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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지킬 것이냐를 역사적 경험 속에서 찾아내서 그 가치를 기르고 발전해가는 게 진정
한 의미의 보수입니다" -
지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대검 중수부 검사 출신의 정준길 변호사는 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를 이같이 정의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광장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우파인사다.
정 변호사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보수를 새롭게 이념적으로 정립해 나가려는 노력은 있지만 여전히 그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며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역사에서 정말 지켜야 할 핵심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해서 충분한 공유를 못하고 있고, 그 에센스(essence.본질)가 뭔지 제공해주는 제대로 된 우파사상가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현존하는 질서에 안존하는 게 우파라는 잘못된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우파는 말 그대로 역사적 개념"이라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이 보수세력 아니냐. 보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개념이고, 그 시대의 사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콘텐츠가 시간과 공간을 초원하여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정의했다. 각 국가와 사회마다 역사 속에서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정립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어떤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생각할 때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사회체제의 유지 강화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그 사람이 어떤 부모를 만났는지, 어떤 여건에 있든지간에 당대에 자신의 노력으로 대통령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열린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열린 세상'이 한국을 가장 다이내믹하게 만들었다고 단언하는 그는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열린사회였다"고 주장했다.
◆"386일부 정치인, 30년 변화 세월에서 그 시대의 뷰로만 21세기 말하고 있어"
66년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86학번, 우리나이로 43살, 그는 386세대다. 일부에서는 386정치가 부패·무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부각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와 함께 몰락한 386세대 일부 정치인에 대한 그의 평가가 궁금했다. 탁자 위에 올려진 차를 한잔 들이킨 후, 정 변호사는 다시 입을 뗐다.
"한마디로 말하면 공부를 너무 안 한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386의 핵심은 끊임없이 세상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라고 고민했던 세대다. 당시 금서까지도 읽으면서 새로운 뷰(view.관점)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했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질서가 바뀌면 이에 맞추어 계속적으로 공부해서 세상에 대한 관점을 변화하면서 심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정치에 참여한 적지 않은 386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췄다. 그 때 공부한 거 갖고 가지게 된 세상에 대한 입장에 머물러 있으면서 한국사회 30년의 변화 발전을 80년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으면서 21세기를 말하기 때문에 시대정신이 반영 안 될 수밖에 없다"
그의 말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좌파 386세대 정치인들이 거대담론이나 이념문제에는 강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을 패인의 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일부386의 부정적 모습 때문에 전체가 매도되는 현실에서 같은 시대와 경험을 향유했던 한 우파 386세대의 착잡함도 엿보였다.
그는 이어 "386세대 일부 가운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386은 그 사람들이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진보적 사상의 핵심은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에 맞게 발전해 가야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1970~80년대 사고방식으로 30년의 변화를 전혀 읽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서 그 시대의 시각으로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려는 사람들은 더이상 386의 시대정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평검사과의 대화' … 참으로 아이러니컬했죠"
정준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파견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CJ그룹 전략구매실 실장을 거쳐 국내 법무법인 중 최대 규모의 로펌 중 하나인 광장에서 근무하는 변호사이자 정당인. 화려한 이력이다. -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현직 검사들을 향해 쏟아낸 말이 유행 아닌 유행어가 돼버린 '평검사와의 대화'를 기억하는가. 검사출신인 그의 입을 통해 당시에 대한 소회를 듣고 싶었다."참으로 아이러니컬했죠"
정 변호사는 6년 전 노 전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를 이렇게 소회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우리의 얘기를 좀 들어달라고 한 자리가 당시에 검찰과의 대화였는데 그 자리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풀어헤치고 검찰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조직에 대한 불신을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며 "그러다보니 노 전 대통령의 검찰 권력을 불신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밖에 안 되는 자리가 됐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정치권력에서 독립돼 원칙과 기준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결국 그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시건을 처리하는 본연의 검찰의 길을 가게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것이 여실히 드러낸 게 바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였습니다"
그는 "그런 와중에 터진 게 불법 대선자금 수사였다. 그 수사에 있어서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달리 개입할 명분이 없었고 검찰로서는 말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네티즌들이 사이트도 만들었잖느냐. 송짱(송광수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말), 안사모(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사랑하는 모임)등… 당시 검찰이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대선자금을 수사할 수 있었는데 이 수사가 가능했던 원인 중 하나가 아이러니컬하지만 '검사와의 대화'였다. 검사와의 대화가 갖는 나름대로의 사회적 의미는 바로 그것"이라고 평했다.
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불신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면도 있겠지만, 진보인사로서 검찰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사실 다양한 역할을 함에도 특히 진보진영은 공안이 검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외 형사부도 있고, 특수 수사도 있고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80년 대 소위 운동 진보진영이 바라보는 검찰에 대한 편협한 뷰(view), 즉 공안이 곧 검찰의 전부인양 보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노 전 대통령도 운동권 진보 정치 영역에서 활동했으니까 그러한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그의 눈에 노 전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는 어떻게 비쳐질까. 이에 대해 그는 "이것은 노 전 대통령 개인의 실패지 국민과 사회의 실패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그런 짓을 한 것을 자칫 국민들이 냉소적으로 바라보거나 '우리사회는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다'고 볼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보충했다.
"우리가 자식들이 살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돼야 한다는 부분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에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없앨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로 봐야 합니다. 결과만 갖고 말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비리를 저지르다니 나쁘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얘기하는 것은 결코 생산적인 것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