내가 그런 것들을 되살리고 싶어
    어제 서울 도심을 태극기 들고 돌아다녔다? 이거 정말 기가 막혀 죽겠네.

    예끼 이 사람 박원순,
    나는 옛적에 그런 것들과 어쭙잖게 맞서려다 된통 얻어터지기만 했던 시절의 말석에 앉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제 와 무슨 좋은 꼴 보겠다고 그런 될성부르지도 않고, 되어서도 안 될, 시대착오적인 짓거리를 하려고 태극기를 들었다는 소린가?
    그건 인격에 대한 언어폭력, 명예훼손 아닌가?

    지금은 오히려 박원순 같은 인물이 속한 진영의 권력이
    그 반대쪽보다 훨씬 더 센 시대다.

    학계, 문화계, 대중문화, 교육현장, 역사교과서, 출판계, 노동현장,
    법조계, 국회, 언론계, 아스팔트, 심지어는 공무원 사회에까지
    지금 ,어느 쪽 말발과 힘줄과 알통이 더 팍팍 먹히고 있는가?
    단연 박원순 그대 쪽 아니던가?

     오늘의 태극기 현상은 그 점에서 오히려 역관계에서 기우는 쪽의 반발,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하는 식의 반발일 뿐이다.

  • 하기야 반발하는 쪽에도 자계(自戒)해야 할 부분이야 있을 수 있겠지.
    이에 대한 합리적 충고와 비판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볼 만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폭압의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 쯤으로 매도하는 건
    그야말로 그냥 지나치기가 썩 힘든 막말이다.

    자기들에 반대하면 불문곡직 ‘색깔공세’ ‘친일미화’ ‘유신부활’ ‘부역자’라며
    고소고발을 밥 먹듯 하는 그네들 아니던가?

     서울광장 텐트이든 광화문 텐트이든,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대등하고 똑같은 잣대로 대해야 한다.
    시장이란 직함이 나서서 한 쪽은 정의롭고 다른 한 쪽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정하는 것은
    시장이 ’윤리 판단관‘ ’정치철학 검사관‘ ’도덕철학 판정관‘ 노릇을 겸임하겠다는 꼴인데,
    그건 아니다.
    시장의 주관적 심정이 ’정의‘의 정의(定義)와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없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