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장 6.25  (26)

    6.25 남침 이후의 정국에 대해서는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가 평가 하리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며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었다. 전시의 강력한 지도체제를 위해 나는 강압적으로 개헌발췌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만장일치였다.

    그러나 공산당 무리가 이승만의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아마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닐 것이다. 어찌 공산주의 사고를 가진 자가 나를 평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반역자까지 싸안고 가면 안 된다. 동포의 이름으로 학살하고 동포의 이름 뒤에 숨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이다.
    나는 휴전회담이 시작된 1951년 7월부터 끈질기게 휴전을 반대했고 그 것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러나 협상의 주도권을 쥔 것은 미국과 UN군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다수가 휴전을 반대했으며 전폭적으로 나를 지지했다.
    궁지에 몰린 북한과 중국 정부는 휴전을 서둘렀고 김일성은 유엔 안보리에 유엔군 측 주장을 다 받아들인다는 조건으로 조기 정전을 호소했다.

    그러나 격노한 스탈린이 가로막았다. 스탈린은 김일성이 타스통신 기자를 불러 정전을 호소한 기자회견 기사도 보도금지 시켰다. 그러나 1953년 3월 5일, 스탈린이 사망하면서 휴전은 급진전 되었다.

    그리고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반공포로 문제가 또 협상을 가로막았다.
    북한은 무조건 북송시키라고 주장했는데 돌아가면 처형 될 것은 뻔했다.
    반공포로는 2만7천여 명이나 된다.

    그런데 UN군은 1953년 6월 8일, 포로교환협정을 타결시킨다. 반공포로도 중국군 포로와 같이 중립국 송환 위원회에 넘겨 포로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것이다. 그러면 포로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는다.

    1953년 6월 17일, 집무실로 찾아온 원용덕 헌병사령관이 땀에 젖은 얼굴로 나를 보았다. 1950년 7월 17일의 대전 협정에 의거하여 나는 군 지휘권이 없다. 내가 헌병사령부와 육군특무대를 내 친위대 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대전협정 위반이다.

    내가 원용덕에게 짧게 말했다.
    「시행하게.」
    원용덕은 말없이 경례만 붙이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53년 6월 18일 새벽 2시, 부산, 마산, 광주, 논산 등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송환반대 반공포로 2만7천여 명이 일제히 수용소를 탈출했다.

    육군 헌병들이 난사하는 카빈총 발사음을 신호로 대탈출을 한 것이다. 수용소를 지키는 미군들이 당황하여 일부 병사가 총을 쏴 70여명이 사살되었지만 대탈출은 성공했다. 이른바 반공포로 석방이다.

    미국 정부는 격노했다. 휴전협정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였다. 한국군 헌병을 동원하여 포로들을 대탈출 시킨 것은 대전법 위반이기도 했다.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나, 이승만이 대단히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미국인 지인들이 많지만 미국 정부 정책에 한 번도 맹목이 되어 따른 적이 없다.
    그만큼 알고 겪었기 때문일 것이며 김일성과 소련과의 관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좋아, 그럼 한반도와 만주국의 국경에 완충지대를 만들어놓는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 하겠다고 전하게.」

    내가 1953년 7월 초순경에 유엔군 사령관인 클라크 대장에게 비서관을 보내 내 뜻을 전하도록 했다.
    클라크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고 했겠지만 결국 나는 1953년 10월 1일,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와 한미수호방위조약을 조인할 수 있었다.

    1905년, 한미수호통상조약에 한줄 명기된 상호방윈 문구에 매달려「시어도어 루즈벨트」를 만난 지 48년 만이다. 이 한미수호조약은 다르다. 「분명한」조약이다. 이 조약을 방파제로 삼아 대한민국은 번영의 길로 매진해야 될 것이다.

    <끝>

    *건국대통령 이승만 일대기 소설 <불굴>은 오늘로 연재를 일단 끝냅니다.
    미처 못다 쓴 이야기들이 산더미 같습니다. 앞으로 출간될 연재소설에 보완될 것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과, 작가 이원호씨의 노고에 머리숙여 감사 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