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당 자녀만 맡는 탁아소는 '외국인 관광코스'
     
     
     김일성종합대학의 인기추락은 북한 주민들의 충성의식도 함께 무너졌음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은 간부계층의 가족부담을 줄이고 가문의 충성계승을 위해 정권 차원에서 기득권층 자녀교육지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 대외에 선전하는 무료교육 선전장들은 간부 자녀교육 현장이기도 하다.
    우선 중앙당 가족의 손자, 손녀들만 갈 수 있는 창광탁아소는 외국인들이 평양을 방문하면 참관시키곤 하는 주요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이 탁아소를 보고 현관에 붙은 글자대로 “조선의 아이들은 나라의 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른 일반 탁아소들은 위생이 불결하여 전염병이 많고 정전으로 겨울엔 문을 닫는다.

    일반 탁아소는 불결-전염병-정전...겨울엔 문 닫아

    아이를 맡기자면 탁아소 물자구입 및 운영비용은 물론 심지어는 간식도 자체로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중앙당 가족아파트들이 밀집된 지역)에 위치한 창광탁아소는 중앙당 가족들을 위한 주탁아소(월요일 아이를 맡겼다가 토요일에 찾아간다.)이다. 

     옆에 있는 러시아대사관 전기케이블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전도 없고 김정일 선물로 매일 간식과 장난감, 의약품들도 충분하게 공급된다.
    1인당 아이 5명씩 돌보게 돼 있는 여기 보모들은 의학대학, 교원대학 경력자들이어야 하며 중앙당 본부 근무 노동자와 똑같은 엄격한 인사절차를 걸쳐 중앙당 재정경리부에서 임명한다. 

  • 평양의 탁아소. 외국인에게 선전하는 당간부 자녀 전용탁아소다. 월요일에 아이를 맡겼다가 토요일 찾아간다. (연합뉴스)
    ▲ 평양의 탁아소. 외국인에게 선전하는 당간부 자녀 전용탁아소다. 월요일에 아이를 맡겼다가 토요일 찾아간다. (연합뉴스)



    특권층 유치원에서 음악 조기교육...'귀족 키우기'

    유치원으로서는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경상유치원과 대동문유치원이 있다. 

    이 유치원들은 단순히 보육시설이 아니라 귀족교육 차원에서 음악 조기(早期)교육을 하기도 한다.
    평양음악무용대학 부속유치원으로 등록된 경상유치원은 피아노 전공이고 대동문유치원은 현악기들을 위주로 가르친다. 그래서 이 유치원생들은 평양음악무용대학 예비학부(소학교부터 중학교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평양음악무용대학이 보다 인기가 있는 것은 다른 분야와 달리 부단한 숙련을 요구하는 전문 특성상 군복무와 사회동원에서 일체 제외되는 특혜가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 고등학교 '과외 극성'...영어, 피아노, 미술 정도

    부유층 자녀들이 많은 고등학교는 평양시 만경대구역 팔골동에 위치한 금성고등중학교와 평양시 보통강구역 신원동에 위치한 평양제1고등중학교이다. 

    금성고등중학교는 외국어와 예능이 기본이고 평양제1고등중학교는 컴퓨터, 수학, 물리를 비롯한 기타 전공분야가 우월한 곳이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비상한 북한의 부모들은 정기교육 외 자녀들의 과외학습을 많이 중시하는데 이것은 부유층에만 해당된 특권이기도 하다. 하루 세끼도 먹고 살기 힘든 일반 가정들에선 의무교육만으로도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부유층은 대학 유명 교수들이나 현직 전문가들을 집으로 초빙하여 자녀 과외학습을 시킨다.
    분야별로, 교수 급수와 명성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도 달라진다.
    다양성의 미래가 불투명한 사회여서 피아노와 영어, 미술 등 과외종목이 다양하지 않다. 그렇게 한정된 과외종목들이어서 북한 실정에서 볼 때 꽤 비싼 편이다. 피아노는 시간 당 미화 4불이었고 영어는 2불 정도인데 가끔 돈 대신 외국 상품이나 식품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신분차별의 갈림길 '대학'...김정일 코스 밟으면 우선채용

    북한에서 대학은 신분차별이 시작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충성과 복종의 완벽한 구조가 살아있던 1990년 초반까지는 북한 모든 간부들은 자녀들을 거의 김일성종합대학으로 보냈다. 북한 내 각 분야 당, 행정 인사원칙이 김일성종학대학 졸업생이 우선조건이라고 명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정일이 남산중학교를 걸쳐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기 때문에 신격화 차원에서 그 코스를 그대로 밟은 경력자는 당 인사에 매우 유리했다.

