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①  

    1950년 6월 25일, 오전 8시쯤 되었던 것 같다. 이층 집무실에 앉아있던 나는 아래층이 조금 수선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귀를 기울였다.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경무대경찰서장 김장흥 총경이 들어섰다. 김장흥이 이 시간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어서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김장흥의 안색도 굳어져 있다.

    「각하, 북한군이 남침을 했다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무엇이? 남침? 어디에서?」
    놀란 내가 김장흥을 보았다. 언젠가는, 하고 예상은 했지만 방안이 서늘해진 느낌이 들었고 눈앞에 선 김장흥이 멀리 보였다. 그 때 김장흥이 말을 이었다.

    「38선 전역에서 남침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김장흥은 경찰정보를 가장 빨리 수집할 수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또한 군과 사회에 파견된 정보원으로부터도 정보가 모인다. 내가 김장흥에게 물었다.

    「이봐, 옹진반도에서 일어난 전투가 과장된 것 아닌가?」
    옹진반도는 북한과 마찰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매일 총격전이 일어났고 밀고 밀리는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는데 북한이 공격 해온다면 옹진반도나 개성일 것이라고 군에서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장홍이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38선 전역이라고 합니다!」
    「국방장관을 불러!」
    내가 소리치듯 말했더니 김장흥이 몸을 돌렸다가 아예 내 책상위의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김장흥이 전화기에 대고 소리쳐 국방장관 신성모를 찾을 때 방문이 열리더니 비서들과 함께 신성모가 나타났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김장흥이 옆으로 비켜섰다.

    「장관, 어떻게 된 것인가?」
    내가 물었더니 신성모가 어깨를 펴고 대답했다.
    「예, 옹진반도에서 북한군의 반격이 거세진 것 같습니다. 각하.」
    「북한군이 38선 전역에서 남침하고 있다던데, 아닌가?」
    내가 소리치듯 물었더니 신성모가 머리를 저었다.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다만 뭔가?」
    「38선에서 북한군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 정보국의 보고인가?」
    「아직 정보국의 보고서는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다만 또 뭔가?」
    「미 대사관 측에서 북한군 동향이 수상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각하.」
    「경찰은 38선 전역에서 북한군이 침공하고 있다는 거야, 이 사람아.」

    나는 신성모한테서는 정확한 상황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곧 비서에게 지시해서 참모총장 채병덕을 바꾸라고 했지만 연결이 안 되었다. 신성모는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당장 나에게로 달려온 것이다. 아마 위급하면 나하고 같이 죽으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비서에게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할 것을 지시했을 때는 벌써 9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정확한 상황이 보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