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분단(27)

     「왠 고기야?」
    식탁에 앉은 내가 묻자 당황한 프란체스카가 어물거렸다.
    「마리아가 가져온 고긴데요.」
    이기붕의 부인 박마리아다.

    마침 프란체스카를 도우려고 물그릇을 들고오던 박마리아에게 내가 물었다.
    「그대는 이 고기를 어디서 가져온거야?」
    그리고는 바로 내 물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닳았지만 이미 뱉아진 말이다.
    식탁에 스테이크가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먹음직스럽게 익힌 고기냄새가 식욕을 일으켰다. 그때 박마리아가 대답했다.
    「시장에서 샀습니다. 각하.」
    「그 집에서는 고기 자주 먹는가?」
    「아닙니다.」

    박마리아가 웃음 띈 얼굴로 고분고분 대답했다.
    「한달에 한번 정도나 먹습니다. 각하.」
    나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나이프를 들었다.

    나는 가난하게 자라서 음식 탐이 없다. 다 잘 먹는다.
    술 담배를 안하지만 억지로 끊은 적은 없다. 체질이 맞지 않아서도 아니다.
    돈이 없어서 그냥 못 피우고 못 마시는 버릇이 되었다고 봐도 되겠다.

    나는 또한 재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하와이에서 성금 문제로 분쟁이 일어났을 때 동포들에게 「그럼 내 개인구좌로 성금을 보내시오.」하고 당당하게 말했을 정도로 자신할수 있었다. 그랬더니 또 동포들이 내 말대로 해주지 않았는가.

    내가 손바닥만한 스테이크를 반쯤 먹고 남겼더니 프란체스카가 가져갔다.
    자기가 먹으려는 것이다. 경무대 살림은 간소하다. 내가 절약과 검소를 강조하다 보니까 오늘 저녁 같은 해프닝도 일어난다.

    1949년 1월 하순경이다.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 작년 12월에 외무장관으로 임명 된 임병직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내가 부른 것이다. 임병직은 1893년 생이니 당시에 57세, 나보다 18세 연하로 1919년에 27세의 나이로 내 비서가 된지 어언 30년간 나와 고락을 같이한 동지다.

    「벤, 정국이 꼭 상해 임정 시절처럼 혼란스럽구나.」

    내가 말했더니 임병직이 쓴웃음을 지었다.
    「각하, 그때보다 더 심합니다.」

    내가 임정 대통령으로 임명되었을 때 임병직이 그때도 수행했던 것이다. 상해에서 나는 6개월밖에 견디지 못하고 돌아왔다. 임병직이 말을 잇는다.
    「각하, 미국의 군사 원조는 조금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국무부 입장은 전보다 나아졌지만 소련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서요.」

    미국은 여론을 중시하는 국가여서 소련의「미제국주의」확산 주장에 주춤거리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미군 철수는 진행되는 중이고 국군의 무장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소련은 한반도에서의 미·소 양국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그것이 한국국민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는 상황이다.

    「벤, 국방력은 약해졌는데 내부 혼란은 더 심해지니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킬지가 걱정이야.」
    내가 낮게 말했다. 반민특위의 활동이 본격화 되면서 특히 군과 경찰의 친일파를 집중적으로 색출하고 있다. 더구나 국회에서는 한민당이 중심이 되어 제1야당 창당 작업이 마무리되는 중이다.

    그들의 목표는 나를 견제하고 내각제로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때 임병직이 말했다.
    「각하, 임정 시절보다 상황은 더 나쁘지만 각하께선 국민의 지지를 받고 계십니다. 그걸 잊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나는 머리를 들었다. 그렇다. 그것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축출되었다는 것을 잊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