     그래서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는 입학만 해도 미래가 약속되는 간부학부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특권층에 속해도 김일성 측근들이었던 항일투사들의 후손들은 행정이나 대외업무에 취직할 수 있는 국제관계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에 많이 입학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야말로 오늘날 절대적 신으로 선전되는 김정일의 다른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시대 가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 아는 사람들 중앙당서 추방

    김일성 신격화가 완벽하게 구축되지 못했던 1960년대 초까지 항일투사들의 사회적 지위는 김일성과 비슷한 수준에서 인정됐다. 그 때 당시의 김정일은 죽은 전처의 아들일 뿐,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의 아들인 김평일이 더 부각되어 있을 때였다. 같은 교육과정을 걸친 항일투사 2세들은 김정일의 과거가 신으로 존경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래서 김정일은 항일투사 후손들이 중앙당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조직부 인사원칙을 내적으로 비밀리에 규정했다.  
    북한의 절대권력 기관인 당에서 밀려나 외무성이나 무역기관, 무력부, 내각에 항일투사 자녀들이 많이 포진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소련 붕괴후 동구권 유학생은 '불순분자'...<유학=반역>

    북한에서의 유학이란 개념은 당의 임명 및 파견유학이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은 북한 특권층 자녀들이 유학을 많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반대이다.
    사회주의 동구권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북한에서 유학은 곧 특권이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해체과정을 지켜본 체험자들이었던 당시 유학생들을 국가보위부가 내부적으로 불순계층(북한보위부는 주민구성을 충성계층, 동요계층, 불순계층으로 분류)으로 재규정하면서 유학은 마치 반역처럼 돼 버렸다. 실제로 북한은 1991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사회주의 동구권 유학생들을 군사쿠데타 및 反체제 혐의로 대거 숙청하기도 했다. 

     자본특권층은 자비유학...김정일 사인 받아야

    북한 자본특권층의 후손들은 당 간부로 굳이 출세하지 않아도 그 체제에서 특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유학을 갈망한다.
    자체비용으로 북한과 중동이나 중국, 동유럽, 스위스를 선택하는데 역시 해외파견이기 때문에 반드시 김정일의 사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 사인을 받기 위해 2000년 “아리랑” 집단체조에 필요한 붉은 천을 전부 부담하고 에집트에 있는 옥스퍼드 대학으로 아들을 보낸 자본특권층도 있다.

     부정입학 성행...외국어대학은 3000~3500달러

    최근에는 시장의 확대와 함께 주민들의 가치관이 충성에서 돈으로 전환되면서 부유층의 자녀교육 심리도 크게 변화됐다. 김일성종학대학 정치경제학부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위한 입학으로 지향됐고 대학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그 우선순위란 입학시험 결과는 상관없이 입학을 조건으로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현금액수이다.  

    내가 탈북하기 전 2004년을 기준으로 김일성종학대학은 미화 1200불이었던 반면 평양외국어대학은 3000~3500불이었다. 외국어대학(영어, 중어)을 졸업하면 대외업무나 최소한 무역회사에 취직할 수 있고, 그러면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상업대학 (봉사학부)도 중국에 접대원으로 파견할 수 있는 대외조건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김일성 종합대학 '평가절하'...정치적 요구 너무 강해

    김일성종합대학보다 비싸게 거래됐던 대학들로서는 김책공업종학대학,(컴퓨터학부) 김형직사범대학, 김철주사범대학 (외국어학부). 평양의학대학, 평양음악무용대학, 평양연극영화대학, 평양미술대학이었다.

    김일성종합대학이 이렇듯 평가절하된 것은 북한 최고의 정치일꾼 양성대학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정치행사나 요구, 처벌수준이 다른 대학들에 비해 강했기 때문이다.
    이전같으면 출세를 위해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한류바람에 의사 인기...부기전문대도 취직 잘돼

    드라마, 영화를 통해 한류바람이 불면서부터는 남한에선 의사가 가장 잘 산다는 소문이 나면서 평양의학대학에 입학하려는 열망들이 높아졌다.
    또한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예술교류가 가능한 평양음악무용대학과 평양연극대학, 평양미술대학도 보통 2000불을 줘야 입학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올랐다.  

    남한의 전문대학에 해당되는 북한 전문학교들 중 가장 비싼 학교는 평양시 대동강구역 릉라1동에 위치한 평양통계전문학교이다. 북한에는 부기전문 양성교육이 원산경제대학과 통계전문학교에만 있는데 여기 졸업장을 쥐면 무역회사들에 재정부기로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마다 '공산대학' 도당 인력 양성

    이렇듯 북한의 모든 가치를 점령한 달러 때문에 형편없이 추락한 김일성종합대학의 인기는 북한 주민들의 충성의식도 함께 무너졌음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북한 내 최고의 전문양성기관으로서 黨 간부학교는 김일성고급당학교, 행정 간부학교는 인민경제대학이 있다. 이 학교들은 현직에 있는 사람들을 간부로 임명하기 위한 재교육기관으로서 모든 인사는 당조직부 양성담당 간부4과에서 전담한다.  

    외무성과 대외업무 종사자들을 위한 국제관계대학은 2000년 폐쇄되어 인민경제대학 국제학과로 축소, 편입됐다. 각 지방마다 있는 공산대학들은 중앙당에서 관리 운영하는 김일성고급당학교와 마찬가지로 도당 자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지방 당 산하 재교육기관이다.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