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수리리 낙동강 살리기 사업 22공구 달성보 건설현장은 강풍 속에서도 5~6대의 덤프트럭들이 흙과 모래를 분주히 나르고 있었다.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의 한 직원은 “보(洑)를 만들기 위한 가물막이 공사”라며 “토요일이지만 작업을 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달성보 외에 구미보, 합천보, 영산강 승촌보 등의 가물막이 공사가 일제히 시작됐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첫 삽을 뜬 것.
    현대건설 직원은 “달성보를 맡은 현대건설의 경우 앞으로 770여 일 동안 낙동강 고령~달성 구간 공사를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야당이며 국민들의 반대 속에 첫 발을 디딘 4대강 살리기 대사업은 첫 삽을 뜨는 순간까지도 많은 시행착오와 잡음이 많았다. 턴키로 공사를 맡은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도 떠올랐고 댐이며 보의 건설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어쨌든 지난 10일 4대강 살리기 대장정은 시작됐다.
    이제 귀 기울일 것은 국민 10명 중 7명이 ‘4대강 국정조사에 찬성한다’는 민주정책연구소의 여론조사처럼 많은 국민들의 주목 속에 사업이 성공을 향하여 바른 길로 가느냐는 것이다. 
    이제 눈여겨 볼 것은 4대강 공사가 바른 공법으로 말 그대로 ‘선진미래를 위한 튼튼한 수자원 인프라’로 구축되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 ▲ C시의 생태하천 피해를 보도한 TV화면. ⓒ TV 캡쳐 
    ▲ C시의 생태하천 피해를 보도한 TV화면. ⓒ TV 캡쳐 

    최근 감사원은 지난 7월 내린 폭우로 복원 중인 생태하천이 온통 쑥대밭이 되었던 한 지방도시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문제의 C시는 지난 2006년 환경부 시범사업으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7일과 16일 C시 지역에 164㎜와 171㎜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비로 C시의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천 바닥에 깔았던 돌과 목재, 식생매트 등을 이용한 인공 습지, 상하류 간 생태 이동 통로, 생태 탐방로 등이 대부분 흔적도 없이 떠내려갔다.
    ‘환경을 위한 생태하천’은 오히려 인근 마산만을 온통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떠내려간 자재를 수거하기 위해 군의 힘을 빌릴 정도였다.
    감사원은 C시의 생태하천 설계 및 자재 선정 등의 문제점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마무리를 목표로 추진해온 C시의 두 하천의 생태 복원사업은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실시해온 C시 생태하천 복원사업에는 모두 5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지난 7월까지 65억 원이 투자됐다.
    C시 관계자는 “설계사와 환경관리공단 등이 협의를 해 앞으로 많은 강우에도 유실되지 않도록 보다 튼튼한 자재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복구 예산에 대해서는 시공사도 일부분 예산을 부담해야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C시의 예는 작은 지방도시의 한 예에 불과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전 국가적인 프로젝트다. 21세기 선진강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건 대역사(大役事)이다. 만약 4대강 살리기 사업이 C시와 같은 단견이나 판단착오로 인해 부실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액이나 국가가 받는 상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학영 울산대 환경생태학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닥치고 있다”며 “이점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온난화와 함께 한국에도 폭우나 홍수의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공법이나 자재 역시 환경보존과 함께 보다 내구성이 강한 자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호 서울 녹색미래실천연합 대표의 경우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설계나 시공과 관련해 참여 업체에게 ‘무한책임 서약서’를 받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 ▲ 마산시 내서읍을 흐르는 광려천의 무너진 제방. ⓒ 뉴데일리
    ▲ 마산시 내서읍을 흐르는 광려천의 무너진 제방. ⓒ 뉴데일리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낙동강이며 태화강, 그리고 지천들을 수차례 살펴봤다.
    그리고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이 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각기 다른 취재 장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굳이 C시의 하천을 괴롭힌 식생매트를 들지 않아도 공법이며 자재의 부실은 여러 곳이었다.
    왼쪽 사진은 마산시 내서읍을 흐르는 광려천의 모습이다.
    돌무더기를 철로 보호망을 만들어 쌓은 천변이 보기에도 지저분한 흉물로 변하고 말았다. 급하게 흐르는 물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보호망알 결속한 쇠가 물속에서 얼마나 수명이 보장되는지도 알 수 없고 돌무더기에 흙을 복토해도 식물이 살 것 같지 않다.
    이 같은 예는 낙동강의 지천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학영 교수는 “이 같은 공법은 복토를 했을 때 내부 습기로 인한 보호망의 산화로 파손 우려가 크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살리기는 치수-이수(利水)와 함께 생태의 보존이라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슬기롭게 물을 다스리고 인간과 친화적인 강으로 만들되 자연생태도 보존해야 하는 무거운 짐이다.

  • ▲ 경상남도 창녕의 토평천. ⓒ 뉴데일리
    ▲ 경상남도 창녕의 토평천. ⓒ 뉴데일리

    경상남도 창녕의 토평천은 창녕군 고암면 감리 열왕산에서 시작한다. 유역 면적은 67.1km², 유로 연장은 12km이다. 토평천은 동에서 서로 흐르다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에서 우포늪으로 유입되어 동남방향으로 물길을 바꾸어 가며 내려가다 유어면 구미리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생태환경의 보고인 우포늪의 어머니 격이다.
    이 ‘우포늪의 어머니’ 토평천의 한 제방을 살펴보자. 한 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있다. 자재의 잘못인지 시공의 잘못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파손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낙동강의 상류며 지천은 대부분 급류 지형이 많다. ‘S'자로 곡선을 흐르는 지점이 많다. 그만큼 제방이 물의 급한 흐름에 영향을 받는 곳이 많다. 또 지난 여름의 폭우의 경험으로 홍수나 급한 물살에 피해를 당할 우려가 많은 곳이 낙동강 상류며 지천들이다.
    일본 무라사키강 등은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S'가로 흐르는 강을 직선화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우리 강 상류나 지천의 경우는 강의 흐름을 직선화하는 방법을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 역시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 ▲ 경상남도 의령의 칠곡천. ⓒ 뉴데일리
    ▲ 경상남도 의령의 칠곡천. ⓒ 뉴데일리

    경남 의령군 칠곡천 역시 낙동강의 지천. 이 지천의 한 부분 역시 호안 제방이 일부 무너져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제방이 무너져 내리면 생태의 영향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된다. 의령군의 한 주민은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금을 도둑 맞은 기분”이라고 허탈해했다.
    비교적 강우량이 적었고 커다란 태풍의 찾지 않았던 올해의 경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의 능동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점차 아열대로 변해가는 한국의 경우 4대강 살리기는 설계부터 자재, 공법까지 100년 후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준비해야 실패가 없다.
    한재욱 녹색미래실천연합 기획홍보단장은 “4대강 살리기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만큼 국가의 내일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단장은 “정부나 지자체는 4대강의 사업 추진을 엄정하게 추진해야 하며 국민들 역시 사업을 성원하는 속에서 항상 주의깊게 관찰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