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연예인 남성욱  
     
     남성욱씨의 혼합형 통일발언은 정치적 무식이며 전문성 제로
    장진성    
      
    어제 어느 모임에 갔다가 몇 명의 북한학 학자들과 맥주를 마셨다. 남북현안 문제로 시작된 대화주제는 어느새 남성욱씨의 ‘혼합형통일’로 이어졌다. 북한학계가 공인하는 학자라면 진지한 논의자세를 보였겠지만 일단 모두가 웃음부터 터져 나왔다.

     누군가 이런 말을 던지기까지 했다. “남성욱씨는 학자가 아니라 정치 연예인이지요.” 그 말에 일제히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남성욱씨는 북한학 학자로서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됐던 인물중 한 명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나서는 현 정부와 국정원 대변자마냥 남북현안의 매 사안마다 얼굴을 드러냈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국정원 내에서 공개발언 자제를 심각하게 경고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연구소 내 연구위원들의 보고서 일부를 자기 개인의 견해처럼 공개하는 버릇도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남성욱씨가 이번에 발언한 2525조 통일비용설도 아마 연구소 내에서 작성된 누군가의 보고서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 계산이 과연 옳고 틀린가? 하는 것은 둘째다. 문제는 그런 비과학적인 숫자를 국정원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이란 공직에 있는 사람이 직접 입에 올렸다는 것이다.
    보다 한심한 것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 불가 입장을 고수, 북한이 우리나라 자본주의에 편입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견지하는 ‘혼합형 통일’을 이룬다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우선 2040년까지 2525조에 달한다는 통일비용 계산부터 잘못된 것이다. 그 비용에는 이익 타산을 먼저 계산하는 기업들의 투자가치도, 그로 인한 수익성 구조 개념도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예컨대 북한을 가로 질러 러시아 국경을 걸쳐 유럽까지 철도가 이어지면 그 물류비용 절감과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에 대한 통일효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어차피 통일 인프라는 남한의 국익이나 기업이익 창출 지향성에서 점차적으로 추진될 텐데 마치 북한 주민 2천만에게 일인당 1억 원씩 공짜로 주는 2525조원인 것처럼 소멸성 공포만 강조했다. 모든 국토가 국유지로 돼 있어 정책조정에 의해 새롭게 설정될 북한의 우월한 현 토지보상 조건도 고려돼 있지 않다.

     또한 기업들의 지역 및 인건비 선택 주도조건과 그 효과, 취업영역 확대에 대한 계산도 없다.
    남성욱씨의 문제는 통일에 대한 공포를 2525조라는 숫자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새겨 넣은 것뿐 아니다.
    그가 말한 ‘혼합형 통일’은 정치적 무식과 전문성의 제로를 스스로 고발한 셈이나 같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 불가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에 북한이 개혁, 개방 노선을 견지하는 혼합형 통일을 하자는 것인데 이는 통일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남한정부가 북한 내 친중 개혁정권을 인정하더라도 좀 더 멀리 가자는 말이나 같다.

     과거 햇볕정책에 대한 변론으로 동북4성 위험론을 설파하며,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6.15공동선언을 불필요한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중국보다 한 발 앞선 과감한 남북경협을 주장했던 남성욱씨가 아니었던가. 굳이 북한을 별도로 관리해야만 하는 잠재적 통일 기간이 필요하다면 남성욱씨가 말한 ‘북한이 우리나라 자본주의에 편입되지 않은 혼합형 통일’이 아니다.

     그 임시 경계선을 이해하고 협조할 줄 아는 친한 정부와의 합의형 통일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정부는 2만명의 탈북자들을 단순히 생계지원 대상이 아닌 통일대상으로 넓게 봐야 하며, 지금부터 북한 권력 내 ‘친한파’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햇볕정책 정부에서는 햇볕정책 대변자로,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선 그 반대를 주장하는 남성욱씨 같은 인물이 공직에 있는 한 엉뚱한 ‘혼합형 통일’밖에 더 나오겠는가. 이미 북한 학계의 방황자, 정치 연예인이라는 비판을 받는 남성욱씨는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언행을 자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