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대한민국 ⑮

    당시의 남한 육해공군 병력은 8만5천명에서 9만명 수준이었으며 장교는 약 4,700명이다. 7개 보병사단과 5개의 독립 보병연대 및 대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소련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온 북한군에 비해 열세다. 그러나 국민의 사기진작을 위해 무적 국군을 과대 포장한터라 겉으로 드러내놓고 걱정 할 수가 없다.

    그 때 다시 이철상이 서류를 펼치더니 보고를 계속했다.
    「시티코프가 김일성, 박헌영과 회담을 하고나서 모스크바ㄹ로 휴가를 떠난 다음에 대리 대사로 평양에 온 토운킨과 김일성, 박헌영이 다시 회담을 한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어, 그런가?」

    나는 긴장했다. 이것은 특급 기밀이다. 미정보당국은 이런 정보를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박헌영의 비서 출신에다 공산당 간부들과 인연이 있는 이철상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철상이 서류를 읽었다.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옹진반도에 주둔한 남한군 2개 연대에 타격을 가해서 옹진반도와 개성까지를 점령한다는 것입니다. 남한군은 선제공격을 받으면 전의를 상실할 것이고 그 때 남진을 계속한다는 계획입니다.」
    「----」
    「남한은 반격할 전력도 없고 38선을 밀고 올라올 겨를도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남한의 빨치산이 일제히 봉기하여 내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호흡을 한 나는 외면했다. 과연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한국군은 반격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보고서를 동경의 맥아더한테라도 보내야 되지 않겠는가?
    만일 이 내용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영향이 올 것인가?

    그 때 내 눈치를 살핀 이철상이 묻는다.
    「각하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오, 계속하게.」

    이철상이 손데 쥔 보고서를 펴보이며 말했다.
    「남한 정치 상황에 대한 시티코프의 보고서입니다. 소련 대사관에서 일하는 타자수가 이것을 빼내어서 김일성한테 보고했고 김일성이 박헌영 등 간부들한테 다시 베껴 나눠준 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참 수고했어.」

    서류를 편 이철상이 다시 읽는다.
    「남한의 정치 상황은 대단히 불안정하다. 그들은 좌익 정당이나 정치조직, 빨치산을 공격하고 있지만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우익 진영이 결속하지 못하고 권력을 둘러싼 전쟁만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이철상이 시신을 들었으므로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이철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좌익 세력들은 내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남한의 정치상황을 이용하여 영향력있는 중도파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우익들은 포섭, 접촉하고 있다. 특히 중도 포섭이 성과가 있으며 중도로 위장한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
    「남한의 국회의원 몇 명을 북한의 지시를 받고 남한 정부와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결과 62명의 국회의원이 미군의 완전철수, 이승만 정권에 대한 불신임결의, 내각의 퇴진에 대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이 안건은 국회 다수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남한 정권은 전쟁이 일어나면 곧 붕괴가 될 것이다 ---」

    이철상이 잠깐 말을 그쳤을 때 나는 눈을 떴다. 나는 눈을 깜빡여 초점을 잡고 이철상을 보았다.
    아,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