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정부, 북한을 위해 도대체 뭘 했나  
      지금 대북문제도 안보에서도 중도실용을 하려는 것인가? 
     
    탈북자들에게 가슴 가장 아픈 날인 추석이 왔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리운 가족 친척 생각에 나는 되도록 북한과 가까운 지역을 찾고 싶었다. 하여 장소를 고민하던 끝에 이왕이면 북한 주민들에게 풍선인사도 보내야지, 하는 생각에 이민복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백령도로 풍선 날리러 간다기에 나는 급히 백령도행 배가 출발하는 동인천 연안부두로 갔다. 갈 때 남한 친구도 데려갔었는데 가슴에 그늘 없는 그는 오직 여행 기분에만 들떠 있었다. 배 값은 일인당 5만원이었다. 우린 처음엔 하늘과 바다 사이에 우뚝 일어선 기분으로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육지와 점 점 멀어지니 배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괴로울 만큼 멀미가 났다. 백령도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난 우리는 막연하게 삐라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5톤 화물트럭에 가득 쌓인 그 엄청난 양을 보고 경악했다. 이 모든 삐라를 이민복씨가 혼자 날린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보다 더 무안했던 것은 어느 교회에서 지원해줬다는 74년식 그 화물트럭이 고장 나 식사 시간에 기름범벅이 돼 뛰어 다니는 모습 때문이었다. 나와 함께 갔던 친구가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풍선 날리는데 뭐 좀 지원해주는 것은 없냐고 물었다. 이민복씨는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천안함 폭침 이후 현지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더 심해졌을 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차 때문에 오후 시간을 다 보내고 나서 밤 11시 쯤 나는 이민복씨 침실에 들렀다. 그 야밤에 그는 홀로 삐라가 떨어지는 시간을 조절하는 타임기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었다. 이 일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다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 밤 나는 장시간 이민복씨와 단 둘이 외롭게 풍선의 중요성과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풍선 날리기가 국민적 관심으로 모아져 백령도의 관광상품으로 고착될 날이 언제일까 공상도 해보았다. 그러나 바로 백령도 앞 바다에서 46명의 젊은이들이 전사됐는데도 국방백서에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도 표기 못하는 현 정치상황에서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하긴 나 자체부터가 포털 사이트에 풍선 카페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으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사실 풍선 날리기는 누구든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 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이는 현 남북 대치상황에서 가장 싸게 이기는 전쟁암과 동시에 필승의 무기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가 글을 썼지만 북한엔 핵이 있지만 우리 남한엔 삐라가 있다고 주장할 만큼 가치가 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풍선 날리기를 중단한 이후 2003년부터 이 일을 시작한 이민복씨는 지금껏 600회에 걸쳐 3억장에 가까운 풍선을 날렸다. 그 효과는 북한이 남북회담에서 31회에 걸쳐 삐라살포에 대해 공식 항의할 만큼 이미 증명됐다. 우리 정부나 국정원, 통일부, 국방부가 해야 할 일을 그가 홀로 대신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명박 정부에 묻고 싶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방해했는데 지금은 무시, 그 자체만이라도 상당한 도움이란 말인가? 내가 MB정부는 도대체 북한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물어보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좌파 십년동안에는 퍼주기 정책으로 그들만의 북한지원이 있었다면 그마저도 없는 현 이명박 정부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퍼주기가 잘못된 논리라면 그 반대의 논리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는 지금 대북문제에서도, 안보에서도 중도실용을 하려는 것인가? 사실 보수정부 탄생을 기원했던 우리 탈북자들은 큰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현실이다.  

    탈북자들의 처지와 활동은 더 위축됐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보수여론의 눈치라도 봤지만 현재는 사회일반에 적용하는 원칙주의로 보다 과감한 압박만 실존할 뿐이다. 실제로 최근 탈북자 10명에게 물어보면 8명 정도가 탈이념 현상을 보인다. 그렇듯 기대했던 보수정부에게마저 배척받고 기만당하는 현실에 대한 포기이며 반항인 것이다.  

    이는 이념의 정체성보다 정착의 우선과 방법, 조건을 더 우선한다는 것인데 결국은 과거 대북문제만을 보고 표를 찍던 당 선택방식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북자들은 탈북자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는 현 정부와 여당의 착각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탈북자 정책과 대북 정책을 분리시키는 것은 실책이다. 오히려 대북정책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 바로 향후 남북통일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탈북자 정책이다. 탈북자를 돕듣가, 아니면 햇볕정책처럼 북한 정권을 도와주든가 정부의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밝혀야 할 것이다.

    <장진성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저자, 탈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