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한번째 Lucy 이야기 ➂

     

    핸더슨 중령이 나를 부른 것은 다음날 아침이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섰더니 핸더슨이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상사, 마틴 대위한테서 이야기 들었다.」
    40대 중반쯤의 핸더슨은 웃는 모습을 한번도 보인적이 없다.
    긴 얼굴에 코도 길어서 우리는 그를 「백말」이라고 부른다. 부동자세로 선 나에게 쉬라고도 안한채 핸더슨이 말을 이었다.

    「작전은 사실이다. 책임자는 나, 상사는 현장 책임자, 그리고 마틴 대위는 연락책이다.」
    「예, 중령님.」
    부동자세로 선 내가 물었다.
    「작전명은 뭡니까?」
    「없다.」
    한 마디로 말한 「백말」이 잿빛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보았다.
    「하지만 작전이 성공했을 때 진급은 보장된다. 그것도 내 구두약속으로.」
    「알겠습니다.」

    비밀 작전이다.
    물론 핸더슨의 보고서에는 작전명이 기록되겠지만 행동대는 모르는 것이다.
    아마 마틴 대위로 모를것이다. 따라서 작전중 사고는 공식 보상을 받지 못한다.
    핸더슨의 구두 약속을 믿는 수 밖에.
    나는 유럽작전에서도 이런 비밀작전을 두 번이나 치룬 터라 조금도 꺼림칙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승만 제거작전이 시작되었다.

    「윌리, 메이슨, 너희들 둘은 이승만의 주변을 체크해. 친지나 자주 가는 장소, 버릇까지 알아 보도록.」
    내가 한국인 2세인 두 놈에게 지시했다.
    윌리 강은 24세, 메이슨 정은 23세로 각각 군 경력이 4년, 한국어에 유창하다.
    「모리, 넌 돈암장 구조를 알아와.」

    일본계 미국인 모리 케잇은 24세, 통신과 정보분석 요원으로 24군 사령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시를 한 나는 이승만이 귀국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에 대한 조사를 했다.
    자료도 있지만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승만은 지금 미국에 있다. 워싱턴에서 언론인들과 자주 만났고 가끔 신문에 기사도 내는 것 같다.
    「이승만 박사가 올해 일흔셋이지?」하고 옆에서 들리는 말에 내가 귀를 세웠을 때는 일요일 오후.
    정동 교회 안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삼삼오오 둘러 앉은 교회당 안은 떠들썩하다. 나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왔는데 이곳이 물정을 알기가 가장 적당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누가 말했다.
    「맞아, 노인이지. 하지만 아직 정정해.」
    50대쯤의 양복장이 교인 대여섯명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시 누가 묻는다.
    「언제 귀국하신대여?」
    「글세, 하지가 가로 막고 있는 통에 못 오고 있다던데, 그 무식한 군인 놈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일제 놈들 한테서 벗어났더니 조선 땅이 이젠 소련 놈들 차지가 되는 모양일세.」
    하고 그중 하나가 길게 한숨까지 뱉는다.

    그 때 다른 하나가 말을 이었다.
    「들었나? 공산당 놈들이 이박사 한테 총을 쏘았다가 수행원이 맞았다네.」
    「들었어.」
    하나가 소리치듯 말을 잇는다.
    「역적 놈들, 미국 놈들도 이박사를 암살하려고 한다는 거여.」
    나는 심호흡을 했지만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소문은 과대포장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짧은 경험으로 봐도 근거없는 소문이 없다.

    미-소 양국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는 터라 그렇게 소문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교회당을 나왔다.
    그러나 나는 내 임무를 버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