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남북협상은 통전부를 상대해야 한다 
     
     북한은 유일독제 체제이다. 그래서 단순한데 우리가 복잡할 뿐이다. 
     따로따로 뜯어내는 북한의 분산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책임추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통일부는 북한의 유일구조를 활용해야 한다.   
     
    최근 통일부가 북측에 남북실무회담 성원들의 참석 명단과 함께 해당 사항에 대한 협상권한과 책임위치에 있는 협상 파트너를 요구했다. 사실 좌파 십년동안은 실용적인 협상결과나 국익 계산보다도 정략적인 남북대화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검토과정은 거의 백지상태나 다름없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통일부의 결정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입장과 원칙을 강조했다는 의미에서 크게 발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통일부는 아직도 북한을 너무 모르는 듯하다. 정부는 이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 회담 성원들을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내각 성원들과 군과 사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북측 인물들로 요구했다. 

    김정일 2중전술을 합리화해주는 남한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오히려 북한의 당, 군, 이중전술을 보다 합리화해주는 실책을 범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껏 남한에 대해 경제적 이익만을 흡수하고 체제갈등 요소를 활용한 적대관계를 유지 강화할 목적으로 반드시 남북협상 결과에서 정부가 자유로울 수 있는 협상구조를 고집했다.  

    즉 남한 정부와 북한 정권과의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남한 정부와 북한 “아태평화위”. 혹은 군이나, 관광총국과의 관계로 인위적으로 위축시켰다. 또한 정부 책임을 덜기 위해 대화가 필요할 땐 당을 내세우고, 강경이 필요할 땐 군을 부각시키는 이중플레이로 협상주체를 혼란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우리 언론이나 학자들까지 가세하여 말도 안 되는 북한 내 강온파 갈등 해석으로 상대 협상라인을 더 애매모호하게 했다. 결국 우리 정부는 김정일에게 직접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상실당한 채 헛된 회담만을 계속 해온 꼴이 됐다. 북한은 유일독제 체제이다. 그래서 단순한데 우리가 복잡할 뿐이다.  

    건물도 성원도 없는 '아태위'는 협상용 위장기관

    북한에게 요구하기 전에 그 요구의 진실을 우리가 우선 알아야 한다. 남북협상이 본격화 되던 김대중 정부 시절로부터 거슬러 설명한다면 당시 남북경협 선두기업인 현대와의 협상 파트너는 북한 아태위였다. 아태위는 아세아 태평양지역 평화를 위한 범정부적인 실체라는 의미에서 북한 정권이 만든 비상설, 비결정기구이다. 건물도 없고 성원들도 필요성격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위장기관인 셈이다.  

    다만 저들의 평화이념을 적화통일 차원에서 활용하기 위해 통전부 정책과가 기획 및 주관하고, 그래서 대남비서인 김용순이가 위원장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북한이 초기 남한과의 협상에서 아태평화위를 내세운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적대국인 남한정부를 공식 인정하는 셈이 되고. 또한 아태평화위를 내세워야 평화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언제든 결과를 쉽게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부 책임 피하려 비대칭구조 활용

    이후 아태위는 현대뿐 아니라 남한 정부와의 협상파트너로 등장했고 협상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남한 길들이기를 했다. 즉 중앙과 내각, 각 기관책임자들을 아태 성원으로 위장동원하고 아태와의 합의는 준수하거나 책임지는 신뢰과정을 보여주어 남한 정부와의 비대칭 구조를 만들었다.  

    만약 김대중 정부 때 아태와 같은 위장조직이 아니라 정부실체로 구성된 협상주체를 요구했다면 오늘처럼 남북관계가 비정상적으로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기본적인 협상구조와는 상관없이 대화를 위한 대화만을 계속 요구했고 북한은 대화를 받아주는 아량과 여유로 협상라인을 저들의 전략에 맞게 배치했다.  

    모든 남북합의서에는 북한정권이 책임질 조항 없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개성공단 3통문제야말로 그 대표적 사례이다. 유일독재국가인 북한에서 군이 정권에 이익을 주는 남북경협을 제멋대로 조정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그보다도 남북경협은 당이나 내각과 하고 개성공단 통제권은 군이 쥐게 한 북한의 이중전략을 왜 우리가 허용했는가? 솔직한 말로 지금의 모든 남북합의서에는 북한 정권이 책임질 수 있는 조항이 교묘하게 삭제되거나 무의미하게 반영돼 있다.  

    아니 우리가 그 책임을 따지지도, 법적 근거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통일부는 협상을 하기에 앞서 북한에 협상구조 문제부터 제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도 미련을 갖고 있는 아태위를 배제하고 실제의 정부 구성을 요구해야 한다. 먼저 통일부의 모든 협상 파트너는 무조건 통전부가 되어야 한다. 

    총책은 통전부 하나뿐, 군은 무기를 든 배우역할

    북한에서 그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남북관계를 독점하고 있는 부서는 오직 통전부 뿐이다. 조선관광총국이든 내각이든. 심지어 군 강경도 통전부가 그리는 전체적인 전략적 그림의 한 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군사회담도 통전부가 전략적 필요로 제기하고 훈련시킨 것이지 군 첩보 수집기능만 있을 뿐 남한 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분석, 심리, 대화 기술을 축적한 전문부서가 없는 군이란 무기를 든 허수아비이다.  

    때문에 따로따로 뜯어내는 북한의 분산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책임추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통일부는 북한의 유일구조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 통일부 장관이 회담에 나갈 때에도 김양건 통전부장이 나와야지 과거 권호응 같은 졸개는 우리가 마주앉을 상대가 결코 아니다. 남북협상 때마다 북한의 구성원에 맞는 지위인물과 협상한계로 대응하여 북한이 저들의 갈망에 못 이겨 스스로 고위직을 파견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길들여야 한다.  

    주제별 기관별 대화는 끌려다니는 결과뿐

    또한 북한이 군을 내세워 강경을 주장할 땐 일방적으로 남북경협을 애원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군의 국민생명과 재산보호권을 발동하여 북한의 이중전략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보다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남북정상의 권한과 사인으로 결정될 수 있는 정부실체 협상라인을 신설해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김정일의 신격화가 남북합의에서 허물어지지 않으려면 그 신뢰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게끔 다양한 압박과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실체나 전제도 없이 지금처럼 주제별에 따르는 기관별 남북대화를 산만하게 벌려놓는다면 그 결과는 퍼주거나 끌려 다니는 협상으로밖에 더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