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실체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실체“어, 또 오셨네요?”“아, 예.”“그런데 어쩌죠. 얼마간 손비아 씨를 만나기 힘드실 것 같은데요.”“아니, 왜요. 어디가 많이 아픈가요?”“그게 아니라 유학문제로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연차휴가를 냈거든요.”“연차휴가를요?”“예,

    2013-01-02
  • <44> 숲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숲정오 무렵 지원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 엘리스처럼 숲에 있었다. 그리고 수호천사가 화려한 나비날개를 활짝 펴고 그 주위를 자유로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지원은 깊은 상념에 잠겨 세상과 담을 쌓고 있었다. 수호천사도 그런 지원을

    2012-12-31
  • <43> 배신의 충격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배신의 충격 “은혜야, 너 요즘도 배가 많이 아프니?”“요 며칠 동안은 더 심했어. 내 배 좀 한번 봐봐.”“헉! 배가 없어. 뻥 뚫렸어.”“꽝포(거짓말). 일없지, 그치?”“아니야, 정말이야.”“그럼 네가 내 예쁜 배를 가져갔지, 그치?”

    2012-12-28
  • <42> 국제테러리스트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국제테러리스트 “오늘 F/W시즌 팬츠디자인 최종 심의 하는 날이거든요. 어제 이미 전무님을 비롯한 임원진들에게도 오늘 디자인 품평회를 갖는다고 보고한 상태고요. 그런데 손비아 씨가 보시다시피 아직까지……. “…….”“더구나 그 디자인은 손비

    2012-12-27
  • <41> 불청객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불청객탐식(Gluttony), 탐욕(Greed), 나태(Sloth), 정욕(Lust), 교만(Pride), 시기(Envy) 그리고 분노(Wrath). 성서에 나오는 이 기독교적 윤리관은 비단 신학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유럽을 지배했다. 하지

    2012-12-26
  • <40> 성당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성당“일이 이렇게 되도록 나만 몰랐어.”이제 현우를 위한 선물상자가 짐처럼 느껴졌다. 지원은 어쩌면 자신의 꿈도 다른 사람에겐 볼품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근거도 없는 여주인의 비웃음이 벌레처럼 날아와 목 언저리에서 스멀거

    2012-12-24
  • <39> 오해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오해“문상원 기자 기억하시죠?”“물론 기억하지. 가만! 왜, 재국 씨가 피워놓은 연막이 기대만큼 효과가 없었어?”“아니요. 그건 선배의 말처럼 현재까지 뚫렸다는 이상 징후를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럼?” “문 기자의 불행한 가족

    2012-12-23
  • <38> 거래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거래 그로부터 일주일 후,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무실은 부서진 암석처럼 깨진 침묵과 고요만이 가득했다. 재국은 차가운 죽음의 세계에서 혼자 컴퓨터 속 자료파일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재국의 의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강한 흡입력으로 가

    2012-12-21
  • <37> 죽음의 미스터리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죽음의 미스터리정오 무렵, 정원과 유진은 유명 호텔이 직영하는 최고급 그릴 전문레스토랑에 와 있었다. 그곳의 품격을 직설적이고도 명료하게 설명한 건 모던하고 감각적인 실내 인테리어였다. 하지만 그 품격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의 향기를 더한 건

    2012-12-20
  • <36> 수호천사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수호천사꿈이었다. 그것도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독한 악몽이었다. 하지만 그 공포는 믿을 수밖에 없는 리얼텍스트(Realtext)였다. 지원은 침대에서 눈을 감은 채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당겨 온몸을 덮었다.

    2012-12-19
  • <35> 보위과장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보위과장무언가 계속해서 말을 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지원은 낯선 사무실의 소파 위에 있었다. 옷이 벗겨진 채로 얇은 담요 한 장만 덮혀 있었다. 순간 치욕스런 담화실에서의 일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

    2012-12-18
  • <34> 개별담화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개별 담화오전 내내 작업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점심을 먹고 나서도 달래 채취사업은 계속됐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다리에 쥐가 나도 휴식은 오전·오후 15분씩 두 번, 단 30분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지원을 향해 곧장 걸어왔다. 순간 지

    2012-12-14
  • <33> 정치범 수용소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정치범수용소“으으으.”어디선가 삭은 천조각이 힘없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원은 무의식적으로 그 신음소리를 따라갔다. 딱친구(단짝친구) 조은혜였다. 은혜는 풍막(움막)의 반대편 구석에서 양미간을 찡그린 채 아랫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은혜

    2012-12-12
  • <32> 과오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과오화원 안쪽의 작업실에서 피오기와 은혁, 그리고 홍화가 무언가 심각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런데 피오기가 한껏 달아올라 얼굴지형이 심하게 뒤틀리고 솟아올라 있었다. 거기다 그 변형된 얼굴조직 내부에선 금방이라도 대상만 찾으면 폭발할

    2012-12-11
  • <31> 달래의 죽음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달래의 죽음현우와 지원은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라는 속칭 올빼미족들 틈에 끼어 동화의 나라를 구경했다. 화려한 조명장치가 달린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밤이지만 낮 시간 못지않게 이색 볼거리가 많았다. 거기다가 낮에는 만질

    201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