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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에서 통진당 변호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한국사회에도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왜 북한인권운동을 하는가?’ 저는 이 질문에 화가 났습니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어떻게 남한과 북한의 인권 상황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가 있습니까?”
1980년대 주체사상파(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51)씨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지난 14일 서울 연세대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회에서다.
북한인권운동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런 질문에 대해 그는 ‘악의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 임금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1달러가 채 안됩니다. 대한민국은 인터넷상에서 대통령을 ‘쥐’라고 폄하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 지도자가 나온 신문을 깔고 앉았다고 처벌하는 곳입니다.”
그는 “통진당의 80%이상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이거나 지하혁명조직 Revolutionary Organization(RO)출신”이라면서 “대표적으로 이석기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통진당은 민주주의에서 완전히 또 심각하게 벗어나 있고,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사건 16차 변론기일에 법무부 측 증인으로 출석, 통진당으로부터 매서운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통합진보당의 온갖 공세에도 좀처럼 말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다.
통진당은 김씨의 헌재 출석 전후로 △김영환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5가지 이유(2014.10.24) △철지난 퇴물 유령의 등장은 광기어린 마녀사냥의 파국만을 보여줄 뿐(2014.10.23) △김영환 망언에 대한 이상규, 김미희 의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2014.10.22) 등 보도자료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씨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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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특별강연회 제목은 ‘김영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였다. 주최 측은 이날 강연회에 앞서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씨가 이날 강연회를 통해 중국에서 은밀하게 진행한 북한인권 사업에 대해 입을 열 것이라고 예고한 것. 그러나 그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김씨는 2012년 3월 중국에서 북한민주화 관련 활동을 하다 한국인 4명과 함께 중국 단둥의 구금시설에서 114일 동안 구금된 바 있다.
“사실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내부에서 활동 중인 지하조직원들의 신원이 발각될 가능성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누가 잡혔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눈을 감기가 두렵습니다.”
끝으로 그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와 논리에 빠져있지 말고, 이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그의 강연 주요 내용이다.
[강연] 1990년대 중반 북한이탈주민들로부터 전해 들은 생생한 증언들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참혹한 경제난, 인권유린의 참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내용들은 나치 수용소, 스탈린 수용소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가히 인권 참상의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문제는 인권 유린이 수용소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계층을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북한 전역이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 스스로 혁명가를 자처하고 살아왔지만, ‘참혹하게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을 보고도 가만히 있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습니다. ‘80-90년대, 10년 동안 내가 혁명가를 자처한 게 참이었다면, 북한 주민의 참혹한 현장을 목도하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우리 이웃인 북한 주민이 어렵고, 고통받고, 억압받고 있는데 내가 그것을 못 본 채 하고, 지나칠 수 있을까? 혁명가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운동가로서 양심을 갖고 있다면, 그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고 북한민주화 운동에 여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선 당시 민혁당 당원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혁명가라고 하는 사람들인데, 북한 주민과 손을 잡고 북한 억압자들을 무찌르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함께 한다면 동지로 남겠지만, 기존의 길을 간다면 우리는 적과 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후 민혁당은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됐습니다. 일부는 저를 좇기로 하고, 또 일부는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며 활동한 사람들이 바로 지금의 통합진보당입니다. 통진당의 80% 이상이 민혁당 출신이거나 RO 출신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석기가 있지요.
통진당과 같은 경우, 물론 형식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법률과 공권력에 의해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따지고 본다면, 통진당은 민주주의에서 완전히 또 심각하게 벗어나 있고,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헌재에서 통진당 변호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한국사회에도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는에 왜 북한인권운동을 하는가?” 저는 이 질문에 화가 났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문제 없는 나라가 있습니까? 하지만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 어떻게 남과 북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가 있습니까?
