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승만 ‘不屈’ 이원호

<408> 쉬다니, 죽는게 낫지

| 최종편집 2011.06.20 09: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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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6.25 ⑰  

1950년 7월과 8월의 두 달은 내 인생에서 가장 분주했던 나날이었다. 지금도 그 두 달간을 떠올리면 지난 수십 년 세월보다 더 많은 영상이 지나간다.
「각하, 오늘은 쉬시지요.」
하고 이철상이 말했을 때는 7월 하순 쯤 되었다.

나는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 있었는데 국군의 필사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미군 제24, 26사단의 금강방위선이 뚫리면서 인민군은 충청도와 전라도까지 남하하고 있다. 나는 거의 매일 전선 시찰과 국군 모병소, 민생 시찰을 다녔기 때문에 수행한 이철상이 만류한 것이다.

「내가 전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쉬다니, 죽는 것이 낫지.」
내가 꾸짖듯이 말했더니 이철상이 잠자코 가방을 챙긴다. 가방 안에는 담배가 들었다. 미군 연락관 피터슨 대령한테 부탁해서 가져온 담배를 내가 나갈 때마다 가방에 담아가는 것이다.

오늘 행선지는 마산의 신병 훈련소, 차로 세 시간 거리였으므로 오전 9시에 출발했는데 12시가 되었어도 도착하지 못했다. 도로가 험한데다가 오가는 군 차량, 피난민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행한 한국군 연락관 안동진 대령이 제 잘못인 것처럼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

「피난민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나는 머리만 끄덕였다. 지프에는 앞좌석에 운전사와 안동진, 뒷좌석에 나와 이철상이 앉았다. 우리가 탄 차량 대열이 마산에 거의 닿았을 때였다.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는 앞쪽 경호차를 피해 길가에 물러나는 두 어린애가 보였다. 내가 탄 차가 옆으로 지날 때 보니까 10살 쯤 되는 사내아이와 그보다 서너 살 아래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둘은 손을 꼭 잡았다.

「세우게!」
갑자기 내가 소리치자 놀란 운전수가 제동기를 세게 밟으면서 크게 경적을 울렸다. 노련한 운전사여서 앞뒷차에 경고를 한 것이다. 차가 급하게 멈춘 바람에 먼지가 일어나 잠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차에서 내렸더니 경호를 맡은 경찰들이 뛰어왔다. 길가의 피난 대열도 주춤거리며 나를 보았다.
「미안합니다. 여러분을 고생시켜 드려서 미안합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는 이쪽저쪽에다 대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나서 다시 소리쳤다.
「여러분, 제발 희망을 버리지 마십시오! 제발 견디어 주십시오! 여러분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살아남아 주십시오!」

내가 힘껏 소리쳤지만 육성이라 주변사람만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두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아이들은 여전히 손을 꼭 잡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아까부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 다 남루한 차림이었고 사내아이의 고무신 한 짝은 앞이 찢어져서 끈으로 발에 동여매었다. 여자아이는 여름날이었는데 콧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내가 다가가 섰더니 둘은 바짝 붙었다. 여자아이가 사내아이한테 매달리듯 붙는다.

「너희들 어디 가느냐?」
내가 물었더니 갑자기 여자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주위에 나 뿐만 아니라 경찰 복장의 경호원, 군복 차림의 안동진에다 앞쪽 경호차의 군인들까지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 때 사내아이가 대답했다.

「어머니 찾으러 갑니다.」
제법 또렷한 목소리였지만 말끝이 떨렸다. 겁을 참는지 눈을 크게 떴지만 눈물이 고여져 있다.
「네 어머니는 어디 계시느냐?」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사내아이가 입술을 비죽이며 운다. 나는 또 가슴이 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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