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대한민국 ① 

     「백범 선생의 암살로 민심이 흉흉 합니다.」
    다음날 중앙청에서 열린 각료회의때 내무장관 김효석이 보고하자 회의장 안은 무거운 정적에 덮여졌다. 12부처의 장관이 다 모여 있었다. 분위기에 위축된 듯 김효석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안두희의 배후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미 어젯밤 비서 한테도 들었지만 각료회의 석상에서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화가 났다. 그러나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40년전인 1908년에 조선의 일본 통감외교고문으로 있던 스티븐스라는 미국인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둘러보며 물었더니 선뜻 대답하는 각료가 없다.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입을 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을 이었다.
    「스티븐스는 조선은 일본의 통치를 받아야한다고 떠들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우국지사 장인환, 전명운에게 사살 되었네.」

    내가 각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때 모든 조선인들이 그 둘을 칭송했네. 속이 시원한 일이었지. 미국 땅에서 친일 미국 놈을 쏴 죽이다니 장한 일이 아닌가?」
    「----」
    「허나 나는 그때도 암살이란 방법은 좋지 않다고 말했네. 사람을 보내 정적(政敵)을 죽이는 것보다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어.」

    회의장 안은 조용하다. 모두 내 말뜻을 알고 있으리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내가 결론짓듯 말했다.
    「암살의 순환은 백범으로 끝났으면 좋겠네. 지하의 고하(古下), 설산(雪山)등의 넋도 결코 반기지 않을 테니까.」

    백범은 설산 장덕수의 암살 배후로도 의심 받았다는 것을 각료 모두가 안다.
    내가 암살로 흥한 자는 암살로 망할것이라고 자주 말한 것을 들은 각료도 많을 것이다.
    머리를 든 내가 김효석에게 말했다.

    「범인이 자수했다니 다 털어놓도록 하게. 그 자가 숨길 이유가 있겠는가?」

    김구의 암살을 이용하는 무리가 있다. 특히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풍토에서는 조작된 소문이 여론을 형성하고 세력을 결집 시키기가 좋은 것이다. 그때 교통장관 허정이 입을 열었다.
    「각하, 위대한 독립운동가께서 세상을 떠나신 것입니다.」
    「그렇지.」

    내가 힐끗 앞쪽에 앉은 장기영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할것이 있어.」

    모두의 시선을 받은 내가 말을 이었다.
    「백범은 대한민국을 끝까지 부정하다가 떠났네. 그 사실은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일세.」

    모두 입을 다물었고 내가 말을 잇는다.
    「이 대한민국을 건국하는데 백범이 어떤 기여를 했는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 보게.」
    「----」
    「작년에 백범이 파리에 사절단을 보내려고 했던 것을 다 알고 있겠지.」
    「----」
    「남북 동시 선거가 가능키나 한 일이었던가? 불가능한 일을 내걸고 대한민국 수립을 끝까지 방해 한 것이 백범이야.」

    이윽고 길게 숨을 뱉은 내가 말을 맺었다.

    「백범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할 자리가 없지만 만일 백범이 추앙받는 세상이 온다면 그때는 대한민국이 위험한 시기일 것이야. 그것을 명심들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