(우선) 평균 임금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은 1달러가 채 안됩니다. 인터넷 상에서 대통령을 ‘쥐’라고 폄하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북한은 국가 지도자가 나온 신문을 깔고 있다고 처벌하는 곳입니다. 그러니 남과 북의 인권 상황을 과소평가한다거나 희화화하려는 태도는 북한인권문에의 심각성과 인권의 본질문제를 호도하려는 악의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저는 헌재에서 체 게바라는 언급했습니다.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칠레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쿠바에서 혁명운동을 펼쳤고, 콜롬비아에서 혁명운동 중에 저격 당하여 사망했습니다. 이런 체 게바라를 격렬하게 추앙하면서, 심지어 북한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곳인데 혁명을 수출한다는 궤변과 논리로 북한 인권 운동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일이 횡횡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저와 동료들은 중국에서 북한 내부에 여러 가지 조직을 만들고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사실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북한 내부에서 활동 중인 지하조직원들의 신원이 발각될 가능성 △중국과 북한에서의 활동이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 △중국과 북한의 정보당국에게 조그마한 단서가 될 정보제공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지난 32년간 운동권, 민혁당, 북한 인권 활동을 통해 첩보와 밀접하게 고민해 오고, 연구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알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처형, 고문, 정치법 수용소에서 참혹한 상태에 놓여 있는 동지를 생각합니다. 누가 잡혔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눈을 감기가 두렵습니다. 고문 받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건강상의 문제로 명상을 시작했지만 이런 소식을 들으면 명상도 끊게 됩니다. 중국에서 저를 고문하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너네들이 살인마 아니냐? 교육해서 북한에 보내고, 지하활동 시키고, 결국 발각되면 죽게 되니 김영환 네가 살인자 아니냐?”
조용히 답변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지하운동을 하기도 했고, 국민당 아래서 지하운동도 했는데, 그렇다면 저항운동하라고 시킨 너희 중국 공산당도 살인마 아니냐?” 한국 사회의 여러 논쟁 속에서 같은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 때 투쟁하다가 형장의 이슬로, 또 옥고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이를 지시하고, 시킨 김구 선생님도 살인마입니까?” 또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고, 사주한 사람들이 살인마입니까?” 모두가 같은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적 아픔이 치유되지는 않지만, 민주화운동·저항운동하는 사람들은 공격하는 것은 지배 논리를 순리화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제가 깨달은 사실은 역사의 발전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사회 곳곳에 우리가 모르지만,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돕고, 헌신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을 돕는 길은 △북한 주민을 각성시켜 민주화하는 길 △인도적 지원을 하는 길로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서로 걸어가고 있는 길은 다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을 희생하거나 진심을 다 하여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다면, 더 높은 수준의 인간적인 실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문명 발달로 풍족함에 빠져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힘들다. 힘들다.”이야기하지만, 북한 주민과 비교해 보면 이는 넘치고 넘칠 따름입니다. 거대한 물질문명 속에서 진정한 정신적 가치, 정신의 자유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헌신 속에서 북한을 돕는 행위, 경제적 위기·검거·납치의 공포에서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헌신하고 있는 동료들의 삶 속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코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 했습니다.
북한이 여러 가지로 열려 있는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을 활용해서 소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합니다. 대북 라디오 방송, CD · USB를 보내야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빈도로 비판하는 운동을 벌여나가야만 합니다. 북한이 개혁·개방하면 할수록 외부 세계 평가에 더 민감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혁·개방에 대한 논의와 북한의 인권에 대한 지적은 병행하면서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불평등은 보다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국가에 의한 복지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에 보건과 교육이 현재 완전히 붕괴된 상태입니다. 돈 없으면 치료받지 못하고, 돈 없으면 교육받지 못 합니다. 이제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 공업전문대와 같은 명문 대학도 돈이 있고, 영어와 수학만 잘한다면 갈 수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3,000달러, 김책 공업전문대학은 2,000달러입니다. 이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해온 전통적인 북한의 인권문제와 함께 추가적으로 새롭게 제기된 인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바로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과 보건의 붕괴로 인한 새로운 인권유린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유와 창조의 가치가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 덕목입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와 논리에 빠져있지 말고, 이를 박차고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고 창조적으로 새롭게 나가야 합니다. 철저하게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서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할지라도 0의 상태에서부터 시작하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투명하고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사고를 하고, 깊은 내면에서부터 들리는 양심의 소리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이 제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청년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가치입니다.
취재·사진 = 한반도통일연구원 박현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