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⑬  

    조종사 이름은 스미스 중위, 젊다. 스물두어살이나 되었을까? 경비행기 안에는 나와 스미스 둘만 타고 있다. 2인승이기 때문이다. 맥아더와 작별하고 오후 6시경에 수원 비행장을 이륙한 비행기는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날아가고 있다.

    앞좌석에 앉은 나는 진동으로 몸이 떨렸으므로 어금니를 물고 있어야만 했다. 한 10분쯤 비행기가 날아갔던 것 같다. 갑자기 뒤에 앉은 스미스가 소리쳤다.
    「적기다!」

    놀란 내가 머리를 돌렸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비행기가 와락 급강하 하면서 스미스의 외침이 이어졌다.
    「각하, 급강하합니다!」

    비행기가 전속력으로 급강하 할 때의 느낌은 겪어본 사람이 알 것이다. 창자가 입 밖으로 품어져 나오는 것 같고 온몸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숨이 막힌다. 그리고 눈  앞으로 닥쳐오는 산, 스미스는 적기를 피하려고 비행기를 골짜기로 몰았다.

    나는 눈을 감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눈을 감고 죽기에는 분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스미스는 급강하 하면서도 날개를 비틀어 옆으로 난다.

    나는 몸이 뒤집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저절로 입 밖으로 말이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만세.」
    한국말이었고 외침도 아니어서 스미스는 무슨 말인지 몰랐을 것이다. 비행기가 다시 중심을 잡더니 하강이 멈춰지면서 골짜기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때였다.

    「탓탓탓탓탓」
    이번에는 요란한 기관총 발사음이 울리면서 스미스의 외침이 이어졌다.
    「각하! 조심 하십시오!」

    다음 순간 비행기가 골짜기 왼쪽으로 충돌 하는 것처럼 붙더니 거의 직각으로 상승했다. 그때 나는 내 오른쪽을 스치고 지나는 소련 제트기를 보았다. 몸체에 별판이 뚜렷했다.

    「내가 공산당한테는 안 죽는다.」
    이제는 몸이 솟구치는 압력으로 숨이 막혔지만 내가 잇사이로 말했다.
    「이놈들아, 대한민국의 기운이 날 보호해 줄 거다!」

    그 때 비행기가 산마루까지 겨우 올라오더니 다시 골짜기를 타고 밑으로 곤두박질을 치면서 떨어졌다. 내가 조종에는 문외한이지만 스미스의 조종 솜씨는 뛰어났다. 그래서 급강하하는 와중에도 스미스한테 소리쳤다.

    「중위! 훌륭하네! 귀관이 한국군으로 편입 해온다면 내가 소령으로 임명하겠네!」
    「정말입니까?」
    그냥 칭찬인줄 아는 스미스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졌다.
    「영광입니다. 각하!」

    골짜기를 넘어 산등성으로 올라왔더니 야크기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하마터면 골짜기 벽에 부딪칠 뻔 했던 터라 소련군 조종사는 혼비백산하고 도망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대전으로 오는 도중에 또 한 번의 야크기 공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비껴 지나면서 뒤쫓아 오지는 않았다.

    스미스의 뛰어난 조종술이 다시 한 번 입증 되었고 나는 한 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나서 대전 비행장에 착륙했다.
    「걱정했어요.」

    비행장에서 기다리던 프란체스카가 아직도 근심이 풀리지 않는 얼굴로 말하길래 내가 스미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웃었다.
    「스미스하고 산천 구경을 했어.」

    그러자 긴장이 풀린 내 다리가 서 있지도 못할 만큼 후들거렸다. 내가 직접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셈이 되었다. 이것은 마치 신께서 현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