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분단 ⑧

    내가 입을 열었다.
    「현 상황을 그대로 전해 주시기만 하면 정책 담당자들이 평가를 할 것이오.」
    그리고는 곧 쓴 웃음을 짓고 덧붙였다.
    「물론 그 담당자들이 소련 스파이가 아니어야 되겠지만 말이오.」

    「박사께선 미국에 계실 때 국무부에 소련 스파이가 많다고 말씀하셨더군요.」
    따라 웃는 매디슨이 말했으므로 나는 정색했다.
    「내가 예언자는 아니지만 두고 보시오. 미국은 지난 3월 트루만 독트린으로 정책이 바로 섰으니 대소 유화파의 본색이 드러나게 될 것이오.」

    「남한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좌우 연립정부가 가능할 것 같소?」
    내가 되물었더니 매디슨이 길게 숨부터 뱉는다.
    「북한이 좌우연립정부를 세우고 있다면 형평이 맞겠지요.」
    머리를 든 매디슨이 말을 이었다.
    「소련은 북한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김일성은 소련의 꼭두각시이고 북한에는 공산당 이외의 정당은 위조 정당들이었습니다.」

    「이제 아셨소?」
    「제 정보원 말을 들으면 소련은 북한을 이미 위성국으로 굳힌 것 같습니다. 이제 남한까지 적화시키려고 합니다.」
    「그것을 그대로 보고하면 국무부 고위층이 받아들일까?」
    「힐드링 차관보가 직접 대통령께 보고할 수 있습니다. 마샬 장관도 상관 못합니다.」
    「그렇다면 아직 희망이 있소.」
    내가 눈을 치켜뜨고 매디슨을 보았다.
    그리고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

    「하지는 애국자요. 국무부 지시를 충실히 따르다가 이 꼴이 되었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려면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오?」
    매디슨이 시선을 준채로 머리만 끄덕였으므로 나는 말을 잇는다.

    「대한민국은 가난했고 일본에 36년간 식민지 지배를 당했지만 5천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민족이요. 그리고 그 정통성을 이어갈 국가는 소련의 위성국이 되어있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될 것입니다. 이제 남한만이 한민족의 희망이오.」

    방안은 조용했다. 장기영도 숨을 죽이고 있다.
    갑자기 목이 메었으므로 헛기침을 한다.

    「가서 전하시오. 남북한 총선이 나, 이승만의 소원이라고.
    전국민 투표가 불가능하면 국민수에 비례해서 대의원 투표도 좋소. 북한이 개방되어 자유롭게 투표만 하게 해준다면 김일성이가 통일 대통령이 되어도 내가 모시겠소.」
    그렇다.
    국민이 투표로 뽑는다면 승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다.
    「알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매디슨이 힐끗 장기영에게 시선을 주더니 다시 묻는다.
    「선거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게 낫겠습니까?」

    「유엔의 감시가 있어야 하오.」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말을 이었다.
    「남북한 전역에 말이오. 공명정대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해야 됩니다.」
    조직적인 공산당의 방해공작과 테러가 이어질 것이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내 상대는 이제 김일성이다.
    민심은 곧 천심이다. 나는 타협하지 않고 이곳까지 왔다.
    좌우합작이 무엇이란 말인가?
    공산당은 합작할 정당이 아니다. 일당독재가 그 당의 근본이다.
    그리고 그 공산당과 대적할 인간은 나 밖에 없다.
    김구도 김규식도 물론 아니다.

    머리를 든 내가 매디슨을 보았다.
    「하지가 나를 잘못 평가했다고도 전하시오. 나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소.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