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이라고? 공포의 '집체주의' 정치 몰아틸 것
  • "이낙

  • 연 총리는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며 "구상권 철회를 계기로 앞으로 강정 주민과 해군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화합하고 상생하는 지역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언론보도의 한 대목이다.

    필자는 언론계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를 잘 안다. 

    잘 안다는 것은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는 뜻이 아니라, 스치면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나눴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낙연 논설위원'이 쓴 글을 많이 읽었고, 그 성품이 유연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뜻이다. 이낙연 지사가 국무총리로 지명됐을 때는 "그 진영에서는 비교적 온건한 인사를 발탁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럼에도 이낙연 총리가 강정마을 사태 때 입은 정부의 재정적 손실(34억 원)을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며, 구상권을 철회한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이 결정은 물론 이낙연 총리의 결정이 아니라 다분히 운동권의 결정이긴 하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런 식이라면 그것은 불법시위가 국가사업을 지연시킨 데 따른 막대한 재정적 훼손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다. 이 면죄부 때문에 국민 세금이 또 왕창 기업 손해 배상금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런 포퓰리즘은 일부 군중과 전업 '꾼'들을 갈수록 더 자의적(恣意的) 권력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법치주의를 약화시키고, 길거리 화염(火焰)에 기름을 들어부을 것이다. 일부가 이런 만성적, 항시적 소용돌이 상황을 의도적으로 기획한다는 건 물론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구상권 철회로 혜택을 받게 될 116명 중 강정마을 주민은 31명에 불과하다.

    구상권 철회의 명분으로 ‘국민통합’을 든 것은 더더욱 찬성할 수 없다. '국민통합'은 특정한 성향의 그룹과만 하는 것인가? 이건 특혜와 차별 아닌가? 현 정부가 그런 성향의 반대쪽 그룹에 대해서도
    과연 그만한 따듯한 ‘국민통합’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의 동아시아-서태평양-남태평양 진출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국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만만찮은 위협이 되고 있다. 이걸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견제해 동아시아 세력균형을 도모하자는 게 뭣이 그렇게 못마땅하다는 것인가? 국가사업이 있을 때마다 사사건건 그랬으니(물론 반대할 부분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해 절충해야 하겠지만), 참 마음대로들 한 번 해보랄 수밖에 없다. 갈 데까지 가보는 것 외에, 다른 무슨 도리가 있는가?

    이 추세대로라면 법치 민주주의는 쇠퇴하고, 그 대신 뭐가 뭔지 모를 집체(集體)주의--사실은 뭐가 뭔지 확실하지만--가 광풍처럼 휘몰아칠 것이다. 공포다. 이걸 이번의 구상권 철회가 더욱 부채질한 격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 2017/12/1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