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분단 ⑭

    「김구선생이 평양으로 떠난답니다.」
    하고 조병옥이 말했으므로, 나는 머리를 들었다.
     
    남한 총선거가 한달쯤 남은 1948년 4월 초순 경이었다. 내 시선을 받은 조병옥이 말을 잇는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함께 남북한 지도자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 했다고 합니다.」
    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김구의 북한행을 듣고나니 나는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누구든 김구의 북한행이 남북한 통일을 위한 끈질긴 노력, 애국충성, 또는 결사의 각오라고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믿는 무리가 있다. 바로 공산당이다.
    그러나 보라, 1948년 4월 초순 당시를 보라고 나는 말한다.
    북한은 이미 애송이 김일성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공산당일당 독재체제, 인민군이 창설되었으며 헌법이 공표되었다.
    선거 할 것도 없이 북노당 중심의 조선인민공화국이 창설 된 것이나 같다.
    그리고나서 철통처럼 단속이 된 북한땅과는 달리 남한에서 저질러지는 일들을 보라.

    1) 남한에 남노당(남조선노동당)이 창설되어 거대한 세력을 형성, 군(軍), 관(官)에 세포를 침투시켜 무장폭동, 또는 노동자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북한 정부의 지시를 받지만 아직 반역 세력이 아니다.
    왜냐하면 남한에 정권이 수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한에 남노당 정권 또는 단독정권이 수립되면 그들은 애국자며 건국 공신이 되리라.

    2) U·N의 남북한 통일을 위한 U·N 남북한선거관리위원단은 북한 입국을 거절당했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의 통일 방해 작태인 것이다.

    U·N을 통한 통일의 기회가 소련에 의해 거부 되었는데 무슨 핑계를 대는가?
    제 힘으로 독립도 못한 주제에 미·소 양국을 다 물러가고 우리들끼리 해보겠다는 주장은 가당키나 한가?

    U·N을 이용해야 되지 않는가 말이다.

    3) 남한의 우파 분열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김구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서는 형님께는 충성을 다 하겠다고 해놓고서 밖에 나가면 딴소리를 한다.

    주위를 따르는 놈들이 부추키는 모양이나 적 앞에서 왜 분열상을 보이는가?
    적은 물론 김일성이다. 나도. 김구는 물론이고 김규식도 보도 듣지도 못했던 애송이, 30대초반의 소련군 소령이 제 할애비인 스탈린의 재롱둥이가 되어서 이미 북한땅에 조선인민공화국을 세워놓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내가 앞에 앉은 조병옥에게 뱉듯이 말했다.
    「아, 가려면 모스크바로 가서 스탈린과 담판을 해야지 김일성을 뭐하러 만난단 말인가?」
    조병옥은 눈만 크게 떴고 내가 말을 이었다.
    「김일성이가 결정할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참 한심한 사람들일세.」

    남한에서 김구와 수십개의 정당, 사회단체 대표가 몰려가 이른바 남북지도자회의를 한다지만 결정권은 스탈린에게 있는 것이다.
    그들은 소련의 각본대로 미·소 양국군을 한반도에서 전면 철수시키고나서 남북한 총선을 실시하자고 할것이었다.

    이제 한달 앞, 5월10일로 다가올 남한 단독 총선을 막아보려는 작전이다.
    조병옥의 시선을 받은 내가 한마디씩 잘라 말했다.

    「5월10일 선거가 끝나고 대한민국이 세워질걸세, 저자들의 주장대로 따른다면 남한은 곧 적화되네.」

    지금은 무정부 상태다.
    남노당이 기를 쓰고 정부 수립을 막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은 공산당의 테러와 선동, 거짓말에 염증을 내고 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열화처럼 요구하고 있다.
    민중의 이런 바램이 없다면 내가 나서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