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항 말라! 충무공 12척 같은 12명 선수부터 앞세우고 싸우자

  • 자유민주 진영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그를 찍었던 유권자들, 그를 리더로 삼았던 정파들, 그의 통치 하에서 있었던 대북정책과 안보정책까지도 몽땅 '부역행위'이자 '적폐(積弊)'이기 때문에 이를 청산(본심은 청산보다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과연 합당한 소린가? 우리의 내일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기로 한다면 그것은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넘는 체제변혁(system transformation)이라 할 수밖엔 없다.

    이건 안 된다.

    박근혜 후보를 찍어주고 그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바랐던 선의의 유권자들, 그리고 야당이나 좌파가 아니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왜 최순실 같은 인물에게 저렇게 속절없이 의지했나 하고 의아해 온 사람들, 아울러 촛불집회가 사드 반대니 이석기 석방이니 하는 쪽으로 기우뚱 하는 것이 걱정스러워 태극기를 들었던 '나라걱정 국민'들 역시, 역사는 항상 변하게 돼있고 변할 수밖에 없으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일반론쯤은 모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까지 불문곡직 변화에 반대하는 '적폐'라는 양, 낙인하고 매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아니, 이런 윤리적-정치적으로 꿀릴 데 없는 비(非)좌파 국민이라 할까, 진영이라 할까. 개인들이 더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한 '보다 나은 대안' - 좌파적 대안보다 훨씬 우월한 대안, 즉 자유-민주적 대안을 내놓는 데 나서야 한다.

    이 대안은 5월 대선(大選)에서 뛸 자유-민주 선수군(群)을 추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투항주의적이거나 강남좌파적이거나 웰빙족이 아닌, 전사(戰士)적 자질을 가진 캐릭터 몇 명을 추천해 그들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경선(競選) 드라마를 펼치게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 어느 하나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며, 막판에 그에게 표를 모아주면 된다.

    그 선수가 지금 한참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자유-민주 국민의 심금을 움직일 수 있으면 5월 싸움은 힘겹더라도 한 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절망의 순간에 진정으로 절망할 줄만 알면 그 밑바닥에서 희망을 거머쥐는 것 아닌가?

    자유-민주 국민은 이럴 때일수록 반사적-즉자적(卽自的) 대응보다는, 충무공 가슴 속의 열정뿐 아니라 그 머릿속의 전략적 혜안(慧眼)을 본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

    충무공이 전함 불과 12척으로 적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뜨거운 열정을 겉에서 감싸고 있었던 차가운 필승(必勝)의 전략-전술 덕택이었다.

    자유-민주 진영엔 우선 전함 12척, 즉 대선 후보감들조차 별로이지 않은가?

    그러니 우선 전함 12척 노릇을 할 후보감 12명부터 먼저 확보해 내야 한다.

    몇몇이 제풀에 나선 바 있지만 이들은 이미 게임이 안 되게 돼 있다.

    야당 또는 운동권에는 지금 문재인의 전통적 운동권 노선과, 안희정의 수정주의적(?) 운동권 노선(아니면 일개 책략)인지가 내부투쟁을 벌이고 있다.

    운동권의 속성상 막판으로 갈수록 2번이 1번에게 양보하라는 강압이 빗발칠 것이다.

    안철수 등 다른 후보감들에 대해서도 “단일화 거부하면 타도하겠다”는 겁박이 가해질 것이다.

    안희정 안철수 등이 이걸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요즘 일각에는 정권을 문재인에게 내주기보다는 차라리 안희정, 안철수가 '요만큼' 낫지 않겠느냐는 말들을 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자유-민주 국민이 마지막 자조(自助)의 몸부림조차 시도해지 않은 채 미리부터 투항주의-청산주의에 자진해 몸을 의탁할 필요는 없다.

    자유-민주 진영의 투쟁은 지속될 것이고 지속돼야 한다.

    머릿수 투쟁, 힘의 투쟁, 거리 투쟁(街鬪)에서도 태극기가 밀리면 안 된다.

    다만 그 투쟁은 좋은 의미의 마키아벨리스적 지혜로움, 두뇌싸움, 세련된 방법론, 그리고 고도로 정제(精製)된 양식(pattern)으로 전개돼야 한다.

    투박하면 진다. 모든 걸 건 싸움에서 장렬하게 전사(戰死)할 각오는 하되, 상대방보다 우수한 상징(symbol) 조작과 표출(articulation)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으면 진다.


    류근일 2017/3/10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