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분단 ⑳

    내가 경교장으로 김구를 찾아갔을때는 1948년 11월 초순쯤 되었다.
    나는 박기현과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떠났는데, 경교장 앞에서 기다리는 내무장관 윤치영을 보았다. 이제는 대통령 신분이라 혼자 슬쩍 나갈수는 없는 것이다.

    「어, 장관 오셨는가?」
    차에서 내린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윤치영이 바짝 다가섰다.
    「각하, 이렇게 다니시면 안됩니다.」
    「그렇다고 내무장관까지 떠들썩하게 수행하시면 되나?」

    오후 8시였다. 주위는 이미 어두워서 경교장 앞에 대통령이 있는지 지게꾼이 있는지 분간도 안될테지만 내무장관이 데려온 경관 10여명이 삼엄하게 경계를 펴고 있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장관만 아시고 입단속을 해주시게, 백범도 원치 않아서 그래.」
    내가 경교장 안으로 발을 떼면서 말했더니 윤치영이 뒤를 따르며 대답한다.

    「예, 각하, 그렇지 않아도 함구령을 내렸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연락을 한터라 김구가 한복 차림으로 나를 맞는다. 작년 말에도 비밀리에 잠깐 만났으니 거의 1년만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김구는 야인이다.

    나는 갑자기 감회가 일어났다. 응접실의 소파에 김구와 윤치영까지 셋이 둘러앉았을 때 내가 물었다.
    「이보오, 아우님. 내가 찾아온 이유를 아시오?」

    나는 무슨일로 만나자고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김구가 입술끝을 올리며 웃었다.
    「북조선 이야기 하시려는 것 아닙니까?」

    올해 4월에 김구는 김규식과 함께 평양으로 가서 김일성을 만났던 것이다.
    남한의 단독 총선거는 안된다면서 김일성이 미·소 양국군대만 철수하면 남북한 총선을 약속했다고 했다. 그 말을 믿는 남한 국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 증거가 남한 총선거 투표율로 나타났으니까, 그때 내가 지그시 김구를 보았다.

    「아우님, 내가 아우님이 김일성을 만나고 돌아와 하신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는가?」
    「형님 생각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김구의 웃음띈 얼굴을 본 내가 길게 숨을 뱉았다.

    그때 나는 김구가 임진왜란 전에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와 일본의 침입이 없을것이라고 했던 김성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말할 기분은 아니었다. 김구의 초췌한 모습을 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내가 정색하고 물었다.

    「아우님,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아우님의 고견을 듣고싶네.」

    그러자 김구는 눈만 껌벅였고 윤치영은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것 같다.

    「우린 반란군을 진압하는데도 힘이 드네, 이걸 어쩌면 좋은가?」
    「중국을 공산당이 먹는다면 김일성은 양쪽에 날개가 달린 꼴이 될것입니다.」
    「그렇군.」
    「중국이 곧 공산군에 넘어가겠지요?」
    「그럴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