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분단(25)

    내 이야기는 지난일을 회상하며 쓰는 자서전 형식이다.
    나는 온갖 방해와 모략, 그리고 암살 위협을 무릅쓰고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을 했으니 나에게 무슨 미련이 남았겠는가?

    건국 방해 세력에 대한 한(限)과 분노도 다 가라앉았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내가 1948년 말경에 창랑(滄浪) 장택상에게 불쑥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경무대 안에서다.

    「이보게, 창랑,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는 내가 장택상에게 서류 한부를 내밀었다. 앞쪽에 앉은 장택상이 잠자코 서류를 받아 읽는다.

    유엔한국위원회의 중국대표 유어만(劉馭萬) 중국 공사(公使)가 나에게 보낸 보고서였다.
    1948년 7월 11일에 경교장으로 김구를 방문하여 지난 4월에 북한을 방문했던 일을 묻고 대답한 내용이다.
    긴장한 장택상이 서류를 읽는 동안 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그 서류 내용 중 이런 문답이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김구가 이렇게 대답한다.

    「북한군이 지금부터 3년 동안 군비 확장을 중지한다고 해도 남한군은 3년 후에 공산군의 지금 수준에도 닿지 못할 것이오, 북한군은 아주 손쉽게 남진을 할 수있을 것이고 단시간에 이곳에서 인민공화국을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오.」
    다 읽은 장택상이 머리를 들고 나를 보았다. 굳어진 얼굴이다.

    「유공사의 보고서라면 거짓일 리가 없습니다. 각하께선 왜 조처를 하지 않으십니까?」
    「지난해 말에 경교장에 찾아가 만났어.」

    장택상은 외부장관이다. 수도청장으로 치안을 맡았던 장택상과 조병욱은 암살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다.
    나까지 포함해서 모두 좌우 세력의 표적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이었다.

    「이 보고서 대로라면 백범은 북한군의 남침 위협을 알고 유공사한테 말한 것이 되는데 나한테는 아무말 하지 않았어.」

    「---」

    「북한군이 남진하면 단숨에 남한 정권을 전복, 인민공화국을 수립할수 있을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단말야.」

    「---」

    「그러면서도 평양에서 미․소 양국군이 철수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네, 그래서 내가 미심쩍어서 경교장으로 찾아간 것 일세」

    「그랬더니 백범은 뭐라고 했습니까?」

    「---」

    「다른 이야기는 없었네」

    장택상은 입을 다물었고 나도 침묵을 지켰다. 사람은 때로 침묵을 지키는 것이 나을수도 있다. 그러나 김구는 내게 그런 이야기는 해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의 명운이 결린 이야기 아닌가? 유어만이 거짓 보고서를 냈을리는 없다. 이윽고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남한이 대한민국으로 건국이 되었으니 이 일은 접고 나갈 생각이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사실이 밝혀지겠지.」

    「제가 듣기로는 백범이 남북한 동시 선거를 하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북 사람들이 모두 백범을 지지 한다고 했다는 군요. 백범이 북한에 다녀와서 한독당 중앙 간부에게 낸 북한방문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있다고 합니다.」

    백범도 인간이다. 임정 주석으로 각고의 세월을 견딘후에 해방된 조국에 돌아와 뜻을 펼치고 싶은 욕구가 왜 없겠는가? 길게 숨을 뱉은 내가 말했다.

    「백범은 소련과 김일성이 한테 농락을 당한거야. 차라리 모스크바로 스탈린을 찾아 가 담판했더라면 김일성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